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 청 씨(사진=김재훈 기자)
매기 청 씨(사진=김재훈 기자)

동물보호센터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는 매기 청 씨를 만났다. 홍콩 출신 매기 씨는 미국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대학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제주로 왔다. 2016년에 입도했다. 그러니까 4년 차 제주인이다.

낯선 제주도. 남편과 함께 하는 제주의 자연이 아무리 좋다지만 환하게 웃고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없었다. 제주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 끝에 그가 내린 답은? 고양이. 그는 2016년 7월 제주유기동물호보센터를 찾아갔다. 고양이를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통해 소소하게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친구들이 없어서 조금은 외로운 ‘제주살이’. 동물보호센터의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달래자.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엔 봉사활동을 쉽게 생각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고양이들과 놀아주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환경이 너무 나빴다. 마음이 안 좋았다. 애들이 이렇게 살고 있구나, 안 되겠다, 청소라도 잘 해줘야겠다. 대청소를 한 번 해주면 되겠다 생각했다. 다음날 갔는데 다시 제자리였다.”

‘맙소사’였다. 하지만 이내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렇게 매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동물보호센터 고양이동을 찾기 시작했다. 벌써 3년째다. 지금까지 ‘수, 목, 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매기 씨는 미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 지인에게 고양이를 입양했다. 첫 고양이였다. 이름은 ‘링시’. 링시는 10년을 그와 함께 살다 떠났다. 매기 씨는 현재 여덟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고 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고양이 네 마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중 두 마리는 임시 임시보호하다가 입양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입양을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파양돼 다시 돌아왔다.

반전이 있다. 매기 씨는 고양이털에 알레르기가 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일할 때는 마스크로 무장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다행히 알레르기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다만 좋아하는 고양이와 얼굴을 부빌 수 없을 뿐. 물론 여덟 마리의 ‘털 뿜는 괴물’ 아니, 고양이들을 ‘모시고’ 사는 만큼 청소는 필수다. 아주 필수다. ‘집사’의 숙명이다. 

버려진 동물, 학대받은 동물들이 들어오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 다치는 일이 한 둘일 리 없다. 버려지는 고양이들, 구조되는 고양이들이 많다. 많은 고양이가 동물보호센터로 들어오고 역시 많은 고양이가 보호처를 찾지 못하고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다. 좁은 공간에 여러 개체가 모이면 여러 가지 전염성 질병에 노출되기 마련. “아기 고양이들이 많이 들어올 때는 아침에 한 바퀴 돌면서 죽은 고양이들이 있는지 보고 치우는 게 일이에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양이를 입양하겠노라며 온 사람은 물건을 고르듯이 손가락으로 ‘이거, 이거, 이거’ 하고 고양이를 가리키고는 입양하겠다 했다. “입양해 갈 고양이들을 단 한 번 쓰다듬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우악스럽게 상자에 집어넣어서 데려갔다. 매기 씨는 울면서 그 사람에게 “차라리 고양이들을 데려가지 말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 고양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다. “애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사진을 보내 달라고 연락해도 절대 보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무례하다고 민원을 넣겠다면서...”

매기 청 씨(사진=김재훈 기자)
매기 청 씨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고양이를 버리는 것은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사진=김재훈 기자)

처음 고양이 기르려는 사람들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매기 씨는 "말이 통하는 사람과 살아도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면 된다. 고양이를 기르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다 해결할 방법이 있다. 나의 경우는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다."고 밝혔다.

"봉사활동을 나가면 마스크와 장갑을 낀다. 눈으로만 본다. 집에서는 청소를 몇 배 열심히 한다. 알러지라던가, 고양이가 배변 못 가린다거나 하는 것 다 해결할 방법이 있다. 하지만 버리는 것은 결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매기 씨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돌보는 고양이들이 죽을 때마다 매번 울게 된다고 고백한다. 동물보호센터는 가장 견디기 힘든 공간 중 하나가 된다. 그럴 때마다 마음앓이 하면서 어떻게 3년 동안 봉사활동을 이어왔을까. “그런데 그런 마음이 마비되어 버리면... 어떻게 보면 불쌍한 고양이들로 인해 슬프고 그런 마음이 내가 여기를 계속 오게 만드는 이유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진작에 봉사활동을 그만뒀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매기 씨는 집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들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기도 하다. 매기 씨 집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 매기 씨가 중성화수술을 시켜준 고양이 '치즈'가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고양이 사랑과 봉사활동을 가로 막는 지붕과 벽이 있을 리 없다. 인터뷰가 끝난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의 고양이들에게 캣맘 매기 씨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매기 청 씨(사진=김재훈 기자)
인터뷰 중인 카페 문 앞에 고양이 '치즈'가 찾아왔다. 반가워 하며 활짝 웃고 있는 매기 청 씨(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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