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여름철마냥 굵은 비가 내리고

이어서 산간에 내려진 대설주의보 소식에 설렘을 담고 보목리로 향한다.

성판악을 지나면서 점점 맑아지는 날씨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하얀 한라산의 모습을 드러냈다.

솔향이 상큼한 아늑한 숲길, 아름다운 솔빛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조용히 숨어 사람들을 기다리는 듯

기암괴석들이 만들어내는 해안절경과 탁 트인 전망이 아름다운 곳

제주 올레길(올레6코스)의 숨은 비경 바닷가의 작은 세계

맑고 투명한 '소천지'가 눈 앞에 나타났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문섬과 범섬, 그리고 서귀포항

깍아지른 듯한 바위 벼랑으로 둘러싸인 짙푸른 난대림으로 덮여 있는 섶섬

섶섬~문섬~범섬으로 이어지는 서귀포 앞바다의 시원스런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기암괴석과 현무암의 이색적인 모습은 시선을 제압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이 이런 모습일까?

파란 하늘과 바위에 뿌리를 내린 녹색의 생명력 강한 나무

창꼼으로 바라보는 매력적인 눈 덮힌 한라산

최고의 뷰 포인트에 엄지 척!

[소천지]

서귀포시 보목동에 위치한 소천지는

바다 위를 둘러싼 바위 모습이 백두산 천지를 축소해 놓은 모습과 닮아

작은 천지 '소천지'라 붙여졌다.

해안가에 화산활동의 흔적

용암이 바닷물에 식으면서 굳어진 작은 웅덩이

높고 뾰족한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밀물일때도 완전히 잠기지 않는 특이한 모습의 물웅덩이

바다와 격리된 것이 아니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바닷가의 작은 세계

복잡하지만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독특한 모양의 바위와 바위 틈으로 물이 들어오는 길이 보이고

투명한 바닷물은 바닥이 훤히 드러난다.

'한라산을 품은 소천지'

소천지 안으로 눈 덮힌 한라산이 들어왔다.

물때도 맞아야 하지만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잔잔한 날에는

소천지에 투영된 한라산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곳으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림자가 만나서 완성되는

백록담에 눈이 쌓였을 때의 모습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잔잔한 것 같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금새 잔물결이 일고

소천지에 비친 눈 덮힌 한라산이 보일 듯 말 듯 잔물결과 숨바꼭질한다.

백두산 천지를 닮은 제주 속의 '소천지'

비밀스런 소천지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림자를 담은 작은 천지 '소천지'

새하얗던 백록담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빛을 잃어가고

작은 바람에 잔물결은 멈춘 듯 다시 일렁이길 여러 번

맑음과 흐림을 반복하던 미세먼지는 결국 한라산의 모습을 감춰버리고

바위에 앉았던 한마리 새도 미련없이 자리를 박차고 날아간다.

[용궁으로 들어가는 문]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바닷가

눈을 낮춰 바라보면 보이는 물웅덩이에 작은 생명체

겨울의 끝자락까지 버티며 피고 지기를 이어가는 겨울의 여왕 '동백나무'

따뜻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는 '밀사초'

보석보다 빛나는 청색의 열매가 아름다운 '맥문아재비'

척박한 돌틈에 뿌리를 내린 바닷가 '갯강활'

막바지 겨울바다의 주연과 조연, 그리고 엑스트라가 되어준다.

[동백나무]
[밀사초]
[맥문아재비]
[갯강활]

타원형으로 둘러싸인 기암괴석

험하고 뾰족한 돌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보여주었던 제주의 숨어있는 비경 '한라산을 품은 소천지'

아쉽지만 작은 미련까지 털어내고 자리를 뜬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시간이 멈춘 듯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숲 속

자연의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들꽃정원에는

언 땅을 뚫고 나온 봄의 전령사 '세복수초'가 기지개를 켠다.

똑똑똑! 봄이 걸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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