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구매팀

‘같이, 그 이상의 가치!’

“모두가 같이 할 때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더 큰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를 담은 올해 JPDC의 공공구매 슬로건이다.

올 추석에는 이러한 슬로건에 멈추지 않고 ‘같이’함으로써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천활동을 고민하게 되었고, 직원들과 함께 나눔배움 봉사활동을 기획하게 되었다.

같이 한다는 것은 그들을 단순히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해주고 파트너로서 같이 성장해나가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공공구매’와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하여 의미를 담고 싶었다.

흔히 많이 하는 기관방문 봉사활동이나 장애인시설, 사회적기업의 물품을 구매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설에서 근로장애인과 같이 상품을 만들고, 이해하며, 그렇게 의미있게 만들어진 상품을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연한 나눔배움 봉사활동 구상을 갖고 우선 제주시 유수암리에 소재하고 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한라원을 찾아갔다. 솔직히 우리의 계획이 괜히 기관을 번거롭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걱정을 안고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사무국장님과 직업훈련교사님의 반가운 모습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더군다나 공사의 많은 직원들도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약속한 날, 30여명의 공사 직원들은 6개조로 인원을 편성하여 각 조별 숙련된 근로장애인분의 지도를 받으면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툰 우리의 손길은 옆에서 차분하게 지도해주시는 근로장애인분의 도움아래 제법 먹음직한 단팥빵으로 거듭나 있었다. 가끔 내가 만들어 놓은 동그란 반죽이 맘에 드시지 않았는지 다시 자기 손으로 가져가서 마무리도 해놓고, 팥이 적다며 듬뿍 넣으라는 잔소리도 건네신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근로장애인분들은 우리에게 사는 곳 얘기도 물어보고, 회사는 어디에 있는지, 끝나면 뭐하는지 등등을 물어보며 제빵 선배님으로서의 여유있는 모습도 보여주신다.

3시간의 짧은 제빵과정이 끝나고 마지막 공정인 갓 구워낸 빵을 하나씩 낱개포장지에 담는 작업을 함께 하며 ‘제빵 선배님 덕분에 다음에 다시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겠어요’라는 애교섞인 아부도 전하며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었다.

빵만들기 작업이 다 끝나고 뒷마무리를 하다보니 퇴근하는 근로장애인분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먼가 할 말이 있으신 듯 해서 “다음에 또 올게요”라며 인사를 건네니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나가시면서도 “회사 교래리” 라며 씩 웃음을 보이신다. 빵 반죽을 하며 회사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 교래리라고 대답했던 생각이 문득 났다. 짧은 두마디 대화였지만 그래도 우리가 와서 번거롭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놓였다.

포장된 천 개의 빵은 추석 맞이 덕담문구와 함께 우리의 소박한 마음을 담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도내 노인요양시설로 전달하였다.

어르신들이 드시며 늘 반듯한 동그라미 모양의 고운 단팥빵이 왜 갑자기 울퉁불퉁해졌냐고 묻지는 않으실까 하는 소심한 마음까지 담아.

공공기관인 제주개발공사 구매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는 최근 ‘왜 공공구매를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많이 던져본다. 그리고 이번 나눔배움 봉사활동을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해본다.

근로장애인들은 분명 우리와는 다르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다. 하지만 그분들의 열정과 간절함은 우리보다 뛰어나다. 공공구매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 열정과 간절함에 우리의 구매는 희망이 된다. 우리의 구매가 그 열정을 뒷받침해준다면 그 분들은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더 큰 꿈을 꾸게 될 것이고 그것은 어쩌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이번 나눔배움 봉사활동은 나, 그리고 함께간 우리 직원들의 마음속에 공공구매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눈에 띄는 성장은 아니지만 공사의 공공구매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은 날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조금 더디더라도 견고히 자리잡기를, 이 견고한 인식이 밑바탕이 되어 비단 우리 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도 우리의 가치가 닿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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