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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환하게, 기쁘게, 풍요롭게' 만든 녹색당의 도전과 가치
김재훈 기자 | 승인 2018.06.14 16:54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직후의 고은영. 그는 제주 사회에 자극을 준 정치신예 이전에 치솟는 집세와 낮은 임금에 시달리며 제주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청년 중 한 명이다.(사진=김재훈 기자)

6.13 지방선거의 최대 스타는 녹색당과 청년 고은영(32)이다. 제주에 사무실도 없는 작은 정당이 선거판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선거 완주 가능성을 의심받았다. 하지만 개표결과 고은영 도지사 후보는 3.53%의 득표율로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와 장성철 바른미래당 후보를 누르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초의 여성·청년·이주민 제주도지사 후보로 나선 고은영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 고은영 후보는 녹색당의 당론인 제2공항 백지화 등 제주 주요 현안에 대한 선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기성 정치인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도민들로부터 큰 호감을 얻었다.

도지사후보로 공식등록하고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고은영.(사진=녹색당 제공)

고은영 후보의 활약에 힘입어 녹색당 당원들은 더욱 자신감을 갖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녹색당 당원들의 생기 넘치는 선거운동에 시장에서 만나는 상인과 행인들은 호응을 보냈다. 기존 진보정당이 갖고 있던 강한 이미지를 탈피해 발랄하고 친근하며 때론 정신 사나운(?) 율동과 노래로 유권자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녹색당은 정당투표에서 녹색당은 4위를 기록했다. 선거 과정을 통해 수 십 명의 신규 당원들이 가입했고 현재도 지속적인 당원 가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녹색당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후보(2순위)였던 김기홍 씨(왼쪽)는 성소수자다. 선거운동 기간 거리에서 "저 사람 남자야, 여자야?"라며 비웃는 행인들을 만나야 했다. (사진=김재훈 기자)

녹색당은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비록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와 성소수자를 비례의원 후보로 낸 녹색당. 이들의 당사자 정치의 취지를 높이 사는 도민들이 많았다.

선거 말미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의 전세가 여의치 않자 민주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범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원희룡 후보의 낙선을 위해 문대림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종의 사표론. 하지만 원희룡 후보가 문대림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면서 그와 같은 주장은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당 제주도의외 비례대표 후보(1순위)였던 오수경 씨는 두 아이를 기르는 평범한 '제주맘'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여성들이 직접 정치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사자 정치는 녹색당이 추구하는 바다.(사진=김재훈 기자)

군소정당인 녹색당 입장에서 지방선거 완주는 그리 호락호락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고액의 선거기탁금이 문제였다. 지지자들로부터 1만원씩 받아 선거기탁금을 마련하는 ‘1만원 캠페인’ 등을 진행해야 했다. 몇몇은 조릿대를 따는 일을 하면서 후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녹색당이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들인 비용은 기탁금 5000만원을 포함해 1억원 안팎이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성산읍에서 유세 중인 고은영 후보와 녹색당원들. 고은영 후보는 녹색당 당론을 따라 제2공항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유일한 도지사 후보였다.(사진=이길훈 객원기자)

그러나 선거비용 보전 한계선인 지지율 10%를 넘지 못한 녹색당은 선거 비용을 단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기탁금 5000만원은 국가에 고스란히 귀속된다. 나머지 절반가량의 선거운동 비용은 현수막 제작비, 선거운동원 식비 등으로 사용하며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준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고은영 후보를 TV토론회에서 배제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고은영 후보의 지지자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고은영 후보 없이 선관위 주관 TV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KBS제주 정문 앞에서 발언 대회를 가졌다.(사진=김재훈 기자)

또 제주도지사 후보 초청 TV토론회도 문제가 됐다. 일부 방송사에서 원외 군소정당의 후보가 TV에 참가하기 어렵게 만든 내부 규정을 이유를 대며 TV토론 참가 여부가 불확실했던 것. 이에 녹색당은 원외 군소정당 후보를 토론회에서 배제하는 방송사의 방침에 끈질기게 항의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 고은영 후보는 현재의 제주를 만든 기성정치인들과 개발주의 세력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시청자들에게 보여 줄 수 있었다.

14일 녹색당 당원들이 녹색당 사무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당원들을 모아 나갈지, 어떤 일들을 할지, 어떻게 당비를 마련할지에 대해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선거 이후의 행보를 그려보았다. 일단 쉬자는 것이 이날 담소의 결론이다.(사진=김재훈 기자)

TV토론을 본 시청자들은 고은영 후보에 대해 “요망지게 말 잘 한다. 속이 시원하다”, “진흙탕 TV토론을 고은영 후보 때문에 본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선관위에서 주관하는 TV토론에는 법적 규정으로 인해 참가할 수 없었고, 이에 고은영 후보의 지지자들은 토론회가 진행되는 시간 KBS제주 방송총국 앞에서 군소후보를 배제하는 토론회에 항의하는 발언대회를 열기도 했다.

도지사 후보를 낸 정당 중 제2공항 백지화를 당론으로 내세운 당은 녹색당이 유일했다. 고은영 후보는 제2공항 건설 피해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며, 그들을 대변하는 유일한 도지사 후보였다. 그와 같은 진정성과 난개발 문제에 대한 선명한 입장이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보수정당 소속 후보들을 제치고 3위를 기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평가다.

고은영 후보가 유세하며 입었던 자켓들이 녹색당 캠프의 문고리에 걸려 있다. 마치 박물관에 걸려 있는 유물처럼 보인다. 선거 기간 '녹색당의 잔치'도 하나의 역사가 됐다.(사진=김재훈 기자)

지역의 청년과 여성 정치인들을 키워내지 못한 기성정당에 대한 비판과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난개발을 우려하고 고통 받는 도민들 입장에 서서 새로운 제주를 꿈꾸는 청년이 오로지 고은영 뿐일까? 학연·지연·혈연이 뒤얽힌 괸당주의와 남성우월주의, 나이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제주 정치판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 존재를 도민 사회에 널리 알린 녹색당. 앞으로 녹색당이 지역 유력 정당들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에 오른 가수 윤영배가 작곡한 녹색당가는 "온세상이 다, 온마음이 다 행복하고 소박하게 살 수 있는 길"로 시작한다. "그린그린그린 그린그린그린" 하고 부르는 후렴구가 중독성이 있는 녹색당가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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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기자  humidtex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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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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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삼 2018-06-14 17:22:10

    난개발과 해군기지, 제2공항, 쓰레기, 오폐수... 슬픈 제주의 현모습에, 미래에서 먼저 온 녹색 사람들이 희망적인 노래를 불러주어, 행복한 선거 기간이었습니다. 제주는 이렇게 당사자들과 소수자들이 지킵니다. 계속, 힘내어 함께 갑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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