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칼럼] '516로' 명칭변경 어렵다고? 명예도로명 지정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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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칼럼] '516로' 명칭변경 어렵다고? 명예도로명 지정도 고려해야
  • 김재훈 기자
  • 승인 2019.02.13 22: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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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쿠데타를 미화한다는 논란 속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5.16도로’(1131번 지방도). 서귀포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온 '5.16로'의 명칭 변경 의견 수렴 중이다. 그러나 도로명주소상 명칭 변경을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세대주, 토지주 등 주민 의견 수렴과 명칭 변경 동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서귀포시는 첫 번째 벽을 마주한 상황이다.

한 번 정해진 것은 바꾸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문제가 있든 없든 기왕 익숙한 것이므로 그냥 놔두자는 것. 그러나 5.16로라는 명칭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은 제주도민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지인들이 제주를 찾을 때 종종 묻곤 한다. 저 5.16로가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장악한 그 5.16군사정변을 기념하는 도로가 맞냐고. 제주도민들은 왜 아직 그런 명칭을 쓰고 있는 거냐고. 이런 질문 앞에서 곳곳에 걸린 ‘세계평화의 섬 제주’라는 슬로건은 무색해지고 만다.

현재는 한국 사회는 5.16을 명확하게 군사쿠데타, 군사정변으로 인식하고 있다. 5.16은 쿠데타는 실패했다면 내란죄, 군사반란죄로 처벌받았을 일이다. 1961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쏜 총알에 맞아 사망하기까지 무려 5-6-7-8-9대 대통령으로 국가 최고 권력을 누렸다. 장장 18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 또한 박정희는 친일 행위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고, 대한민국 법원도 그의 친일 행각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 성장에 대한 신화와 향수를 갖고 있는 이들은 도로명 변경을 반대하고 있다. 언론탄압과 관제언론을 통해 길들여진 탓이다. 우선 이들에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성장이 불가능한 것인지, 경제 성장과 국가 개발은 국민들의 피나는 노동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리고 아무리 독재정권의 국민착취식 경제성장을 높이 평가하더라도 쿠데타를 기념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현재 엉망이라는 경제를 잘 성장시킬 군인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군사반란을 허용하고 18년이라는 장기간의 독재를 허용할 수 있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대로 '혼이 비정상'이 아니라면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직접 뽑는 민주주의적 권리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시민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한 독재자가 나라를 삼킨 5.16군사정변을 기념하는 도로명 개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2016년 1월 제주시청 앞에서 진행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516도로명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한편 이런 논리도 있다. 5.16도로의 명칭이 교육적이므로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는 논리다. 암울한 역사지만 역사니까 그대로 둬야한다는 것. 이런 입장에는 그래서 이 도로명을 통해 얼마나 큰 교육적 효과를 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밖에 없다. 보다 본격적인 교육적인 효과를 내려 한다면 이 도로 곳곳에 군사 쿠데타의 문제점을 알리는 교육 자료를 설치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보다 교육적인 것이 또 있을까? 박근혜를 끌어내린 평화적인 촛불집회는 그래서 교육적인 역사가 되었다. 5.16군사정변을 기념하는 도로명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민주사회의 시민들이 직접 바꾸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교육적인 일이다. 여의도광장도 5.16광장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교육적 효과를 위해 명칭을 바꾸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했을까?

2016년 1월 서귀포시 중앙로터리에서 진행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516도로명 개정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법적 주소용 도로명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이 의지만 있다면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 명예도로명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여러 지자체에서 문화유산 등을 홍보할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명예도로명을 부여한 제주도내 도로도 여럿이다. 가장 잘 알려진 명예도로는 바로 ‘바오젠거리’다. 중국 기업 바오젠의 임직원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그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가, 도민 여론에 힘입어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는 공모를 통해 ‘누웨마루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상태다. 명예도로명 지정은 법적 주소용 도로명을 변경하는 절차에 비하면 상당히 간편하다.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 및 공고 등을 거치면 된다.

명칭에 담긴 역사야 어떻든 이 1131번 지방도의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늦었지만 총이 아닌 이 숲길의 아름다움에 더 어울리는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 한라산로·성판악로 등 지역의 자연이나 설문대로 등으로 제주신화를 내세울 수 있는, 그리하여 제주다움을 강조할 수 있는 명칭으로 이 길을 부르게 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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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2019-02-15 10:33:23
5. 15도로의 명칭이 껄끄럽고 명예도로명을 만든다면, 대부분의 도민들의 반대에도 제주도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는 시내 도로의 포장보다 5. 16도로의 포장이 우선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관철시킨 김영관 전 지사의 이름을 쓸 것을 제안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김영관 지사는 5. 16 군사쿠데타에도 참여하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