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조성태/ 아라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하루의 해가 저물어가는 쌀쌀한 3월 초순이었다. 친구의 자녀 결혼 피로연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신호등 가까이에 왔을 때 빨간 신호에 따라 차들이 서 있었고, 중앙선에 한 할머니가 지나가려는 듯 서 있었다. 차를 세우자 할머니는 창문으로 와서는 용담동에 태워달라고 하셨다.

용담마을을 막 지났어서 반대쪽으로 가셔야 한다고 말을 하였다. 할머니는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고, 아무래도 치매가 있는 것 같아 차를 길 한 쪽에 세우고 뒤따라 갔다.

할머니가 하는 말이 또렷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가고자 하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경찰의 도움을 받기로 동의를 구한 후에 112로 전화하였다.

기다리는 잠깐 사이에도 날씨가 쌀쌀하게 추웠고, 할머니는 춥다며 몇 번이고 지나가는 차가 아닌지, 돈을 주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일부러 자신을 도와주는 필자가 고맙다고 거듭 말하며, 자기와 같은 사람이 또 있는 지를 물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속상하여 할 말이 있어 언니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간다고 했다. 저녁이 되어가니 불안해졌고 당황스럽다고 하였다. 10여분 후에 경찰차가 왔고 할머니는 경찰차로 집을 찾아 나섰다.

할머니의 사례를 보면서 고령화가 급증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는 길을 나섰다가 집을 찾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그에 대한 준비를 해가야 할 것이다.

제주사회는 2018년 기준 노인 인구가 14.42%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도내 16개 읍·면·동지역에서는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한라일보 2019.3.22.). 중앙치매센터는 2017년말 기준으로 제주지역 노인인구 8만 9,965명 중 추정치매환자는 9,669명으로 추정되며 유병률은 10.7%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제주지역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는 2018년 이미 1만명을 넘겼고, 2025년 1만5천명, 2031년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치매 인구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현재 치매가 있는 노인이 길을 잃었을 경우에 도움을 주는 지원서비스로는 보건소내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위치추적기, 인식표, 지문사전등록을 신청받아 지원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분들에게는 치매검진을 하고 있고, 치매노인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의 지원서비스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용인원이 많지 않고, 이는 아직은 우리사회에 치매로 인한 불편사항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가까운 미래에 치매가 있어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보호체계를 갖추기 위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치매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우선일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회복지관에서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로대학을 매주 4일 운영을 하고 있어서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생활을 돕고 있고, 독거노인의 안부를 지역주민이 자원봉사자로 살피는 ‘우리마을 안심지킴이’, ‘독거세대 안전지킴이 봉사활동’ 등이 있다.

최근 국가에서는 소외계층인 장애인, 노인, 정신장애자, 노숙자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돕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전국적으로 시범운영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독거 고령자의 증가, 혼자 살아가기 힘든 소외계층의 증가를 대비하여 필요한 것이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전개함에 있어서 치매로 집을 찾지 못하게 노인들을 돕는 지원체계 준비도 요구된다. 더욱이 치매유병률이 제주지역이 전국평균보다도 약 2%정도 더 높다고 한다.

원하지 않지만 고령과 더불어 찾아올 수 있는 치매에 대한 지원체계가 점차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록 길을 나섰다가 집을 찾기 힘들어 졌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지원체계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해가 떨어지는 저녁 무렵이 되더라도 길을 잃어버릴까 불안하지 않을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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