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에서 ‘원희룡 퇴진운동의 방향과 전망’ 주제로 주민소환 도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30일 오후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에서 ‘원희룡 퇴진운동의 방향과 전망’ 주제로 주민소환 도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반년 만에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원희룡 지사는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허가를 발표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원 지사가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어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국내 첫 영리병원을 도입함으로써 공공의료보험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을 한 데 대해 주민소환 운동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지역 정당·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돼 출범한 ‘제주민중연대(이하 민중연대)’는 “도지사 퇴진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영리병원 허가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엔 제2공항 강행 추진에 초점을 맞췄다. 

민중연대는 30일 오후 7시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원희룡 퇴진운동의 방향과 전망’ 주제로 주민소환 도민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첫 주제발표에 나선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원 지사의 주민소환 운동의 가능성과 과제를 진단했다. 

강호진 대표는 “현재 제주는 제2공항·비자림로·봉개동쓰레기매립장·동물테마파크·오라관광단지 인허가·드림타워 카지노·예래휴양형주거단지 등 현안이 쌓여있다”며 “하지만 도민이 뽑은 도지사는 현안에 집중은커녕 ‘서울시민으로 돌아갈 생각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역 문제에 대한 원 지사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가 3개월째 출연 중인 KBS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사진=제주민중연대 제공)
원희룡 지사가 3개월째 출연 중인 KBS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사진=제주민중연대 제공)

이어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3개월째 고정 출연자가 되면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유튜브와 보수단체 강연을 통해 ‘보수대통합론’ 등 대중앙 정치 메시지를 날리며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원 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예능이 아니라 제주의 현실을 해결할 다큐가 필요하다”고 원 지사의 최근 행보를 꼬집었다.

주민소환 방향과 관련해선 “도지사로서 제2공항 사업을 도민들이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흐름에서 주민소환의 의제를 고민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주민소환 운동 주체가)제2공항 반대 단체 중심이 아닌 도민들로부터 보편성을 가지는 의제를 설정하고 세력을 광범위하게 펼칠 수 있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0년 전 강정해군기지를 일방적으로 추진한 김태환 전 지사를 상대로 전개된 주민소환 운동이 참여율 저조로 무산된 데 대해 “당시 운동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명이 8만명이 모이면서 절차를 거쳐 지사가 직무정지가 됐다. 정치인 입장에선 충격적인 일이다. 우리가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야권 통합과 혁신의 비전’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보수대통합론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원더풀TV' 캡처)
원희룡 지사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야권 통합과 혁신의 비전’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보수대통합론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원더풀TV' 캡처)

강 대표에 이어 하승우 더 이음 연구위원은 ‘주민소환운동의 정치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하승우 연구위원은 “주민소환 자체는 권력을 비우는 것이지 권력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주민소환은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제”라며 “주민소환은 모든 걸 거는 승부가 아니라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원 지사의 독주는 원희룡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독주를 방치하는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라며 “이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으면 원 지사가 아닌 다른 누가 권력을 잡아도 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소환운동을 통해 보수적인 지역권력 구조를 드러내지 않으면 지역사회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난개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소환운동은 도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정치인에게 경고장이 아니라 해임장을 보내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 양지호 제주 평등노동자회 위원장, 고경하 제주 주권연대 집행위원장, 문상빈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한편 주민소환이란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당 지역의 선출직인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불러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제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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