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이야기] 도쿄올림픽의 표류와 아베 수상
상태바
[김길호의 일본이야기] 도쿄올림픽의 표류와 아베 수상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3.22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일본 최고 권력자라는 아베 수상의 얼굴에서 최근 여유로운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강 중의 일강(一强中一强)'이라는 여당 자민당의 일강 속에 아베 수상 한 사람의 일강은 2선의 총재 임기 당 규칙을 바꾸고 3선 중에 있으며, 4선의 가능성도 자민당 고위층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수상 4기를 의미한다.

지난 해, 생전의 천황 승계 행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인지도가 약했던 '월드컵 럭비대회'로 일본열도를 달구었던 연장선에서, 56년만에 열리는 스포츠 최대 제전 도쿄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아베 수상으로서는 임기 중 남은 최대의 역사적 이벤트였다.

해마다 엄습한 미증유의 태풍과 폭우로 일본열도가 막대한 상처를 입어서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은 그것을 참고 극복하고 있었다. 이러한 자연 재해와 곁들여 아베 수상 자신의 비리 의혹도 계속 터진 해들이기도 했다.

아베 수상 부인이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에 신설하는 초등학교 명예교장이었던 모리토모학원의 초등학교 건설지인 공적 토지가 8억엔의 차액을 넘는 파격적인 싼 값으로 불하되었다. 이 의혹 추궁이 2017년 국회(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을 때 또 다른 의혹이 터져나왔다.

가케학원의 수의학부(獸醫學) 신설 허가였다. 가케학원의 이사장은 아베 수상과 대학 동기로서 친구 사이였다. 두개의 의혹은 아베 수상이나 측근의 '손타쿠(남에게 부탁하는 의미의 단어)'에 의해 일어난 비리라고, 두 의혹을 딴 합성어 '모리가케의혹'으로 국회에서 모든 안건 제쳐놓고 집중 추궁을 받았으나, 아베 수상과의 관계는 모두 무혐의로 끝났다.

일본 국민 거의가 아베 수상이나 측근의 개입을 믿고 있지만 '일강 중의 일강'의 권력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이것으로 끝나는가 했더니 지난 해에는 '수상의 벚꽃 보기' 행사에 아베 수상 선거구 후원회에서 대거 참가한 사실이 알려졌다.

수상의 개인적 행사가 아닌 공식적 행사에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에서 대거 참가한 것도 문제였는데, 일류 호텔에서 전야제가 개최되었고 그 비용이 선거법상 금지된 수상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출된 의혹이 불거졌다. 미꾸라지처럼 이 의혹에서도 수상은 빠져나갔지만 논리적으로 안 맞는 궤변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래도 아베 수상은 일강이라는 자신감에서 여유만만이었다. 누구도 그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없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은 달랐다. 아무도 달지 못한 방울을 스스로 제 목에 달아야 할런지 모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가 크루즈선에서 계속 불어나기 시작한 때도 이러한 의식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2월에 일본 국내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은근히 속으론 걱정들은 했었겠지만 올림픽 개최 여부와 연결되는 것은 최고의 터부였다. 3월이 되어서는 달라졌다.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만으로도 국가 비상 상태를 선포했는데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까지 맞물린 또 하나의 비상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다른 수상이었다면 자신의 비리로 만신창이가 되어 수상직을 사임했어야 할 의혹들임에도 불구하고 불사신처럼, 자신에 넘쳤던 아베 수상에게 있어서 도쿄올림픽의 연기와 중지론은 코로나 이상의 사활 문제이다.

물론 자신만의 문제만이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적인 불가항력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문제라지만 아베 수상과 일본 국민에게는 치명상 이상인 것이다. 특히 아베 수상에게는 최고 권력자로서 더욱 그렇다.   

아소 타로 재무상이 18일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는 발언을 해서 한국에서는 망언제조기라는 야유가 다시 터져나왔다. '40년마다 문제가 일어났다'면서, 1940년 토쿄올림픽 개최는 전쟁 때문에 중지, 1980년 모스크바대회는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락으로 서방측의 항의 보이콧이 있었고 2020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배려를 잃은 발언이 될지도 모른다고 일본 매스컴들은 보도하고 있었지만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은 것이 일본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아베 수상을 비롯하여 올림픽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완전한 상태와 환경 속에서 도쿄올림픽을 개최한다고 못을 박고 또 박고 있지만 일본 국민 반수 이상이 회의적이다.

일본 국내에서 돌이켜보면 도쿄올림픽이 개최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올림픽 유치에 조직위원장으로 앞장섰던 다케다 쓰네가즈 전 JOC회장은 유치 당시 금품을 제공한 위법 로비로 프랑스의 조사 대상으로 작년 도중 사임하여 기정 사실이었던 재선도 놓쳤다.

201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쿄 개최가 선정된 당시 이노세 나오키 도쿄도지사는 선거자금 5천만엔 위법으로 사임, 그후 새로 당선된 마스조이 요이치 도지사는 공사혼동의 공금 사용의 일상화로 사임하여 코이케 유리코 신 도지사가 취임하였다. 사임한 그들은 재임, 연임 가능한 인재들인데 스스로의 비리로 그만두었지만 전 자민당 국회의원이었던 코이케 유리코 지사에게는 더없는 횡재였다.

신축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처음에는 사바 영국 건축가의 설계도가 입상을 하여 건축하기로 했는데, 공사 직전에 사전 견적 비용보다 엄청나게 비싸고 일본의 전통 요소가 빠졌다고 새로 모집해서 당선된 설계안을 갖고 완성했다. 도쿄올림픽 엠블런 역시 처음 모집한 당선작이 기성 작품을 모방한 작품이라서 다시 모집하는 전대미문의 일도 일어났다. 어쩌면 상처투성이었는지 모르겠다. 

순조롭지 못한 추진 과정에서 경기 장소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었다. 마라톤은 아침 일찍 경기를 시작해도 토쿄의 더위는 문제가 많다면서 작년 11월에 갑자기 홋카이도 삿포로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코이케 토쿄도지사는 IOC가 결정한 뒤에야 알게 되어서 일대 소동을 빚기도 했다.

자민당 모리 요시로 전 수상이 도쿄올림픽 경기대회 조직위원장인데 같은 당 출신인 코이케 유리코 지사는 자민당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사퇴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되었다. 이러한 인연도 있어서 모리 전 수상과는 견원지간이었다. 마라톤 경기 변경만이 아니라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3월 20일 올림픽성화가 일본에 도착했다. 20일 춘분에서 부터 22일 일요일까지 3일 연휴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니라면 일본은 올림픽성화 행사로 일본열도가 축제 분위기 속에 뒤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복병으로 인해 성화 봉송 축제의 축소, 자숙 속에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삼켜버리고 있다. 

그래도 아베 수상과 올림픽 관계자들은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가 세계적으로 대량 발생하고 있는데 G7(선진 7개국 정상)의 수뇌들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예정대로 찬성한다고 아베 수상은 소개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도 찬성하고 있다는데 그는 다른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에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21일 미국과 영국의 수영연맹과 일본 복싱연맹은 연기,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는 중지를 요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아베 수상과 관계자들은 완전한 상태에서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하지만 그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고 있다.

과연 아베 수상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에 떠는 세계 각국 국민들에게도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일본에 사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쓰럽고 연민스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