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주 제2공항 관련한 입장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은 공론조사 및 주민투표까지 거론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한 사안이다. 이에 도민들은 그간 청와대의 명확한 판단을 요구해왔다. 빗발치는 제주도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을 말을 아껴왔다. 문 대통령이 모처럼 제2공항과 관련해 입을 열었지만 그 내용은 빈약하고 모호하기 그지없었다. 그로 인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의 모호한 발언을 이번 ‘국민과의 대화’ 형식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치부하기에는 그 파장이 크다.

급기야 원희룡 제주지사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전화통화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TV에서 한 발언을 국토부 장관이 해석하고, 도지사가 다시 전달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원 지사에 따르면 김 장관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제주 제2공항은 이미 도민의 여론을 확인한 사항이고, 현 제주공항의 안전, 시급성,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원 지사와 김 장관은 전화통화로 도민 여론을 확인한 사항이므로 공론화를 거치지 말고 제2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첨예한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한 대통령 발언이 뜻하는 바를 도지사와 장관 간 전화통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온당한가. 김 장관은 대통령의 발언을 규정하는 월권행위를 자행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정확한 뜻을 청와대에 확인하라고 원 지사에게 말해야 했다. 그리고 정부 부처장으로서 공신력 있는 공문 형식으로 제대로 의견을 표명해야 했다.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터 국토부 장관이 청와대의 대변인 노릇까지 하기 시작했는가. 대통령 발언의 뜻을 국토부 장관에게 묻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정상적인 프로토콜인가. 장관이 말하는 것이 정답인가? 그렇다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모처럼 제2공항과 관련해 입을 연 문 대통령. 하지만 그 발언은 모호하고 내용은 빈약했다. 제2공항 입지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와 갈등 요인 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정도였다. 현재 화두인 제2공항 공론화 관련한 도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도 없었다.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통령이 수많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정리하고 얘기해야 한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현재 제2공항 공론화가 화두라는 점과 제2공항에 대한 문제 제기의 요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말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혹은 청와대 대변인이 말해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책사업으로 강정해군기지를 추진하며 상처를 입힌 제주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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