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소설가(사진=창작과비평 홈페이지)

13일 제주해군기지에서 2018 바다사랑 제주사랑 호국문예제가 개최된다. 군함 위에서 열리는 함상문학제이다. 해군은 국제관함식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이번 글짓기 대회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제주도내 청소년들의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해군은 이번 호국문예제 안내 자료를 통해 이근배 교수, 고은주 소설가, 김영남 시인, 김인숙 소설가, 신달자 시인, 오세영 교수, 윤후명 교수, 은희경 소설가, 정영문 소설가 등 NAVY 문인클럽들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제주 도내외 각계로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작가회의, 전교조 제주지부 등 43개 단체는 지난 11일 호국문예제 개최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제관함식을 군사력을 과시하는 시대착오적 행사로 규정하며 “군사행사에 청소년을 동원시키니는 모습은 일제강점기, 나치 독일, 파시즘 이탈리아에서 과거에 충분히 봐왔다. 청소년들을 ‘호국’과 군사주의에 동원하는 만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도 호국문예제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영조 제주 서중학교 교사는 11일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제주에 해군이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학교에 직접 공문을 보내는 어이없는 일이 벌여졌다”며 “학생들이 10년 동안 강정에서 싸우는 것을 봤다. 그런 학생들에게 이곳에 와서 글짓기를 하란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가기관의 폭력이 무지막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13일 여기 와서 글짓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을 못할 일”이라며 “제주사랑 바다사랑? 구럼비 폭파하는 걸 다 봤다. 해군이 무슨 바다사랑인가? 이런 상황에서 10월 13일 한다고 한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개탄했다.

이번 호국문예제 참여하는 NAVY 문인클럽의 은희경 소설가와 정영문 소설가는 <제주투데이>에 호국문예제에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제관함식 및 호국문예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NAVY 문인클럽은 해군이 해군·해양 체험을 통해 장병들의 문화활동 등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2011년에 발족했다.  해군이 발족한 NAVY 문인클럽 명단에 올라있던 B작가는 “NAVY 문인클럽은 유명무실한 단체다. 수년 전 한두 차례인가 참가하고 이후로 나간 일이 없다.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호국문예제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작가들이 장병들의 문화 활동을 돕는 일에는 참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해군기지로 인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에서 진행하는 군사 행사에 작가들을 동원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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