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흔히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과 진짜 거짓말과 통계가 그것들이다. 통계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이 된다는 듯이다. 일반적으로 통계 수치를 들이대면 믿기 때문에 잘못된 통계해석이 가짜를 더 진짜로 믿도록 한다.

1980년데 초에 한국병원이 제주도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개원하여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하루는 기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넌지시 물었다.

“한국병원에서 환자가 제일 많이 죽는다던데요?”

“아마 그럴 거예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대답하십니까?”

“사실인데 그렇게 얘기 못 할 것이 뭐 있습니까?”

“아니 그렇게 환자가 많이 죽어도 됩니까?”

그제야 둔하게도 기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였다. 환자를 그렇게 많이 죽도록 하면 좋은 병원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었다.

“기자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환자가 많이 죽는 병원이 어디인지 아세요?”

“모르는데요. 어디입니까?”

“서울대학교병원입니다.”

“아니,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그렇게 많이 죽습니까?”

“중환자들이 몰리니 죽는 환자도 많아질 수밖에요.”

“얘기가 그렇게 됩니까?”

“제주도에서 한국병원에 중환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니 당연히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을 수밖에요.”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이걸 통계로 잘못 처리하면 서울대학교병원이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죽는 가장 나쁜 병원이 된다.

지난해에는 영리병원 문제로 다른 종류의 통계의 폐해를 실감하였다. 미국의 영리병원이 13%나 되어 ‘식코’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식코’라는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우리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허가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식코’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데 겁나지 않을 도민들이 있을까? 그러나 유럽 여러 나라가 미국보다 더 많은 영리병원형 병원(투자개방형병원)들이 있는데도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기지 않는 것은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왜 더 많은 투자개방형병원들이 있는 유럽 국가에서 ‘식코’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는가를 살펴보는 언론이나 시민단체를 볼 수가 없었다.

국제영어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제주도 학생들의 10% 남짓 될 것이다. 그 학교들 때문에 우리 제주도의 공교육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를 필자는 모르겠다.

통계를 왜곡하는 다른 예를 들어 보자. “통계 조사를 해 보니 모 고등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영어 실력이 뛰어났다.”고 하면 그 고등학교가 다른 고등학교보다 영어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대부분 오해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중학교하고 비교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정말 진짜 거짓말보다 더한 거짓말이 된다.

요즘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경제통계들이 이런 식이다. 자기 입맛에 맞는 통계를 끌어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니 같은 시기의 경제 상황을 완전히 다르게 보게 되는 것이다.

여러 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방난임사업도 비슷하다. 100명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도중에 포기한 사람들은 빼고 마지막까지 참여한 사람들을 모집단으로 하면 결과는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임신이란 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일이 지나면서 될 수도 있으니 같은 기간 동안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한 사람들이나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으로 임신 성공한 사람들과 비교하여야 하는데 그런 비교가 없는 것은 통계의 기초도 모르는 것이다. 감기는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1주일이면 낫는다. 그런데 약효를 조사한다고 1주일 동안 어떤 약을 투약하였더니 감기가 90% 낫더라고 약효가 90%라고 하는 것은 넌센스다. 그냥 놔두어도 임신되는 율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귀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임신할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행위가 될 것이다.

행정이란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배하느냐 하는 행위다. 그것을 엉터리 통계에 근거하여 분배하는 것을 정당한 행정행위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통계를 자세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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