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주년 4.3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사진=공동취재단)
제72주년 4.3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 피해자와 유족에 배·보상 방안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 대해 “마음이 무겁다”며 “피해자와 유족이 생존해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4·3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그렇게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시작할 때 제주의 아픔은 진정으로 치유되고, 지난 72년 우리를 괴롭혀왔던 반목과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를 위해 동백꽃처럼 쓰러져간 제주가 평화를 완성하는 제주로 부활하길 희망한다. 희생자들이 남긴 인권과 화해, 통합의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긴다”며 “국가폭력과 이념에 희생된 4·3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고통의 세월을 이겨내고 오늘의 제주를 일궈내신 유가족들과 제주도민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고 위로했다. 

또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라며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3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도 감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은 용서와 화해의 토대이다. 진실은 이념의 적대가 낳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라며 “지난 3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된 지 16년 만에 ‘추가진상보고서’ 제1권이 나와 집단학살 사건, 수형인 행방불명과 예비검속, 희생자 유해발굴의 결과를 기록했고, 피해 상황도 마을별로 정리했다. 교육계와 학생들의 피해를 밝히고, 군인·경찰·우익단체의 피해도 정확하게 조사했다. 진실규명에 애써준 제주4·3평화재단과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시행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4·3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임을 명시하고, 진압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적 수단이 동원되었음을 기술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제주도민들의 노력과 함께 화해와 상생의 정신까지 포함하고 있어 참으로 뜻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 4·3의 진실과 슬픔, 화해와 상생의 노력은 새로운 세대에게 전해져 잊히지 않을 것이며 4·3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미래 세대에게 인권과 생명, 평화와 통합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며 “진실의 바탕 위에서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사진=공동취채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사진=공동취채단)

문 대통령은 이어 4·3특별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부당하게 희생당한 국민에 대한 구제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본질적 문제이지만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며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4·3은 법적인 정의를 향해서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며 “지난해 열여덟 분의 4·3생존 수형인들이 4·3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재심 재판과 형사보상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고 지난 1년 사이 그분들 가운데 현창용, 김경인, 김순화, 송석진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국가는 아직 가장 중요한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의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존희생자는 물론 1세대 유족도 일흔을 넘기고 있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들도 고령인 상황에서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며 “정치권과 국회에도 ‘4·3 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 입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앞으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신고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추가 신고의 기회를 드리고, 희생자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해발굴과 유전자 감식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나가겠다”며 “‘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 운영을 통해 제주도민들이 마음속 응어리와 멍에를 떨쳐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관련 법률이 입법화되면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4·3은 과거이면서 우리의 미래이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은 4·3 그날부터 시작됐다”며 “아직은 슬픔을 잊자고 말하지 않겠다. 슬픔 속에서 제주가 꿈꾸었던 내일을 함께 열자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