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수] 중견국가 특별자치도의 외교역량을 발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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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중견국가 특별자치도의 외교역량을 발휘하라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01.3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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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제주도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있다. 해외동포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서귀포 혁신도시에 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평화포럼이라는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한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는 자매도시(6개국 6개 도시)와 우호도시(5개국 8개 도시), 한일해협연안시도현지사회의(2개국 8개 도시)와 환태평양평화공원도시협의체 회의(7개국 7개 도시)를 통해 국제교류를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 사할린(54만명)과 블라디보스톡(60만명), 호주 태즈매니아(51만명)처럼 비슷한 인구를 가진 곳도 있지만 제주섬보다 더 넓은 지역에 더 많은 인구를 지닌 곳도 있다. 그만큼 제주도 역시 특별자치도의 역할에 걸 맞는 국제교류, 거창하게 말하면 외교역량 발휘가 필요한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의 과거 100년의 역사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사이에서 외세의 강력한 원심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고 단언해도 더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내부의 분열과 좌충우돌이 이런 외부요인과 결탁하여 민족운명을 그르치게 했던 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제주섬 역시 외부 요인에 의해 도민들의 운명이 좌우되어 왔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21세기 한국은 땅 크기나 인구로 볼 때 영국이나 독일만큼의 덩치라고 무방할 만큼 튼튼해 졌다. 따라서 이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와 같은 민족허무주의나 외교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한때 동아시아중심국가 논의에서 보듯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야말로 극동지역의 안정과 지속가능성의 기준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의 지역안정과 지속가능성이야말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조건이다.

지속가능한 혁신적 포용국가로 전환하려면 이제 더 이상 평화경제외교가 실패해서는 곤란하다. 한국경제의 규모와 교역대상만큼 외교역량의 발휘도 세계 10위권 국가만큼 더욱 다양하게 확대될 뿐만 아니라 깊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래 새로운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해서 인사를 나누었던 4강 외교의 낡은 관행과 편견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제는 이들 4강 외교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중추적 중견국가나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강국들과도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성해내야 한다. 제주도 역시 국제교류를 다변화하면서 그 형식과 내용을 보다 다각화하고 강화해가야 할 때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신기욱 한국학자는 이제 한국이 주변 4강의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 꼴이 아니라고 역설하며 새롭고 기발한 제안을 하고 있다. 그가 볼 때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만큼 강력한 역량을 뽐내고 있는 중추적 중견국가라는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경제력과 문화역량에서 볼 때 단지 새우 꼴이 아니라 돌고래 수준의 중추척 중견국가(미들 파워)이다.

돌고래는 고래와 먹이 경쟁도 하고, 먹이 사냥에 협력도 해야 하는 고래종과 같은 포유류이다. 가끔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어야 하고,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주기적으로 물 위로 올라가서 뇌를 한쪽씩 번갈아 사용하는 종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돌고래가 공감능력과 소통능력, 바다 속이라는 환경에 적용하여 복잡한 음파를 사용하는 언어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능력들이야말로 한국외교가 세계 여러 나라들과 평화경제외교를 전개하는 데 꼭 필요한 특성들이다. 한 마디로 그동안 4강이라는 고래들 사이에서 눈치나 보던 새우 꼴 외교에서 돌고래 형상 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났던 고고도지역방어체계(THAAD)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문제를 둘러싸고 보였던 졸렬하고 수치스런 외교를 되돌아보자. 당시 한국 외교부는 미국과 중국 눈치만 보느라고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 외교의 기본원칙마저 내팽겨 쳐야 했다. 미사일방어체계배치는 미국국익에 기여하지만 중국국익에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런 양측의 이해관계 충돌지점에서 박근혜 정부 치하 국방부 장관은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고, 외교부 장관은 미중 양국으로부터 내편을 들어달라는 요청을 받는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외교안보 장관들의 황당하고 무책임한 표현과 행태는 심각한 문제였고, 국민우롱 사태였다. 결국 한국은 배치하지 않을 것처럼 모호하게 움직이다가 미국의 고고도지역방어체계를 전격 배치하고 말았다. 중국은 배신감을 느꼈고,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해 버렸다. 왜 그때 한국은 더욱 당당한 자주외교를 하지 못했을까? 이 여파로 제주섬을 찾던 중국 관광객은 쑥 줄어들었고, 지역경제는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러나 제주도지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외교의 방향은 분명하다. 원칙은 분명하게 전략과 전술은 유연하게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은 강화될 터이고, 두 나라사이의 무역 전쟁조차 가열되고 있다. 우리는 남북이 힘을 합쳐 한민족 우선주의 외교전을 꾸준하게 벌여야 한다. 그게 100년 만에 간신히 만들어진 최고수준의 자주역량을 120% 발휘해서 국운융성의 대업을 완수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제주도 역시 ‘세계평화의 섬’에 맞도록 비무장 평화의 섬을 지켜야 하고, 공항인프라 확충문제로 공공갈등이 장기화되어 도민들이 분열하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내는 악순환의 늪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제주환경용량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관광객 수요조사조차 불비한, 너무나 무분별하고 무책임하며 무사려한 공항신규건설 강행은 즉시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밖으로 눈을 돌려 활로를 찾아 나서려면 그런 내적 낭비와 마찰부터 해소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지사는 더 이상 도민분열의 원인을 제공하지 말고, 문제해결과 갈등조정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낡은 관행과 편견으로 점철되었던 구시대의 작풍으로부터 벗어날 때이다. 대한민국이 중견국가에 걸맞는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하듯이 제주 역시 단견이나 물욕에 휘둘리지 말고 장기 미래 전망을 하면서 긴 호흡의 실용주의 국제교류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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