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며칠 전 모 중앙지를 읽다 보니 중국의 베이징에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지은 ‘민중의 적’이라는 연극을 초연했을 때의 상황이 보도되었다. 배우들이 다른 나라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관객들에게 “여러분은 왜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꼈습니까?”라고 묻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중국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중국 매체는 진실을 말하지 않아요.”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로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등 중국 현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중국인 관객은 위챗(중국의 카카오 톡 격)에 “이들(관객들)이 (중국 당국의) 금지를 두려워하지 않나?”라고 감탄하는 글도 올렸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요즘 중국인은 물론이고 세계 지식인들이 매우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이었던 중국 배우 판빙빙(范冰冰)의 근황이라고 한다. 판빙빙은 6월 영화 출연료 관련 이중 계약서와 탈세 의혹이 제기된 뒤 사라졌다고 한다.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석 달이 다 되도록 행방을 모를 수가 있을까?

이 기사를 보다가 3~40년 전 우리나라 생각이 떠올랐다. 유신과 군사독재 시절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났었다. 갑자기 사라진 가족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이 한 달이 지난 다음에야 국가 기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었을 때의 비참함과 안타까움이 온 국민들을 분노에 떨게 했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니 결국 6월항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지금 중국의 형편이 국민소득이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의 30년 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중국에서도 ‘6월항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도 있듯이 문화나 인권이라는 것도 결국은 어느 정도 먹고 입는 것이 해결된 다음이라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우리의 30년 전과 같이 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천안문사태가 우리의 4.19의거가 일어난 지 28년 후에 일어났지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4.19의거 때는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나고 제2공화국이 탄생하였지만, 중국에서는 천안문사태가 일어난 지 30년이 되는 지금에도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인권이라는 측면에서는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것은 결국 국가체제라는 근본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비록 독재가 행해지고 있었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었던데 반해, 중국에서는 공산당 일당독재라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서 우리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국공산당 당원은 1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공산당 당원이 되는 것은 어떤 연줄에 의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노력에 의해 된다고 하니, 중국에서 공산당 당원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엘리트가 되는 것이다. 일단 당원이 되면 기득권이 생기는 것이니, 일억 명이라는 엘리트 기득권자들을 물리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들은 중국이 조만간 민주화가 되리라는 희망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지금처럼 일당독재체제가 유지될 것이고, 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드 사태’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필자가 보기에 민주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목표가 옳더라도 과정과 수단이 옳아야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목적만 옳다면, 심지어는 목적이 옳지 않더라도 권력자의 생각에 따라서 수단은 어떻게 해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공산주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동안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해온 국가의 지도자들의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처럼 최고 권력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만일 해방정국에서 그래도 민주주의 체제를 이해한 이승만 대통령이 남한 만의 대통령이라도 되었기 망정이지, 만일 공산주의를 신봉한 김일성이 정권을 잡았더라면 지금 우리의 처지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를 하고 부정부패한 것은 지탄 받아 마땅하지만, 남한만이라도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도록 한 것은 공으로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요즈음 완전한 핵폐기와 남북평화협상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고 있다.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폐기되고 평화가 찾아든다면 그처럼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보았듯이 공산주의 국가들은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약속을 뒤집는 것을 예사로 여긴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재자는 거의 언제나 양쪽에서 욕을 먹는다. 아무쪼록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혜를 발휘하시어 이 어려운 협상을 잘 마무리 하시기를 빌 따름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