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범죄인 인도 협정으로 촉발된 홍콩사태가 시위대의 최후 거점이었던 홍콩이공대가 경찰 진압군에게 장악되면서 진정되는 듯 보였으나 24일에 실시된 선거로 야당이 압승하는 바람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애초에 중국과 홍콩 그리고 대만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다 살인을 하고 도피한 범인을 인도 받을 수 없게 되자 이런 사태를 막고자 협정을 맺으려고 하였다. 이 조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인들을 데려다 처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홍콩인들에게 번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홍콩이 1995년에 중국에 반환 되면서 50년 동안은 지금 체제를 유지하는 일국양제체제로 가기로 하였으나, 시일이 갈수록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던 젊은이들이 범죄인인도협정을 기화로 일종의 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 중국이 일반적인 국가라면 이토록 저항이 심하지 않았을 터인데 세계적으로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홍콩인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처음에는 시위가 지휘부가 따로 없이 산발적으로 이뤄져 홍콩 당국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시대가 바뀌어 지휘부가 없어도 SNS 등으로 동원되는 시위대가 점차 많아지자 당국도 점차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홍콩 당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점차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찰 지원을 시작하고, 심지어 경찰진압대까지 투입할 태세를 갖추니 온 세계가 긴장하게 되었다. 중국공산당정부는 1989년 천안문 사태 때에 본을 보인대로 국가정책이 결정되면 다수의 인명이 피해를 입더라도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는 성향이어서, 다시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세계가 전전긍긍하였다. 다만 천안문사태 때와는 다른 것은 그 때는 완전히 국내 문제였지만, 지금은 어떻든지 영국과의 협정이 존재하므로 다행히 중국도 섣불리 나설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다수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였으나, 다행히(?) 구의원선거가 치러지는 바람에 소강상태를 갖게 되었다.

구의원선거에서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는 데 힘입어 홍콩 선거 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범민주파가 85.8%나 되는 388석을 석권하였다. 물론 이번 선거로 홍콩의 통치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가 요구해 온 정치개혁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다.

이번 홍콩 선거를 보면서 민주주의의 장점을 제대로 보는 것 같다. 선거만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국민의 뜻이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과 민주주의 체제인 홍콩이 다른 점이다.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설파한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한 최대의 벌은 자신보다 못 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라는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요즘 투표율이 50%를 오락가락 하니 총 유권자의 1/3도 안 되는 표를 얻고도 당선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적극적 지지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의 의사쯤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라는 말도 있듯이,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이 많으면 그 나라 정치는 당연히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고 정치가들만 탓하는 것은 자기의 의무는 다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여겨진다.

요즈음 특히 젊은이들이 정치에 불만과 환멸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럴 때일수록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뜻을 대신하여 줄 사람을 대의의 전당에 내세울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제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후보자 선출에서부터 자신들의 뜻에 맞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하자. 이제는 우리나라도 많이 민주화가 되었으므로 야당을 지지했다 하여 불이익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니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말 국민의 뜻을 받들 공익심이 충만한 사람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그리되면 지금처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저희들의 당파이익에만 몰두해서 싸우느라 민생을 팽개치는 국회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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