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품고 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배척해야 할 혐오 대상인가‘.

논쟁은 뜨겁고 공방은 거칠다. 찬-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전국 주요도시에서의 동시다발적 찬-반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제주도에 들어온 5백여 명의 ‘예멘 난민 문제’가 불씨다. 제주에서만이 아니다. 전국적 핫 이슈가 되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적 인권보호와 이질적 문화충돌로 인한 공포와 사회불안 심리와의 대립각이다.

드러난 현상만으로는 반대 목소리가 많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했던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수용 반대가가 찬성을 압도하고 있다..

16일 현재,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등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71만여 명을 훨씬 넘어섰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제, 난민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피할 수 없는 첨예한 국가적 의제가 되어버렸다.

예멘 난민에 대한 찬-반 논란은 따지고 보면 이상(理想)과 현실사이의 괴리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쪽은 접근방식이 다분히 이상주의 적이고 감성적 이다.

그들의 관점은 인도주의에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인종․민족․국가․종교 따위의 차이를 초월하여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꾀하는 데 있다. 나무랄 일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인류의 보편적 인권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이다. 이 또한 소중한 가치다.

제주지역 내 종교계 일각, 인권단체 등이 예멘 난민 지원 주요 세력이다.

이와는 달리 ‘난민 수용 반대’ 그룹은 매우 체감 적이고 현실적이다.

난민 수용이 가져올 이질 문화와의 충돌, 거기서 빚어질 잠재적 범죄 유발 우려, 그로 인한 공포감과 사회적 불안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제주지방 경찰청은 2012년 164명이던 외국인 범죄자가 2017년에는 644명으로 급증했다는 자료를 내놓았었다.

불과 5년 만에 외국인 범죄가가 4배 이상 증가했다는 자료다.

불법 체류 외국인 또는 난민에 의한 ‘치안 불안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도내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1만1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재파악이 되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말이다.

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잠재된 사회불안 요소다.

여기에다 청년 일자리 잠식 등 고용불안도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한 축이다.

“보살펴야 할 궁핍한 국민도 수두룩한데 국민세금으로 난민을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사회일각의 볼멘소리와 불만도 팽배하다.

난민에 관한 인도주의적 이상과 현실 사이의 인식의 차이는 인간 내면의 고약한 심리적 협곡이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본성이 혼재돼 있다고 한다. 선과 악, 긍정과 부정의 두 본성이 헝클어져 충돌한다.

‘천사의 마음과 악마의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인간 본성의 이중성이다.

예멘 난민 수용을 놓고 벌이는 찬-반 갈등도 이러한 인간 심리의 이중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말로는 수용하는 척 하면서 마음으로는 배척하거나, 겉으로는 반대하면서 속으로는 난민들의 상황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심리적 괴리 현상이다.

불쌍한 생각과 불안한 마음이 혼재된 것이다. 마음속 ‘천사와 악마의 싸움’인 것이다.

학식과 인품으로 대중사이에서는 존경을 받는 지킬박사가 추악하고 잔인한 괴물인간 하이드로 변하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이 같은 인간 내면의 이중적 심리현상을 고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적 난민 수용 찬성이나 또는 반대에 대한 감정적․충동적 대결보다는 차분하고 냉철한 이성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예민 난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와 사실에 근거한 실체 적 진실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찬-반 각각의 경우의 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조치 역시 지나칠 수 없는 과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말레시아에 15만7580명의 난민이 채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얀마(13만6560명),파키스탄(5810명),예멘(2830명),소말리아(2730명),시리아(2710명),스리랑카(1910명) 등지에서 이동한 난민이다.

(상상력을 동원하자면) 이들은 ‘잠재적 제주유입 난민’으로 파악할 수도 있을 터이다.

현재 첨예하게 갈등을 부르고 있는 ‘예멘 난민 수용 여부 조치’에 따라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들에 대한 난민신청 심사 결과가 말레시아에 몰려 있는 난민들에게 ‘학습효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에 들어온 500여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일엽편주(一葉片舟)에 매달려 바다를 떠도는 ‘보트피플’과 다르다.

그들은 말레시아 국적 항공기를 전세 내다 시피해서 제주에 들어 왔다. 말을 만들자면 그만큼 여유가 있고 선택폭이 넓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말레시아에 머물고 있는 15만7천명이 넘는 난민 상당수가 예멘 난민과 마찬가지로 무사증 제도 지역인 제주에 날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말레시아에서는 오래 머물 수가 없다. 그러기에 말레시아 채류 난민들은 말레시아를 제주에 오기위한 경유지이거나 잠시 머무는 정류장으로 여길 수도 있는 것이다.

‘난민 재앙’이 남의 나라의 일만이 아닌 우리의 현실로 다가서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따라서 제주 예멘 난민 문제는 그만큼 심각하다. 풀어야 할 시급한 국가적 문제로서의 국정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 문제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침묵이나 소극적 대응은 무책임하다.

난민문제는 중앙정부의 몫이다. 지자체에 이를 떠넘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것은 제주도에 슬그머니 ‘난민 폭탄’을 던지는 비겁한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에 있는 예멘인 난민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이와 관련한 ‘현황파악지시‘가 고작이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후 ‘30일 동안 20만 명이 넘는 국민 청원 사항’에 대한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난민법과 제주무사증 제도 페지 등 예멘 난민 문제와 관련한 청와대 게시판 국민 청원이 20만 명이 넘은지는 오래다.

지난 13일 기준 7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대통령은 ‘한 말씀’도 없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신(영국 일간지 ‘가디언’ 11일자)에서 까지 ‘예멘인 관련 논란’을 다루면서 ‘문대통령의 침묵’을 지적 했다.

‘나라와 대통령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의 인권도 중요하다. 난민 협약 가입국으로서의 국제 의무 준수도 외면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찬-반 갈등으로 인한 국론 분열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갈등과 분열로 인한 국민적 에너지 고갈은 국가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를 잠재우고 국민통합을 추슬러야 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그만큼 대통령의 역할은 엄중하고 막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문제 전반에 대한 정부와 대통령의 적극적이고 구체적 대응이 요구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이에 대해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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