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삶의 문화가 배어 있는 용천수의 문화재 및 기념물 지정을 통해 용천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김민선․문상빈)은 제28회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19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오는 3월 22일은 제28회 ‘세계 물의 날’이다. 물 문제는 기후변화 문제와 함께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전 세계적으로 깨끗한 물 한 모금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인구는 수십 억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면에서 제주도는 뛰어난 수질을 자랑하는 지하수를 갖고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그 지하수가 지표면의 틈을 통하여 솟아나는 용천수들이 도내 곳곳에 분포한다. 역사의 발원처럼 제주지역 역시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제주도 지하수의 의미를 설명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 용천수의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독일의 사례를 주목했다.
“독일의 유명 관광지인 ‘라인스바일러’에는 1581년 조성되었다는 용천수에 ‘1581’이라는 표기를 해놓고 마을의 핵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주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역사적 가치가 남아있는 용천수들이 부지기수이지만 역사적 가치,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970년대 이후 지하수 개발이 본격화되고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용천수 이용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며 “각 가정마다 상수도가 연결되면서 용천수의 이용률은 크게 떨어지면서 용천수의 보전관리도 소홀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각종 개발로 마을 형성의 기원이었던 용천수는 매립되거나 파괴되기 시작했다. 남아있더라도 용출량이 줄어 이용이 어렵거나 관리부실로 수질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에는 용천수 보전정책으로 정비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오히려 용천수 원래의 형태가 훼손되고, 정비 이후 방치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주도에 분포하던 총 1025개소의 용천수 중 현재는 661개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각종 개발 사업으로 수백 개의 용천수가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현재 용천수를 보전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취약하고, 지하수의 공수관리를 규정하고 있는 제주특별법에도 용천수 보전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 관리 조례’에도 용천수로부터 반경 50m 이내 지역에서의 지하수 개발 및 이용허가를 제한하고 있을 뿐 건축 등 행위제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활용 및 보전에 관한 조례’가 2014년도에 제정되었지만 제주특별법에 법적근거가 없어서 유명무실한 조례로 남아있다.”며 “따라서 제주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용천수에 대한 보전을 보다 실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와 함께 실질적인 용천수 보전과 올바른 이용을 위해서는 제주에 분포하는 용천수에 대하여 문화재 지정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많은 국가지정문화재와 지방지정문화재가 있고, 자연생태계 지역도 여럿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도내 용천수 중에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한곳도 없다는 것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재 보호 조례’에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정문화재의 지정기준 중 하나도 ‘특색 있는 산악‧구릉‧고원‧평원‧하천‧화산‧온천지‧냉광천지’로 되어 있다.”며 “이중 냉광천지는 용천수 등을 의미한다. 제주도의 의지만 있다면 문화재 지정을 할 수 있는 법적 요건도 갖춰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곳들은 지방지정 문화재에서 더 나아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제주도는 용천수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661개의 용천수 중에 기준을 마련하여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곳들을 우선으로 지방지정문화재 및 천연기념물 지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제주도민의 삶의 문화가 배어 있는 용천수의 문화재 및 기념물 지정을 통해 용천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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