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치열한 생존경쟁 속 아름다운 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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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 칼럼] 치열한 생존경쟁 속 아름다운 승복
  • 김덕남 주필
  • 승인 2020.03.09 05: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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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워야 할 몇 가지 교훈

경쟁은 치열했다. 모두가 가진 끼(氣)와 역량을 총동원 한 듯 했다. 무대는 열정적이었고 현란했다. 관중은 열광했다. 감동과 환희의 물결이 넘쳐흘렀다.

지난 5일 밤 10시부터 방송됐던 TV조선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하 미스터 트롯)’ 제10회 차(준결승)무대가 그랬다.

이날 무대에서는 대한민국의 트로트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제공해줬다.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열광의 도가니였다.

트로트는 서민의 애환과 정서를 담아낸 대중가요로 이해되고 있다. 애절한 사랑과 슬픈 이별의 이야기, 고향을 떠난 나그네의 설움과 그리움 등을 내용으로 서민들의 심금을 울려왔다.

그럼에도 한때 ‘왜색 풍의 뽕짝’으로 업신여김을 받았었다. ‘빤짝 무대 가수의 천박한 사랑 타령’으로 따돌림도 당했다.

60년대 이후, 스텐더드 팝이나 포크송, 록 등 서양 음악에 밀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따돌림과 홀대가 진정한 서민의 애환과 농익은 한국인의 정서까지 짓밟지는 못했다.

트로트는 젓가락 장단이나 허벅 장단 등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이러한 민족적 감정을 풀어내는 노래로서의 ‘대중가요’ 또는 ‘전통가요’가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대중가요(트로트)를 대중문화의 가치로 키우고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하여 세계무대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면 한국의 대중가요 역시 그러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을 터이다.

아무튼 예의 ‘미스터 트롯’ 무대는 한국 대중가요의 가능성을 확대 재생산하기에 충분했다.

오디션 참석자들의 가창력이나 음색조절 능력, 음질 요리기술, 갖가지 퍼포먼스 등 무대매너는 보고 듣는 이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켰다.

온몸을 불사르듯 뜨겁게 녹여낸 열정은 전율을 느끼게 했다. 심장을 멎게 했고 쿵쾅 거리게 하기도 했다.

동굴 깊숙이에서 굴러 나오는 듯한 낮고 굵은 목소리는 오금을 저리게 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음역이었다.

유라 천정을 튕기는 듯 울리는 거침없는 높은 목소리, 찌르르 온몸을 감전 시키는 전율 이었다. 살 떨리게 하는 미성과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울림이었다.

곁들여 공중회전을 하며 노래 불렀던 태권도 스타의 태권도 묘기, 매혹적인 목소리로 관중들을 끌어당긴 뒤 펼쳤던 깜짝 마술쇼, 진기명기 같은 각종 퍼포먼스는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더해줬다.

세상 이치로 따지자면 출연자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살려면 상대가 떨어져 나가야 하는 것이다.

‘위키 백과’ 등 관련 자료를 참조한다면 ‘미스터 트롯’ 오디션 예심에는 1만5천여 명이 지원했었다.

여기서 103명이 예선 통과 했다. 이때부터 패자 부활전 등 그야말로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이었던 것이다.

1월2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방송됐던 생존게임에서 10회 차까지 살아남았던 트롯 맨은 14명이었다.

이들이 경쟁을 벌였던 준결승전에서 7명은 탈락했다. 생존 7명은 오는 12일 방송되는 대망의 결승전에서 자웅을 겨루게 됐다.

결승에 진출한 ‘최후의 7인’은 예심을 시작으로 214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셈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취다. 축하할 일이다.

사실상 이들은 결승 결과에 관계없이 훌륭한 트로트 가수로서 손색이 없다. 모두가 빼어난 트로트 가수의 면모를 보였다.

이들의 결승 진출은 ‘피와 땀과 눈물’과 고통을 극복한 극기와 인내의 결과다.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쥐어짜듯 최선을 다했다. 주저앉고 싶을 만큼의 좌절도 이겨냈다. 후회 없이 마지막 한 톨의 열정과 끼를 모두 쏟아냈던 것이다.

지난 제10회 차 ‘미스터 트롯’ 오디션 방송을 보면서 느꼈던 바다.

14명이 겨뤘던 준결승전 무대는 감동의 무대였다. 코끝이 찡했고 가슴이 뭉클했다. 온몸을 불살랐던 최선의 열정 못지않게 경쟁자에 대한 배려와 우애가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승자는 패자에게 다가가 두 팔 가득히 감싸 안았다. 따뜻한 위로였다. 패자 역시 승자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승자와 패자가 얼싸안았던 것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사람들은 단순한 승자와 패자가 아니었다. 함께 격려하고 함께 축하와 위로를 나누는 사이었다. 깊은 우애의 감정이 녹아 흘렀던 무대였다. 아름다운 관경이었다.

흥미진진한 ‘미스터 트롯’ 오디션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아름다운 모습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상대 또는 남이나 이웃에 대한 배려와 경쟁상대에게 승패를 떠나 진솔한 축하와 격려와 위로 등 인간 존중의 아름다운 관계를 일깨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미스터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워야 할 교훈인 것이다. 경쟁자를 적으로 생각하고 타도 대상으로 여기는 각박한 세태, 내 편만 살고 상대편은 죽기를 바라는 현실 정치권의 악덕, 배려는 없고 배척만 있는 사회 현상을 꼬집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실이 참담하고 부끄러운 것이다.

지난 5일 방영됐던 ‘미스터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률이 종합편성 채널, 케이블 TV 포함 역대 유료방송 프로그램 중 최고를 기록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을 터이다.

당시 ‘미스터 트롯’ 시청률은 33.8%였다. 한동안 인기리에 방송됐던 JTBC드라마 ‘SKY 캐슬’ 시청률 23.7%를 압도했다.

‘미스터 트롯’ 결승에 진출한 ‘최후의 7인’이 만들어 공개한 ‘코로나 19 퇴치 송’도 화제 거리다. ‘미스터 트롯’ 최후의 7인 트롯 맨은 “무조건 이겨낼 거야, 썩 물렀거라 코로나, 모두 힘 내세요”라는 글과 함께 ‘코로나 19 퇴치 송’ 내용을 공개했다.

박상철의 노래 ‘무조건’의 곡을 빌어 개사한 것으로 ‘코로나 19’ 예방수칙과 응원 메시지가 담겨 있다.

‘코로나 막을 예방 수칙은

손 씻기 무조건이야

코로나 막을 예방 수칙은

마스크 착용이야

소독제는 기본

손 씻기는 필수

기침할 땐 입을 가려줘

조금만 견디면 지나 갈 거야

코로나 물러 갈 거야‘

‘코로나 19’ 퇴치 송 가사의 일부다.

흥미위주의 예능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라도 인간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사회는 오늘처럼 인색하고 삭막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미스터 트롯’ 얘기를 넋두리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창궐하는 역병을 이겨내자는 소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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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2020-03-10 10:14:40
주필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미스터 트롯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적과 경쟁자의 구분이다. 적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지만, 경쟁자는 내가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활어를 수출할 때에 천적을 한 마리 함께 넣는 것이 물고기들의 생존율을 더 높이듯이 우리의 인생에서도 경쟁자의 존재는 내가 자만에 빠지지 않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존재다. 정치가들이 이런 이치를 이해한다면 우리나라는 더욱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