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언론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제주특별자치도 개방형직위에 응모했다. 그는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다가 갑자기 직원들을 나가게 만들었다.

▲김승철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혁신정책관 임명으로 제주 언론사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금의환향하듯 3급 고위공무원직을 달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손을 잡았다.

김승철 신임 소통혁신정책관의 이야기다.

이번 임용을 두고 이미 한달 전부터 소문이 퍼지면서 세간에서는 논란이 일어왔다.

김 정책관은 바로 직전까지 제주지역 인터넷언론매체인 '시사제주'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언론사에 적을 두고 도정에 비판의 칼날을 세우던 사람이 갑자기 도청 직원에 임명된 것이다. 

김 정책관이 도청으로 불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우근민 도정 시절에도 기자 출신이었던 그는 정책특보와 투자진흥관을 지낸 바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는 상황이 자못 다르다. 

현재 시사제주는 김 정책관의 부친 명의로 이전돼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시사제주에 있던 직원이나 기자들에게조차 자신의 행보를 알리지 않았다.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기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사직서를 내야만 했다.

사실상 시사제주는 언론사로서의 자격을 상당부분 상실한 것과 다름없다. 2006년부터 12년간 이어져온 지역인터넷언론의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왜 김 정책관이 이런 무리수를 던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김 정책관과 친분이 있던 A씨는 "지난 우근민 도정 때는 그래도 몇달간 기자직을 쉬다가 도청으로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언론사 대표에서 바로 옮겨간 것"이라며 "최근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당황스러워했다.

이에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는 회원사로 등록돼있던 시사제주를 협회에서 제명하는 안건을 올리고 만장일치 찬성으로 의결했다. 기자도 회원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협회에 이름만 올리고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는 김승철 정책관의 행보를 '폴리널리스트(언론인 출신으로서 정치권에 투신하거나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인물, politics+journalist)'의 전형적인 폐해로 규정하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임용 철학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이번 민선7기 도정이 시작하고 언론출신 인사를 연속으로 채용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6월에는 고경호 전 뉴스1 기자를 언론비서관으로 임용했으며, 지난 9월 19일에는 강영진 전 공보관을 다시금 불러들였다. 또한, 이번 개방형직위 인사에서는 김승철 정책관을 비롯해, 한라일보 기자 출신인 이현숙 씨를 성평등정책관으로 앉혔다.

선거 전후 언론인이 정치계와 유착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선거캠프에 유리한 정보를 빼주는 '산업스파이' 노릇을 한다는 의혹조차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지양하고 있는 행보다. 언론이 가지고 있는 '공정보도'와 '언론윤리'에 반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이번 소통혁신정책관의 임용이 소통 강화가 아닌 '소통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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