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찬반 토론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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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찬반 토론을 보며
  •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9.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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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요즈음 우리 제주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녹지그룹에 영리병원을 허가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대립이다. 지금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원자력발전소의 공사 중단의 결정 같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것인가 또는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원자력발전소의 공사 중단 문제는 곧바로 우리들의 전기세와 연관이 되기 때문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영리병원이 세워진다고 이득을 볼 도민들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0일에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거행된 찬반토론회에 참석하여 찬성 측 주장과 반대 측의 주장을 유심히 들었다. 그런데 필자의 전체적인 느낌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였다. 모두들 미해군사관학교의 재커리 쇼어 교수의 “인지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리병원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도입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병원의 특수성,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시장 원리,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의 한계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7월부터 상시 근로자가 500인 이상이 되는 회사부터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의사회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 가입이 강제 되었고, 모든 의료기관은 의료보험실시기관으로 강제 지정 되었다. 그리고 의료 수가는 당시 관행 수가의 70%로 결정되었는데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으나 당시가 유신독제체제라서 가능하였다. 이것이 적용범의가 점차 넓혀져 1988년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로 발전되었다.

1970년대의 5개년경제계획들이 성공하고, 1980년대의 세계호황 덕택으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가파르게 상승하였으나, 의료보험으로 묶여 있는 병원의 발전은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에 돈 많은 분들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일본이나 미국으로 떠나 일 년에 수 천억 원이라는 귀중한 외화가 낭비 되었다.

이럴 때에 싱가폴의 래플즈병원에서 몸이 붙은 채로 태어난 소위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자 외국의 부자들이 병 치료를 위해 싱가폴로 몰려들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싱가폴의 의료 수가가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여, 비행기 값을 고려하더라도 더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때에 정부에서는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고 애를 썼으나 좋은 학교와 병원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이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인천에 경제자유구역을 만들면서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의 유수한 병원을 유치하기 위하여 애를 썼다. 그러나 의료보험제도를 적용받는 병원을 국내에 설치할 멍청한 병원은 없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을 적용하여서는 병원이 망한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에 속하였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정부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이름이 잘못되어 이후에 많은 분쟁이 생기게 되었다. 주식회사 형 병원이라고 하였으면 저항이 덜 하였을 터인데, 비영리법인이 아니니 비영리법인에서 ‘비(非)’ 자를 뺀 것인데, 마치 병원이 영리 추구를 한다는 식으로 매도되었다.)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몇 몇 병원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가 삼성서울병원과 아산중앙병원이 세워지면서 세계적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자 이 병원들과 경쟁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영리병원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시민단체들도 주장하듯이 누가 비슷한 치료를 받으면서 돈을 더 내려고 할까? 그리고 외국병원에서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훨씬 더 유명하고 유능한 의사를 초빙하여야 하는데 그 분들의 급료를 감당할 수익을 낼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였다. 결국 정부에서 처음 구상하였던 세계적인 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영리병원은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의 특수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좋은 병원이란 시설과 장비, 및 의료진의 질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 두 병원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수천억 원을 투자하여야 하는데 이 만큼 투자해서 이익을 낼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듯이 싱가폴이 의료관광으로 한때 성공했으나 이제는 태국에 밀리고 있는데, 이는 싱가폴 병원에서 태국의 싼 의료비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의료격차를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외국의 유명한 병원이 온다고 하여도 영리병원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병원은 경제의 규모가 중요하다. 제주도에 삼성병원이 온다고 하여도 몇 년 내에 망한다. 왜냐 하면 삼성병원을 유지할 만한 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병원이 제주에 세워진다고 서울의 환자가 아산병원을 옆에 두고 제주까지 올까? 우도에 서귀의료원 규모의 병원을 짓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얼마 못 가 망한다. 역으로 한라병원 규모의 병원이 서울에서 성공하기도 어렵다. 더 좋은 병원들이 즐비한데 한라병원 규모의 병원에 가려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 즉 병원은 그 지역 사회에 알맞은 규모를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병원이 2000 병상 이상은 되어야 그나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과를 특화해서 병원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제주에서는 500~ 700 병상의 병원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녹지병원이 서귀포에 들어서도 우리가 걱정할 일은 없다. 녹지병원 때문에 서귀포에 있는 병원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녹지병원 정도의 의료 수준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갖고 있는데, 무엇하러 돈을 더 내면서 교통도 불편한 녹지병원으로 갈까? 그렇게 헛돈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은 쓰도록 하자. 그런 자유마저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녹지병원의 의사 규모를 보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없는데, 거기에서 얼마나 건강검진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더구나 의료보험도 안 되는 그런 병원을 갈 도민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병원이 영리를 추구한다고 영리병원을 반대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영리를 염두에 두지 않는 병원이 어느 곳인가? 제주의료원도 적자를 낸다고 해마다 도의회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데 어느 원장이 영리를 도외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병의원의 90 % 정도가 사립인데, 어느 병원이 영리를 고려하지 않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을까? 공립기관과 의료법인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우리나라 병의원들은 자기가 번 것을 모두 가지고 간다. 영리병원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면 영리병원과 비영리법인인이 아닌 그냥 병원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병원 설립 주체의 문제일 따름이다. 그냥 병원은 의사라야 개설할 수 있는데 영리병원은 의사가 아니라도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 논의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시민단체가 주장하듯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재벌을 위하여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이 예뻐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였을까? 노대통령이 언제부터 재벌들을 예뻐했나?

예전에 의료보험이 시행되기 전에는 의사가 개인 의원을 개설하고 열심히 해서 10년 정도면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도 병원을 세울 수 있었고, 또 한 10년 열심히 하면 종합병원으로, 더 나아가 대학병원으로 발전할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유수한 대학병원들이 이 과정을 밟았다. 인제의대, 중문의대, 을지의대, 가천의대, 건양의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의대는 아니지만 한라병원을 토대로 하여 한라대학교가 세워졌다.

그러나 3차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병원이 돈을 버는 시대는 저물었다. 이후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의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병원까지는 몰라도 종합병원을 세우기는 역부족이다. 과거에는 노동이 가치를 창출하였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노동보다는 자본이 창출하는 가치가 더 많은 세상이 되었다. 즉 의사 혼자 열심히 하여도 부의 축적이 쉽지 않았고, 결국 자본이 투입되지 않으면 부의 축적이 이뤄질 수 없게 되었다. 즉 병원도 장비를 구입해야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의료보험 초창기에는 이 자본에 의한 가치 창출이 어느 정도 용인되었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규제가 심해져 더 이상 자본에 의한 가치창출이 어렵게 되었다. 즉 병원에서 벌어서 종합병원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금 일자리창출에 모두들 힘을 기우리고 있다. 의료는 사회복지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직군으로 분류된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집약적이라는 뜻이 되며, 따라서 산업사회에서 다른 산업 분야와는 달리 부의 축적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일차산업 시대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의 소득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두 세배 높았다. 그러나 기계가 인력을 대신하면서 기계 하나가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되니 노동에 의한 가치창출보다 기계에 의한 창출이 훨씬 더 많게 되었다. 그러다가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정보와 아이디어가 가치창출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지금 세계적 갑부가 된 워런 버핏, 잡스, 저거버크, 손정의 마윈 등이 도대체 무슨 노동이나 자본으로 그런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가? 결국 노동집약적인 병원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의원을 하다가 병원으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큰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병원 건설에 재벌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였다. 삼성을 필두로 하여 현대, 한진, 두산, 대우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면 왜 이 재벌들이 병원을 짓기 시작하였을까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들이 병원이 떼돈을 번다고 착각하였기 때문이었을까? 재벌들의 정보력이 정부를 앞선다고 하는데 이들이 병원이 더 이상 돈을 벌지 못 한다는 것을 몰랐을까? 이들이 병원을 짓기 시작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가 이병철 회장을 비롯한 재벌 1세들이 건강 상 문제를 일으켜 일본으로 미국으로 진료를 떠났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떵떵거리는 재벌이지만 외국 병원에 가면 그저 개발도상국가의 한 회사 사장에 불과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상부의 지시가 잘 안 먹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법원 판사들이 그렇고, 대학교수들이 그러하며, 병원의 의사들이 그렇다. 제 아무리 유명한 재벌이라도 판사들이 보기에는 그저 한 피고일 뿐이며, 대학 총장이나 원장이 부탁하여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교수고 의사다. 이러니 재벌 총수 입장에서는 아팠을 때 외국에 나가자니 그렇고 국내 병원에 가자니 그렇다. 병원에서는 다른 데서처럼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결국 내 병원을 지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우리 가족이 사용할 병원이니 이왕 지을 거면 남보다 좋은 병원을 지으려고 하기 마련이다.

병원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곳이다. 기존 병원들이 비대화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 병원은 100병상 이하면 직원이 병상 당 1명으로 100명 정도면 되지만, 300병상 정도 되면 병상 당 1.5명이 필요하며, 500병상 이상이 되면 병상 당 2명 식으로 직원이 불어난다. 그만큼 비효율적이 된다는 얘기다. 여기서 병원의 딜렘마가 시작된다. 다른 병원과 경쟁하려니 병상 수를 늘려야 하고, 효율성을 따지자니 병상 수를 줄여야 한다. 이것이 결국 도시 규모에 알맞은 병원만이 살아남는 이유다. 이제 병원을 지으려는 대부분의 재벌들이 병원을 지었다. 지금 체제로는 더 이상 병원을 지으려는 투자자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국민들의 의료 수요는 자꾸 늘어나는데 투자자가 없으면 정부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현재 영리병원을 반대하시는 분들의 주장을 보면 쇼어 교수의 “인식 함정(그릇된 추론에서 유연하지 못한 사고방식으로 기존의 경직된 생각과 선입견만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이 엿보인다. 쇼어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옛날 로마 사람들은 늪지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을 보고 늪의 나쁜 공기가 말라리아를 일으킨다고 보고, 말라리아가 발생하면 늪의 물을 빼어 말라리아를 퇴치하려고 하였다 한다. 이처럼 잘못된 인과관계를 진실인 것으로 오해하면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 쉽다.

필자가 보기에 이 분들의 생각 중 잘못된 것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직도 병원이 떼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모 교수께서 그렇게 주장하셨는데, 어느 병원이 그렇게 돈을 버는지 알려주시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하고 싶다. 병원이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데 계속 적자를 내는 대학병원과 도립의료원을 왜 폐쇄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 혹 공공의료를 하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 정도의 공공성은 사립병원도 마찬가지로 담당하고 있다. 지금 제주대학병원 정도를 새로 지으려면 2000억 원 이상 필요한데 이 정도 투자해서 3%의 이익만 내려고 해도 60억 원이라는 이윤이 생겨야 하는데 이것은 지금 의료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돈을 벌려고 영리병원을 운영하겠다는 자본가는 현재의 의료 제도를 모르는 몇 사람에 불과할 것이고, 그 분들도 병원을 시작해서 1년이 지나기 전에 잘못 판단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둘째,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세워지면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이 퍼질 것이다.

이 주장에는 영리병원에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의료보험을 적용하면 의료수가는 정부에서 통제하므로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듯이 의료비 상승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시민단체에서 추정하듯이 서비스를 차별화해서 의료비 이외에서 요금이 올라갈 여지는 있다. 이것은 6성급 호텔의 비용이 4성급 호텔에 비교해서 높은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비 이외에서 서비스 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이용자가 용납해야 된다. 그게 싫으면 6성급 호텔을 가지 않는 것처럼 영리병원을 가지 않으면 된다. 같은 의료비에서 의료의 차이를 만들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걸 영리병원에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영리병원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들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3배 이상 불어나게 된다.(현재 의료보험 제도에서는 의료비를 외래인 경우 본인이 30% 부담하고 입원인 경우 20%다.) 어느 국민이 이처럼 비용을 많이 지불하면서, 별로 의료 수준의 차이가 없는 영리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고 할까? 즉 영리병원이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으면 그 병원은 환자가 없어서 얼마 안 되어 망할 수밖에 없다. 즉 영리병원이 세워져도 그것이 퍼져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리병원 설립이 자유로운 미국 등 외국에서 영리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안팎이라는 사실이 이를 웅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미국의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19 % 정도 돈은 많이 드는데 병원이 좋지는 않다고 한다. 그런데 왜 영리병원을 가는지 설명을 못 한다. 미국 사람들은 멍청해서 돈을 더 내면서 안 좋은 병원을 가는 것일까?

셋째. 미국 의료의 문제가 영리병원 때문이라고 한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듯이 미국에서 영리병원은 대략 13 % 정도라고 한다. 이 13 % 때문에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길까? 그럼 그 비율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서는 왜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이것은 정말 시민단체가 ‘광우병 파동’이나 ‘부안 방폐창 건설’에서 보인 전형적 침소봉대(針小棒大)나 마타도어다. 지진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은 경주에 설치 가능한 방폐창이 왜 부안에서는 안 되는가? 지금은 시민단체에서도 잘 먹는데, 미국 산 소고기를 먹어서 발병한 광우병 환자가 왜 없는가?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듯이 만에 하나 가능성을 얘기하자면, 교통사고는 만에 하나 이상으로 발생하며 해마다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자동차를 없애자는 주장은 왜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가 처음 생겼을 때 영국에서처럼 자동차는 시내에서 시속 4 Km 이하로 달려야 하고, 자동차 앞에서 마부가 자동차 온다는 것을 알려야 할까?

‘식코’와 같은 현상은 미국의 영리병원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사법제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걸핏하면 의료소송이 벌어진다. 그 보상액이 많을 뿐만 아니라, 소위 징벌적배상제도라는 것이 있어 때로는 엄청난 벌금이 매겨진다. 이 제도에서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엄청난 치료비를 받아야 하고, 갖가지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부도 병원이 모두 망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의료비 상승을 묵인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 사고가 많아지면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례가 있다. 국내 모 언론의 미국 특파원이 네바다 사막을 지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약 1주일 치료를 받았는데 괜찮아져서 병원을 가지 않았더니 바로 변호사가 쫓아와서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계속 치료를 받으라고 해서 약 10개월 치료를 받았더니 만 달러를 주더라는 것이다. 무슨 돈이냐 하니 소송을 해서 3만 달러를 받았는데 만 달러는 병원비로 쓰고, 만 달러는 변호사 비용이고 나머지 만 달러라는 것이다. 멀쩡한데 병원을 계속 다니라고 하여 만 달러를 받아 주니 누가 그 말을 듣지 않을까? 그만큼 보험료는 올라가고 의료비도 올라가는 것이다.

영리병원이 없어도 멀지 않아 우리나라도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길 것이다. 지금과 같이 변호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 이 분들이 각자도생하기 위해 소송을 부추길 것이다. 소송에 걸리면 이기던 지던 병원에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며 타격을 받는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거론하기 시작하였다. 이 태풍에서 살아남으려면 의료비의 상승은 불가피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 병원들이 망하면 결국 정부에서 병원을 운영하여야 하는데(신발공장 없애듯이 병원을 없앨 수는 없고, 시민단체들을 의료 공공성이 높아진다고 좋아 하겠지만) 병원을 새로 세우든가 망한 병원을 인수하려면 비용이 엄청나고, 또 공공의료기관 운영비가 사립병원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의료비 상승을 감당할 방법이 없으니, 정부에서 민간병원이 망하지 않도록 의료수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의료비가 상승하는 것만큼 의료보험료도 상승하게 되면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식코’와 같은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영리병원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데, ‘식코’와 같은 현상이 유독 미국에서 생기는 이유를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넷째. 녹지병원을 인수해서 서귀의료원이나 서울대학병원분원을 세우면 된다고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녹지병원 자리에 진료 받으러 갈 서귀포 시민은 없다. 서울대학교 분원이 온다고 하여도 별반 달라질 수 없다. 그 정도의 규모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의료의 질은 빤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성형이나 피부과 클리닉을 세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검진센터가 세원진다고 운영될 수 있을까? 그런 뜬 구름 잡는 얘기는 의료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 잠꼬대에 불과하다. 의사라고 다 똑 같은 의사가 아니다. 병원을 운영해본 적도 없는 예방의학과교수가 해보는 몽상에 불과하다.

다섯째. 영리병원이 허가되면 우리나라에서 현행 의료제도가 무너질 것이다.

이것도 시민단체들의 무지를 들어내는 주장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도다. 왜 부러워하면서 그 나라에서는 실행할 수 없을까? 이것은 바로 이제도가 갖고 있는 비민주성 때문이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비민주적제도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늉을 내보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우리나라의 유신체제에서나 가능한 제도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많은 제도들이 바뀌었으나 이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듯이 의사회에서 위헌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다. 헌재에서는 이 제도가 비민주적인 것은 맞지만 이 제도를 폐지하였을 경우 국민들이 입을 피해가 막심하므로 합헌으로 결론 내렸다. 시민단체에서는 언젠가 이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결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우선 법관들이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더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므로 합헌이라고 판결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 어느 판사가 국민의 몰매를 맞을 각오하고 위헌이라고 판결할 수 있을까? 더구나 위헌 판결을 내리려면 6명의 판사가 동의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할 판사를 한 명도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6명이나 동조자를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요즈음 의료보험제도보다 훨씬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국민연금제도를 바꾸는 것으로도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하는 판인데, 이 제도가 없어지는 순간 온 국민의 저항으로 그 정부는 몰락하는 것이 불 보듯 빤한데, 우리나라 정치인 중 몇 몇 의사들을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런 용기 있는 정치가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 이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모르든가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의 상상에 불과하다. 이런 용기 있는 정치가가 있다면,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 저평가되고 있는 의료수가 정상화가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비난이 무서워 기초임금을 16.5% 올리면서 대부분 인건비인 치료비의 수가를 2.6 % 밖에 올리지 못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민주주의의 한계는 다수결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개보험제도와 당연지정제가 없어질 경우 피해를 입을 그룹은 어디일까? 이것은 물어보나마나 온 국민이다. 이익을 볼 그룹은 어디일까? 대부분 의사들과 몇 개 대형병원을 거느리고 있는 재벌들일 것이다. 이들을 다 합쳐야 온 국민의 1%도 안 된다. 표 싸움에서 게임이 안 된다. 어느 정치인이 1%도 안 되는 그룹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포함한 99%를 차지하는 국민과 싸우겠는가? 당연지정제가 없어질 경우 이익을 볼 그룹으로 의사를 꼽았는데, 의사들의 모임인 의사협회에서 영리병원 설립을 왜 반대할까? 영리병원이 세워질 경우 지금의 의료체계가 무너진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내지 않아도 되니 의사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것이다.

여섯째.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지금 있는 많은 병원들이 영리병원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 의원들은 영리병원과 다름없다. 병원 운영으로 이익이 생기면 모두 가져간다. 영리병원이 된다고 해서 아무 이득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영리병원으로 바꿀까? 이런 병원이 아닌 곳은 의료법인이다. 의료법인은 법적으로 영리병원으로 바꿀 수 없다. 혹 법을 바꾸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어느 정치인이 무슨 이득이 있어서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일을 벌일까?

또 영리병원이 허가되더라도 이미 밝힌 대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이므로 특수한 경우 말고는 영리병원 설립이 시도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영리병원 설립이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겨우 13%에 불과하다는 것이 웅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일곱째. 1차 의료기관이 도태되어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다.

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추측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영리병원이 그렇게 좋지 않은 병원인데, 영리병원과 다름없는 의원들이 도태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지 설명이 없다.

여덟째. 국민 의료비가 급등할 것이다.

의료보험 수가는 정부에서 정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의료수가선정위원회에서 하지만, 그 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의사들은 치과의사, 한의사를 합쳐야 전체 위원의 20% 안팎에 불과하고, 간호사 등 의료관련 단체들을 합쳐 봐야 1/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의료보험단체들과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다. 이런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내정한 요금으로 결정되며, 원가의 80%라는 숫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원가 보전도 해주지 않는 위원회에서 부당하게 요금을 인상할 거라고 의심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아홉째. 무분별한 중국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설사 녹지그룹에서 영리병원을 세우더라도 그 수익은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이 점은 왜 중국 환자들이 제주도로 올까를 생각해보면 대답이 절로 나온다. 제주도 관광도 하면서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의료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나라를 뒤쫓고 있다. 반도체에서 얼마나 오래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과거와 달리 요즈음의 독재자들은 국민의 지지를 필수로 한다. 차베스나 푸틴이 그렇고 시진핑이 그렇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요즈음은 독재도 힘들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면에서 보면 의료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외화유출 때문에 좋은 병원을 유치하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중국의 자본이라면 얼마 안 되어 우리 수준을 따라올 것이다. 그럴 때에 중국인들에게 제주의 의료관광이 얼마나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을까? 수익이 불투명한데 어느 그룹이 투자하려고 할까? 왜 녹지그룹에서도 병원 설립을 주저하다가 제주도가 헬스캐어타운에 병원이 없어서야 되느냐고 독촉해서야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열째. 녹지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만들자.

이 주장은 의료법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얘기다. 일단 의료법인이 되면 투자자는 경영권만 갖게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병원을 문 닫게 되면 투자자는 병원에 대해 원칙적으로 아무 주장도 못 한다. 의료법인을 사고파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음성적으로 사고팔고 있지만,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장차 병원을 문 닫게 될 때 아무 것도 찾아갈 수 없는 의료법인을 외국인이 무엇 때문에 우리나라에 만들려고 할까? 그리고 이것은 처음에 병원 설립을 시작할 때의 조건이다.

열하나. 국내 의료재단이 우회 진출한 의혹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해명했듯이 국내의료재단이 투자할 수는 없다고 한다.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행정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 다만 그게 무슨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필자는 알지 못 하겠다.

미래의료재단의 의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녹지병원이 문을 열게 되면 어차피 그 의사는 소속을 정해야 한다. 양쪽 근무는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다. 미래재단에 속한 의사가 녹지병원의 자문에 응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한마음병원의 설립에 참여한 의사들도 한마음병원이 개원할 때까지 여러 병원에서, 또는 자기 개인 의원에서 근무하였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많은 의료법인들이 의사가 아닌 분들이 설립하고 의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게 불법인가?

열둘. 많은 도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반대 여론이 74.7%나 된다고 한다.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러나 반대하시는 분들 중 과연 몇%가 진실을 알고 계실까? 부안방폐창 건설 때에도 수많은 군민들이 반대하였다고 한다. 부안에 방폐창이 들어서면 부안 군민들이 방사선 피폭을 받게 된다고 선동하는데 과연 찬성할 군민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부안 군민들이 건강상 피해를 입을 정도의 피폭을 받게 된다는 것이 진실인가? 방사선피폭은 거리의 자승에 역비례 한다. 즉 100m에 있는 사람은 10Km에 있는 사람보다 10000배의 피폭을 더 받는다. 달리 말하면 부안 군민들이 방사선 피폭을 받아 건강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면, 방폐창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죽는다는 얘기다. 어느 얼빠진 친구가 자신이 죽을 수 있는데 방사선 관리를 그렇게 엉망으로 할까? 그리고 부안방폐창에 보관하려던 방사성폐기물은 저준위 폐기물이다. 이런 폐기물은 제주대학교 병원에도 있고 한라병원에도 저장되고 있다. 폭발 위험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주위를 오염시키는 것도 아니다. 지진 가능성이 더 높은 경주에 건설할 수 있는 방폐창을 왜 부안에다 지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것을 마치 큰일이라도 날듯이 선동하는데 방사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영리병원 문제도 도민들이 진실을 똑바로 알게 되면 그리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세워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식코’와 같은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영리병원을 찬성할 도민이 얼마나 될까? 제주에 영리병원이 세워져도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그런 일이 생기기 어렵다는데 영리병원을 반대할 도민들은 얼마나 될까? 더구나 녹지병원 설립이 불허 되면 제기될 소송에서 막대한 도민 세금이 부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설립을 반대할 도민들이 과연 있을까?

시민단체에서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것은 부안방폐창 반대와 같이 사리에 맞지 않은 일이다.

그럼 영리병원을 제일 반대해야 하는 그룹을 어디여야 할까?

당연히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다. 시민단체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영리병원의 의료인들은 비영리병원의 의료인들보다 고달플 것이다. 영리병원이 다른 병원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으려면 더 높은 의료 수준과 친절로 무장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고 할 때에 가장 힘든 그룹은 당연히 의료진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까지 병원 개설은 의사들의 고유권한이었다. 이것을 빼앗기는 것이다. 즉 기득권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단체에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의사들 중 60%가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했고, 투자자들의 경영참여를 제한하고 의사가 영리병원 설립 운영 주체가 될 수 있다면 찬성한다는 비율이 34.5%였다. 즉 병원 경영을 꿈꾸지 않는 의사들은 영리병원 자체를 거부하나, 병원 경영을 생각해 본 의사라면 단서 조항을 달아 허용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의사들은 물려받은 것이 없으면 종합병원 설립은 꿈도 꾸지 못 한다. 그런데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자본을 끌어들여 종합병원 설립을 꿈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수익도 나기 어려운 병원 설립에 자본가들이 참여할까?

이것은 재벌들이 병원을 설립한 것과 같은 이유다. 지방의 자본가들은 독자적으로 본인이 아프면 입원하고플 정도의 병원을 지을 정도의 자본이 없다. 그런데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힘을 합쳐서 자기 소유의 병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병원 이용에 있어서 이것은 대단한 메리트가 된다.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거나 입원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현재 법으로도 의사들이 힘을 합쳐 병원을 세우는 것은 허용된다. 한마음병원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한마음병원에서 운영위원(자본 참여하신 분들을 이렇게 부른다.)을 새로 영입하거나 탈퇴하고자 하면 병원을 사고 파는 형식을 취해야 하므로 늘 취득세, 양도세, 등록세 등 법인이면 물지 않아도 될 세금들을 이중, 삼중 내게 되어 경제적 손실이 막심하다. 그뿐만 아니라 원장을 한 번 바꾸려고 하면 40여 군데 서류를 바꿔야 해서 행정적 소모가 무척 심하다. 한마음병원은 현재 영리병원과 다름없다. 그러나 행정적으로는 매우 다르다. 한마음병원이 영리병원이 되면 이런 행정적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병원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마음병원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은 개인 의원들보다 수입이 적을 수도 있지만 마음 맞는 동료들과 나이 들도록 일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참여하고 있다. 영리병원과 똑 같은 한마음병원이 도대체 다른 병원들과 견주어 잘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얼까? 한마음병원이 다른 병원들보다 도민들에게 불리한 점이 있는가?

혹 한마음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겠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비영리의료법인은 사고팔 수가 없기 때문에 투자하였던 사람들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가야 한다. 누가 그런 투자를 할까? 열심히 일하고 나면 떠날 때 은퇴자금이 마련된다는 보장이 되어야 자본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비영리법인은 한두 사람이 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상속할 수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 만일 법인을 상속할 수 없다고 하여도 법인을 만들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시민단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들이 있다.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이 서비스가 좋아 보이는 것은 의료 인력이 다른 데보다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비싸다. 이제는 우리도 대접 받은 것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상식을 모두 가져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그저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여인숙에 와서 호텔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 또 내가 돈을 더 내서라도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고 하는데, 우리 의료제도가 그걸 막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한다. 국가에서 막고 있어서 못 하는 것을 괜히 의료기관에다 화풀이 한다.

싱가폴의 최대 영리병원인 파크웨이 그룹은 더 이상 영리병원을 짓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의료 기술은 엇비슷한데 태국과의 임금격차 때문에 태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의료 환경에서도 사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의 수준은 크게 나지 않으면서 요금은 크게 차이가 나면, 아무리 경치가 좋다 하여도 의료관광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게임이론’도 옳다. 병원도 수익을 염두에 두고 투자가 이뤄진다.

더 좋은 병원이라는 인식을 얻으려고 그렇게 한다. 이것은 영리병원이 아니라도 그렇다.

의료는 시장 원리나 시장의 논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옳다. 의사가 보기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선택을 하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를 꽤 흔히 본다. 그러나 그것도 병원이나 의사가 좋은 평판을 얻을 때 일어나는 것이지 아무 때나 그러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민단체들도 ‘인식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나 우리가 옳다.’는 것은 독선이며 오만이다. 우리들은 늘 우리가 눈에 색안경을 쓴 것은 아닌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붉은색 안경을 쓰면 파란색도 보라로 보이고, 노란색도 주황으로 보인다. 보라색이 보일 때 내가 빨간 안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파란 안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금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소금은 음식이 부패하는 것을 막고 음식이 맛나도록 한다. 그런데 소금이 너무 많으면 짜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다.

필자가 보기에 제주도에 녹지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세워진다고 하여 도민들이 얻을 이익도 별로 없으며 손해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 이 사태가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병원이 다 지어진 마당에 허가가 나지 않으면 손해배상소송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제주도가 패소할 확률이 매우 높다. 아까운 제주도민의 세금이 엉뚱한 일에 쓰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영리병원 설립을 불허하는 것은 손해만 보는 짓이다.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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