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롯데면세점 제주 사원

저는 제주 땅에 발을 디딘 지 이제 겨우 1년을 넘긴 타지인 입니다. 저는 롯데면세점 제주의 신입사원으로 제주에 발령 받기 이전에는 줄 곧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나름대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터널과 같았던 취준생의 삶 속에서 롯데면세점의 합격 소식은 치열했던 경쟁 사회에서의 탈출을 알리는 ‘해방’과도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첫 직장생활의 행선지가 모두가 선망하는 제주도로 정해지자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이효리의 제주 생활을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리며 낭만이 넘치는 제주 살이를 시작하겠노라 굳은 다짐을 가져도 보았습니다. 물론 제주에 발을 딛고 한동안 이효리의 낭만 넘치는 제주 생활은 머릿속으로만 맴돌 뿐 팍팍한 직장 속에서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기절하듯 침대와 소파부터 찾으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다들 나에게 왜 이렇게 화를 내면서 말할까?” 특유의 제주 방언 억양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저는 점점 위축되었고 타지에서 온 저를 배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외로운 타지생활에서 저는 점점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저 혼자만 이들을 따돌리며 선망해왔던 첫 직장 생활을 외톨이로 쭉 이어갈 수 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렇게 고민을 수없이 반복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회사에서 주관하는 교통안전 캠페인 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제주시내 번화가에서 교통 안전 규칙을 준수하자는 내용의 홍보물을 전달하는 간단한 봉사활동 이었지만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제법 땀이 흘렀습니다.

교통질서 준수 캠페인을 하며 제주도민의 진심어린 격려를 받게 되었습니다.

“잘도 속암수다” 제가 무엇에 속고 있다는 것일까요? 길가는 도민마다 땀을 흘리고 있는 저에게 이렇게 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전하는 도민들의 미소와 저의 노고에 공감하고 있다는 표정에 비로소 그 속뜻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보상을 받기 위한 봉사활동은 아니지만 길거리에서 광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 적지 않은 도민들께서 수고한다는 위로를 보내주었고 이는 저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었습니다. 잠깐의 봉사활동을 통해 타지 사람이 보기엔 다소 불친절해보이고 퉁명스러운 말투 임에도 제주어 속에는 상대방을 향한 배려와 공감의 뜻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자연스럽게 제주도민들의 공동체로 녹아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엔 보육원 친구들을 영화관으로 초대하여 1일 산타가 되어 보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 롯데면세점 영업점 중 가장 높은 봉사활동 빈도와 참석률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이곳 제주였습니다. 길을 지나가던 중 우연히 만난 그 누구 하나가 자신의 이웃이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제주만의 공동체의식이 높은 봉사활동 빈도와 참석률의 원동력이라고 생각 됩니다. 도민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일 수 도 있다는 공동체의식이 소외된 소외 이웃의 굶주림을, 쓸쓸한 하루를 보내는 독거어르신의 외로움을, 안타까운 사정으로 부모와 분리된 보육원 원아들의 그리움을 감싸주기 위해 봉사활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바심이 해소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갖게 된 지금은 이따금 돌아오는 휴무일에는 동료들과 함께 작은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짧은 제주 생활 속 봉사활동의 경험을 통해 수려한 천혜 자연 경관과 청정한 환경으로 아름다운 섬으로 자리 잡아온 제주의 진면목은 모진 바람이 휘 몰아치는 척박한 땅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웃과 주변을 돕고 살아왔던 ‘사람과 공동체 문화가 아름다운 섬‘임을 비로소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제주만의 공동체문화가 물질 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한 우리사회에 더욱 빛을 내며 오랫동안 계승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용기 있는 봉사활동 동참을 소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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