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서 신산리까지 이어진 해안도로 곳곳에 만들어진 환해장성. (사진=조수진 기자)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서 신산리까지 이어진 해안도로 곳곳에 만들어진 환해장성. 일부는 윗부분이 콘크리트로 마감돼 있었다. (사진=조수진 기자)

“복원이라고 해서 옛날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죠. 예산도 꽤 들였을 텐데 너무 엉터리로 만들어 놓으니까 지인들에게 소개하기도 민망하더라고요.”

김현중(가명·48·제주시)씨는 최근 제주를 방문한 지인들과 서귀포 온평 해안도로를 따라 운전하다가 황당한 광경을 봤다. ‘탐라 때 쌓은 만리장성’이라고도 불리는 환해장성이 엉터리로 복원된 채 버젓이 제주도지정문화재라고 소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에 따르면 환해장성은 1270년 고려 원종 때 제주도 해안을 따라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돌담으로 쌓은 성이다. 지금까지 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역은 온평·신산·곤흘·별도·삼양·북촌·동복·행원·한동·애월 등 10곳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긴 돌담성이 남은 지역은 약 2㎞에 이르는 온평 환해장성이다. 

예전 온평 환해장성(왼쪽)과 최근 복원된 환해장성(오른쪽). (사진(左)=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 홈페이지, 사진(右)=조수진 기자)
예전 온평 환해장성(왼쪽)과 최근 복원된 환해장성(오른쪽). (사진(左)=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 홈페이지, 사진(右)=조수진 기자)

김씨는 “예전에 봐왔던 환해장성은 돌담이 자연스럽게 쌓인 모습인데 지금은 너무 반듯하게 쌓여있어 보기 어색했다”며 “어떤 자료를 근거로 이렇게 복원한 건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온평리에서 신산리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곳곳에 지어진 환해장성을 가보니 김씨의 말대로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복원돼 있었다. 윗부분이 평평하게 콘크리트로 마감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이와 관련해 환해장성을 관리하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환해장성을 포함해 문화재를 보수할 땐 반드시 전문가의 고증을 거치고 있다”며 “옛날엔 성을 반듯하게 쌓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다. 

삼양환해장성.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삼양 환해장성. 반듯하게 돌이 쌓인 온평 환해장성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그러면서 “삼양 환해장성이 예전 환해장성 모양과 가장 가깝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삼양 환해장성은 온평과 달리 불규칙하게 돌이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한눈에 봐도 다른 모습이었다.  

한편 지난해 환해장성을 유지 및 보수하는 데 예산 1억5000여만원이 집행됐다. 올해는 긴급보수 비용으로 같은 금액인 1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매년 훼손 정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1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더욱 세심한 고증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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