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위기 시대, 제주 제2공항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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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위기 시대, 제주 제2공항을 바라보는 시선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11.11 1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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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제주청년녹색당 대표
신현정 2019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신현정 제주청년녹색당 대표. (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 10월 15일, 제주지역 농민 단체들이 모여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상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농민들은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당장 내일의 삶을 걱정해야 하는 생존권 위기에 직면했다’며, 올 여름부터 이어진 태풍과 폭우로 인한 삶의 피해를 호소했다. 실제로 2019년 한국은 일곱 개의 태풍과 유례없는 피해를 겪었다. 이렇게나 많은 태풍을 겪은 것은 1950년 이후 처음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의 제주 제2공항

가을 태풍과 국지성 호우가 한반도에 더 자주 출현하고 있다. 전국의 폭염 위험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매 겨울마다 혹한을 겪고 있다. 여름마다, 겨울마다 긴급재난문자가 울린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의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1.5°C 이상의 지구온난화는 인구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사회적 소외계층, 취약계층, 토착민, 농업 또는 어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지역사회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제주 지역사회에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농민과 어민들의 생존권이 위태롭다. 제주도 동부 지역 지하수 염수대 확장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지적되고 있다. 

제주 해수면은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화산섬이라 지표수 발달이 어려운 제주는 수원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농민들의 삶도, 도민들의 삶도 위태롭다. 기후변화를 넘어, 이제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기후위기’ 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직감한다. 

이런 기후위기 시대에 제주에 공항을 하나 더 짓겠다고 한다. 제주도는 항공 수요를 늘려서 제주도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항공 수요 증가’ 과 ‘지속가능성’ 은 공존할 수 없는 문장이다. 비행기는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다. 

비행기는 1km를 이동할 때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만약 네 시간동안 비행기를 탄다면, 2030년까지 치명적인 수준의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1년동안 배출 가능한 탄소의 양인, ‘탄소 예산’의 5분의 1을 소요한다. 지구적 위기의 시대에, 탄소 배출을 늘려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다.

관광객을 늘려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것 또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버투어리즘은 오랫동안 제주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과도한 관광객 유치가 제주의 환경을 파괴하고 도민들의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 이미 제주의 환경수용량은 포화상태를 넘어 초과상태이다. 그런데 1500만 관광객도 버텨내지 못하고 있는 이 제주에 4천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제주는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는 항공 수요를 줄이는 방법으로 지역의 자족과 생존,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인데, 제2공항을 건설해 항공 수요를 늘리겠다는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2017년 제주의 지하수 사용량 상위 10곳 중 6곳이 골프장, 1곳이 호텔이다. (1위는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이다.) 

제주의 상수도 사용량 1위도 중문의 모 호텔이 차지한다. 10위권 안에는 리조트와 호텔이 줄을 서 있다. 신화월드 또한 한 달에 4만 2926톤을 사용한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자원을 더 많이 쓰라고 부추기는 셈이다. 멸종의 문턱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 시대에 말이다.

#불평등을 심화하는 기후위기, 그리고 제2공항

제주의 많은 청년들이 ‘보통의 삶’, ‘평범한 삶’ 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안정된 주거, 좋은 일자리, 결혼, 그리고 교육으로 이어지는 보통의 일상을 누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제주에서 그런 ‘보통의 삶’ 을 누리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제주 집값은 전국에서 임금 대비 최고를 기록한다. 2003년에서 2018년까지 제주의 아파트 평당 가격은 316% 상승했다. 세종시 다음으로 전국 광역도시 중 두 번째 순위이다. 

제주의 임금수준은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하며, 노동시간도 전국 평균보다 높다. 아르바이트 형태, 즉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노동자는 8만 6천여명으로, 도내 전체 노동자 중 23%를 차지한다. 전국 최고 비율이다. 제주에서 결혼하기 위해서는 신혼주택 비용 1억 4,189원을 제외하고도 5,512만원이 든다. 

만약 당신이 남성이 아닌 다른 성별이라면, 제주에서의 삶은 더 가혹하다. 제주지역의 여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79만원, 제주 남성 노동자의 65.7%에 불과하다. 전국 월평균 임금인 275만원과 비교하면 100만원이나 낮은 금액이다. 

너무나도 불평등한 삶이다. 다른 어느 것도 아니고 그저 ‘보통의 일상’ 을 누리기 위해 이토록 아등바등 노력하는데도, 제주의 청년들은 어느 것 하나 누릴 수 없고 끊임없이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불평등은 어디서 기인했는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DP)가 3만불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왜 가장 보통의 시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가.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 문제는 왜 나아지지 않는가. 

GDP에서 부동산 소득은 2015년 기준으로 무려 32.5%를 기록한다. 실현 자본이득과 임대소득을 합친 금액이다. 부동산 소유자들은 끊임없이 건설, 토건을 부추긴다. 거대 기업들은 철강, 자동차 등의 탄소기반경제를 유지한다. 그 대기업들은 정규직 노동자를 11%의 비율로 고용하고 불안정한 노동자의 삶을 만들어낸다. 불평등의 원인과 기후위기의 원인, 너무 닮아 있지 않은가.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동시에 만들어졌고, 이제 동시에 해결되어야만 한다. 

제주도 마찬가지지만, 시민들의 생활공간의 반경이 너무 넓다. 일하기 위해 멀리 이동해야 한다. 대중교통 체계의 지역별 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에 외지에 살수록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 제주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보통의 삶’은 탄소 덩어리인 셈이다. 결국 개인적으로도, 지구적으로도 지속 불가능한 삶이다. 

부동산 신화와 거대 개발이 끝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삶은 오지 않는다. 멀리 이동하지 않고 동네에서 살 수 있을 때,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도시와 집에서 살 수 있을 때에서야 삶이 지속가능해진다. 제주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는 1인 1전기차 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섬은 근본적으로 더 이상 자동차와 도로를 늘리지 않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도시를 계획하고, 더 이상 신규 공항을 건설하지 않아야 만들어진다. 제2공항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무엇인가. 거대한 개발과 건설, 부동산 지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다. 카본프리아일랜드와도, 지속가능한 삶과도 거리가 멀다. 

거대자본 유입과 대규모 개발 사업은 지역 청년들의 삶을 나아지게 한 적이 없다. 제주도정은 이전에도 신화역사공원으로 5천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허울 좋은 너울에 불과했다. 예상 고용인원 중 대학재학생과 고교재학생 채용인력이 2,900명이고, 일반인은 2,100명 규모였다. 60%가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일자리였다.직군도 호텔, 식음MICE, 놀이기구 관리가 3,800명이었다. 

개발 사업으로 지역 청년들의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제2공항을 짓고 나면 서귀포 지역에 24시간 잠들지 않는 에어시티를 조성한다고 한다. 그곳에는 또 무엇이 들어올 것인가. 테마파크와 호텔과 카지노, 대규모 관광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제주의 청년들은 또 다시 저임금 과노동의 단순 서비스직을 선택해야만 한다.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고, 그래서 멀리 일하러 가야만 하고, 부동산 지가 상승으로 살 집을 구할 수 없고, 열악하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곳에 살아야 하는, 또 다시 ‘탄소 덩어리의 삶’을 살아야 하는 비극의 고리이다.  

이제 그 비극의 고리를 끊을 때가, 아니 끊어야만 할 때가 왔다. 특별한 것을 누리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안전하고 따뜻한 주거, 잘 쉬고 잘 돌보는 사회, 적게 이동해도 삶의 필요가 만족되는 지역. 그리고 기후위기로 생존을 위협받고 멸종하지 않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을 뿐이다. 제2공항 건설이 그것을 가져다 줄 수 없음은, 심지어 그것들을 파괴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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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치 2019-11-11 19:57:54
제주의 문제를 제대로 짚었고, 특히 청년이 처한 상황도 잘 짚었네요. 기후변화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지역의 문제가 지구적 문제임을 잘 알겠어요. 우리는 관광지 개발로 더 잘 먹고 잘 살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