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강민숙 의원이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가결하는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를 향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 16일 강민숙 의원이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가결하는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를 향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 16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년 제주도 예산이 가결에 따른 인사말에서 ‘10억 관행 배분’ 표현한 것을 두고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이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강 의원은 18일 제주도의회 제379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이같이 밝혔다. 

강 의원은 “우선 정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지난 본회의장에서 그러지 못한 데 대해 도민과 선배·동료 의원들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고 나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6일 원 지사의 인사말 문구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을 했다”며 “집행부(제주도)에서 의원에게 10억원씩 떡밥 주듯 나눠주면 의원들은 그 금액에 맞게 사업 예산을 담는다. 사실 개인 주머니에 담았다가 재량껏 풀어서 쓴다고 하는 표현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렇게 줬던 예산을 2021년 예산 부터는 도민에게 돌려준다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까지 10억원씩 배분받은 예산을 도민에게 안 돌려준 것인가.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유 재산이나 개인 사업에 썼단 말인가”라며 “원 지사의 표현은 의원이 개인적으로 썼던 돈(10억)을 이제 돌려준다는 뜻인데 왜 이에 대해 의원들이 반발을 안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전 개인적으로 10억원을 배분 받아본 적 없다”며 “그래도 저는 초선이고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 있으니 나름 제 자리에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발굴 사업에 예산을 편성해왔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하지만 신규사업이라 등 이런 저런 조건 때문에 다 잘린다”며 “이를 두고 의원이 중요한 사업이라 생각하면 왜 끝까지 방어하지 못 했냐고들 하는데 방어 못 하는 대신 부서끼리 의논해 다음 추경에 올리는 식으로 편성하고 있다. 저만 그렇게 받고 있냐”고 성토했다.  

18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79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강민숙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8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79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강민숙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강 의원의 발언 도중 의석 여기저기서 “의사 진행 발언이 아니다. 5분 발언으로 진행하라” 등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몇몇 의원은 뒤돌아 앉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 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김태석 의장은 원 지사를 향해 “지난번 본회의 때 의원 전체에 대해서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유감 표명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원 지사는 “기획조정실장이 경위나 내용을 정리해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답을 피했다. 

본회의가 끝나고 김현민 도 기획조정실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 심사 과정을 개선하는 절차에 합의해준 의원들게 정말 고맙다는 표현을 한 건데 이상하게 왜곡이 됐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는데 각 상임위원회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원 지사의 공식 사과 계획과 관련 "제 입장을 인사말에 그대로 실어달라고 건의했고 그에 따라 작성한 것이라 원 지사가 따로 입장을 밝힐 계획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의원실을 직접 돌아다니며 해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어 원 지사를 상대로 공식 사과와 함께 상설정책협의체 추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협의한 뒤 김성언 정무부지사에게 전달했다. 

한편 원 지사는 지난 16일 내년 제주도 예산안의 가결에 따른 인사말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님들께 10억원씩 배분해왔던 예산을 2021년도 예산부터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회가 거지냐", "도정에게 앵벌이할 일이 있느냐”는 등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