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과 음력 설이 끝나고 본격적인 새해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고국에서 보내 온 우편 연하장이 줄어들면서 스마트폰의 연하장이 거의였다. 이렇게 시대는 변했지만 연하장의 그림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눈 내린 초가 삼간과 감나무에 한복의 가족들의 모습과 아기자기한 풍경은 고국에의 향수를 모닥불처럼 타오르게 한다. 초가 삼간만이 아니드라도 눈은 우리를 더없이 포근하게 해준다.

이렇게 오붓한 자연 속의 설 연휴에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피곤한 일상의 뒷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덕담을 주고 받는다면 그 동안 쌓였던 오해와 여러 갈래의 <마음의 빚>은 눈 녹듯이 녹아 갈 것이다. 

'마음의 빚'은 정서상, 이렇게 눈처럼 쌓여서 눈처럼 녹아 가는 서정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경제 논리의 손득을 떠나 이심전심의 침묵의 교감 속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서로를 돕고 감싸기에서 형성되는 것이 '마음의 빚'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외국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의 음성을 직접 듣지 못한 필자는 처음 인터넷에서 활자화 된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깜짝 놀랐고 처음에는 오보라고 믿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조국(曺國) 사랑'이라지만 이러한 발언을 할리가 없다면서 인터넷에서 다른 미디어 기사를 읽어도 마찬가지여서 유튜브 방송에서 확인했다. 그에 대해 '마음의 빚'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송구스럽지만 '이제는 조국 씨를 놓아 주자'는 발언까지 했었는데 필자는 아연실색했다.

그렇게 국민들이 반대했는데 한국에는 조국 씨 이외는 법무부장관 적임자가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인 결과 국정마비라는 대혼란을 초래했고、가족들의 파렴치한 연쇄적 비리로 결국 35일만에(9.9-10.14) 사표를 내고 수리되었다.

작년 이와 거의 같은 시기에 일본 정부의 법무장관(대신)도 사표 소동이 일어났다. 9월 11일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카와이 카쓰유키(56) 장관이 10월 31일 사표를 내고 사임했다. 사임 이유는 부인 카와이 안리(46) 참의원 의원이 지난 해 7월 참의원 지역선거(히로시마)에서 처음으로 당선됐는데 선거법 위반의 보도였다.

부인의 선거 때, 선거사무원의 보수를 선거법 법정을 넘는 액수를 지급했다는 기사가 10월 31일 주간지 <슈간분슌>에 보도되어 남편으로서 그 책임을 진다면서 동일 사표를 내고 즉각 수리되었다. 

아베 수상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명권자인 자신의 책임이라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한다면서 바로 사죄 표명을 했다.

어느 누구보다도 법을 지켜야 할 법무장관이 한.일 양국에서 그 법을 위반하므로서 빚어진 희극적인 단명 장관직이었지만 사표, 수리 과정은 전혀 다르다. 조국 전 장관은 가족은 물론 자신까지도 범법 행위 의혹이 계속 불어나는데도 그 자리를 지킬려고 했으며, 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인 대통령까지 감싸고 돌았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주간지의 불확실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부인의 선거법 의혹에 남편은 즉각 사표를 제출했고 임명권자인 아베 수상은 즉각 사표 수리를 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선거법 위반이 지금 열리는 일본 국회 예산위원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한.일 양국의 대응을 보면서 필자는 씁쓸하다.

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과의 인간적 관계가 아무리 끈끈하고 대통령을 위해 자기 희생을 했을런지 모르지만 연두 처음 열린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 그에 대해 '마음의 빚'을 졌고 국민에게는 이제는 '조국을 놓아 주자'는 발언까지 튀어나왔다.

'국민에게는 송구스럽지만 조국을 놓아 주자'고 호소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누가 조국을 붙잡았는가. 국민은 그가 장관 전인 민정 수석 때부터 안된다고 부르짖으면서 놓았다. 붙잡았던 것은 대통령 자신이 아니었던가. 이제 와서 놓아 달라니 정론(正論)의 상실된 부조리이다.

조국이 누구인가. 순백처럼 오염되지 않아 깨끗하고 정의의 사도처럼 지성의 전당에서 발신력을 갖었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 이면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도금(鍍金)의 이중성에서 국민을 속이고도 궤변 속에 반성을 모르는 도덕 불감증으로 전락한 가족이 아닌가 말이다.

이렇게 국민을 허탈감에 빠지게 한 조국 전 장관에게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 '조국을 놓아 주자' 조국에 대해서 '마음의 빚'을 졌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또 한번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했다. 본말전도로서 국민에게 말해야 할 '마음의 빚'이 어느 사이인가 '주객이 전도'된 꼴이 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의 '조국을 놓아 주자'나 '마음의 빚'의 공개 발언은 '국민은 저의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보증 서 달라'는 보증인 호소와 같이 들리고 있다. 이 말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다. "죄도 미워하지 말고 사람도 미워하지 말자'라고. 그러나 '마음의 빚'은 혼자 조용히 갚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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