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과연 우리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한 여러 선거들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1959년 ‘사상계’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글을 쓰셨다가 필화를 입으신 민족의 스승 고 함석헌 옹이 생각난다. 여당의 실정이 빤히 보이지만 야당이 집권한다고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으니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우리의 삶에서 훌륭한 경쟁자를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행운이다. 훌륭한 경쟁자가 못 되는 야당을 가진다는 것은 국민들의 불행이다.

우리들의 인생이 선택의 연속, 선택의 집합인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도 일종의 선택이다. 우리의 인생이 잘된 선택이 쌓이면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되고, 잘못된 선택이 쌓이면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되듯이, 선거도 잘된 선택이 쌓이면 우리나라가, 우리 지역이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 되고, 잘못된 선택이 쌓이면 그만큼 살기 어려운 곳이 된다. 그런데 우리 국민 중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기 어렵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의 선택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 동안의 선거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중에서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느라 그리 된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의사로 50년 넘게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또 사회의 존경까지 받으니 더할 수 없이 행복하였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의료보다는 교육이 더 큰 봉사이고, 교육보다는 정치가 가장 큰 봉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가장 못 받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정치가는 별로 없고 정치꾼들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프랑스의 조르주 봉피두 대통령은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사람이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하였고, 영국의 경제학자인 콜린 크라크는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다.”고 하였다. 독일의 슈뢰더 수상은 다음 선거에 불리할 줄 알면서도 다음 세대를 위해 연금개혁을 단행하면서 “지도자는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며, 국가이익은 권력의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민주화 이후에 이런 모범을 보인 정치가가 과연 몇 분이나 될까?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에는 본질이 무엇인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즉 ‘왜 이런 선택을 하여야 하나?’를 생각하여야 하는 것이다. 목적을 잊어버리면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급히 서울을 가야 하는데 공항에 나가 보니 서울행 비행기에는 3시간 이후에야 좌석이 있는데 부산행에는 금방 탈 수 있는 좌석이 있다고 부산행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가야 한다는 목적을 잊지 않았다면 3시간을 기다려 서울 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을 왜 뽑는가? 우리를 대신해서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고 있는 가 감시하고, 법을 잘 만들어서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도록 함이다. 그걸 ‘내 고향 사람이니까!’ ‘내 학교 후배니까!’ ‘우리 친척이니까!’ 해서 뽑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공익심이 깊으며 정직하며 우리의 뜻을 잘 반영할 것인가를 살펴서 뽑아야 한다.

당의 공천도 마찬가지다. 이 기준에 맞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선거권자의 뜻에 따라 뽑아야 한다. 다만 유권자의 뜻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공익심이 모자라든가 정직하지 않으면 공당의 공천후보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럴 때면 공천자를 달리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당연히 유권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것을 중앙당의 입장이나 대통령의 듯에 맞춰서 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드린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당선자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그 역을 충실히 이행할 것과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낙선자는 이번의 실패가 무엇 때문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한 번의 실패로 인생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며, 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또한 후보자들끼리는 서로 적이 아니라 훌륭한 경쟁자라는 생각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국정을 다룰 때에 경쟁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내가 발전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란 결국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며 화합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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