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최종보고회를 밀실에서 강행하려다가 결국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최종보고회가 예정됐던 제주도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반대단체와 성산읍 주민들이 반대집회를 하면서 점거했다.(사진=김관모 기자)

국토부는 19일 오후 3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에서 최종보고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그러자 오후 1시경부터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와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농어업인회관 정문을 미리 봉쇄하고 집회를 벌였다.

그러자 국토부측은 회관의 대강당을 의자로 걸어잠갔고, 제주도 공무원과 자치경찰단이 회관 정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단체들이 정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제2공항 강행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전국농민조합연맹 제주도연맹에서도 "농어업 관련 업무를 보는 회관에서 제2공항 보고회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대에 동참한 상태였다.

최종보고회가 열리기 전부터 농어업인회관 앞을 점거하고 농성하고 있는 반대단체들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최종보고회가 열리기 전부터 농어업인회관 앞을 점거하고 농성하고 있는 반대단체들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한편 반대단체들은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제주사회를 바라는 제주도민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선언하고 국토부가 일으킨 제2공항 문제를 도민이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일방적이고 기만적인 국토부의 태도를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최종보고회의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되자 국토부는 대강당을 걸어잠근 상태로 보고회를 진행하려고 했고, 그 사실을 전해들은 단체들은 대강당 문을 억지로 열고 보고회를 막아섰다.

국토교통부가 최종보고회를 밀실에서 진행하려던 것을 막기 위해 단상에 올라선 반대단체들. 대강당에 아무도 없는 가운데 국토부는 막 보고회를 시작하려고 했다.(사진=김관모 기자)
반대단체의 거센 항의에 둘러싸인 전진 국토부 사무관이 공무원들의 비호를 받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이 과정에서 전진 국토부 사무관은 반대시위자들에 둘러싸인 채 거센 항의를 받는 등 곤혹을 치르다가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회관을 벗어났다.

보고회가 시작했었는지 얼마나 진행했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 사무관은 입을 열지 않았다. 

반대단체들의 항의를 받고난 뒤 회관을 떠나고 있는 전진 국토부 사무관. 기자들의 질문에도 전 사무관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사진=김관모 기자)

결국 대강당에 반대단체와 성산읍 주민들이 모여들고 제2공항 반대를 외치는 피켓시위를 하면서 결국 최종보고회를 파행으로 끝났다.

강원보 성산읍 반대위 위원장은 "국토부는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자기들의 사무실에 몰래 숨어서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를 해놓고, 용역이 다 끝나니까 도민 앞에서 발표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우리는 목숨을 걸고 관광객을 더 받아서 투기자본 배불리는 재앙덩어리 제2공항을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 위원이었던 박찬식 충북대 겸임교수는 "국토부는 논리적인 의혹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대중의 지지를 받아도 저들에게는 아직 힘이 있다. 앞으로 기본계획 고시하기까지 3~4개월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제2공항 반대를 외치는 성산읍 주민들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제2공항 반대를 외치는 성산읍 주민들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반면, 회관 밖에서는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제2공항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다"며 "국토부는 조속히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회관에 이어서 도청 앞에서도 집회를 열고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의지를 가지고 건설이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조만간 이번 최종보고회 파행과 관련해 조만간 보도자료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농어업인회관 밖에서 제2공항을 찬성하면서 조속한 건설을 촉구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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