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제 다음 달 4월 15일에 열리는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름대로 지역과 국가를 위하여 일해 보고 싶은 분들이 여럿 입후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이 끝났으나 최대야당이라고 할 미래통합당에서는 후보가 아직 확정이 안 되어 다음 주에나 결정이 될 것 같다. 모두들 코로나 19 사태로 선거운동이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제주시을 지역이나 서귀포시 지역은 그나마 조용한데 제주시 갑 지역은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시끄럽다. 투표권자의 의사에 따라 상향식으로 공천이 되면 이리 시끄럽지 않을 터인데 지역의 실정을 모르는 중앙에서 결정을 하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입후보자 입장에서는 대개 몇 년 동안 준비했는데 지역 주민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중앙에서 멋대로 공천을 하니 속이 뒤집혀진다. 타당한 이유라도 내세우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런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 탈당하고 무소속으로라도 입후보하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러한 작태는 우리나라 정당들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당이 원래 목적대로 어떤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세워졌으면 이러지 않았을 터인데 정책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정당이 구성되다 보니 선거 때마다 정당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합집산이 이뤄지니 세력다툼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오랫동안 정당 활동을 한 사람을 제치고 갓 입당한 사람이 공천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공천을 주는 것을 조건으로 입당시키기도 한다. 또 당적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이 선거에서의 유불리(有不利)를 따져 입당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의석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비례대표용 정당까지 만들고 있으니 정말 가관이다. 새로운 선거법의 제정을 반대하던 그룹에서는 그런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선거법이 그렇게 개정되자 그런 정당을 만든 것이 그나마 이해라도 되지만, 그런 정당을 만든다는 것에 그렇게 비난하던 그룹에서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남이 도둑질하니 나도 도둑질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럴 요량이면 아예 비난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그나마 도덕적으로 덜 욕을 먹었을 터인데. 이 또한 대표적인 ‘내로남불(같은 행동이라도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미화하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난하는 행태)’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세대학교의 송복 명예교수님께서 ‘특혜와 책임’이라는 책을 통해 주장하신대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지도자들이 특혜는 누리면서 그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니 일반 국민들도 덩달아 그리 해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들어 그런 경향이 더욱 노골화된 느낌이다. 특혜를 받았으면서도 그것이 특혜인지 모르고, 그러니 그에 따른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윗사람이 옳지 못 한 행동을 하는데 아랫사람이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선도 못 해보고 탈락하신 분이 자기희생이 보수의 가치라고 하면서 당의 결정에 승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정말 대의를 위하고, 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국민의식조사를 해보면 국민들께서 가장 불신하는 그룹이 정치인이다. 이것은 정말 우리나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정치가 가장 숭고한 봉사가 되어야 하는데 가장 더러운 집단으로 평가 받아 정작 정치에 나서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몸을 피하니, 이렇게 되고서야 언제 나라가 올바르게 설 수 있을까! 봉사란 무대가성(無代價性)을 생명으로 하는데 가장 큰 봉사를 한다고 하면서 거기에서 개인적 이득을 얻으려고 한다면 가장 큰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국민의 수준이 낮으면 낮은 수준의 정부가 생기는 것이고, 국민의 수준이 높으면 높은 수준의 정부를 갖게 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일 년이 되기 전에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대통령이야 우리가 만날 수 없으니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알기 어렵지만, 국회의원은 그래도 지역 주민들이 알 수 있는 분들이니, 누가 사익(私益)보다 공익(公益)을 앞세웠는지, 누가 당선 되어야 나에게 유리한가를 따지지 말고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우리 제주도에, 우리 대한민국에 좋을지를 깊이 생각해 보고 투표를 하였으면 한다. 더군다나 금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선거가 큰 쟁점이 되어 있으니, 어느 정당이 한 표라도 더 얻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심사숙고 했으면 한다.

이번 선거가 우리나라를 올바로 발전시키는데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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