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칼럼] 코로나 사태 이후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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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칼럼] 코로나 사태 이후를 생각하며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5.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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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작년 말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19(COVID 19)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WHO에서 결국 Pandemic(세계적 유행)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태로 온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십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각 나라 정부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모든 산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여 온 세상 사람들은 세계적 공황이 초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

무역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경제적 타격을 많이 받는 가운데, 특히 관광으로 먹고 사는 우리 제주도민들에게 타격이 더 심하다. 앞으로도 이런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니 차제에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할 필요가 있다.

혈액이나 체액을 통한 전염성 감염, 예를 들면 말라리아나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은 모기를 박멸하거나 병에 걸린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을 삼가고, 콜레라나 장티브스 같은 소화기계 전염병은 먹는 것을 잘 익혀 먹으면 되지만, 홍역이나 인프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 같이 기침이나 호흡기 분비물로 전염되는 것은 확산 방지가 매우 어렵다. 결국 철저한 개인위생 준수와 사회적 격리를 택할 수밖에 없다.

호흡기 전염병 중에서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 전염력을 가지는 것은 그나마 방역이 쉬우나, 이번 코로나 19와 같이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전염력을 가질 경우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한 확실한 방역 방법이 없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다만 이번 우리나라가 초반의 실패를 딛고 방역 모범국이 된 것은 국민들께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시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이라 여겨진다. 이제 우리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감염은 확실히 줄어들었으나,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언제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집단감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확실한 대처방법은 치료약과 예방주사의 개발인데, 아직은 실용화 단계에 와 있지 않으니, 고식적인 방법인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다른 사람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모르는 사이에 내가 전염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병을 옮길 수 있으며,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보균자일 수 있어 부지불식간에 나에게 전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중앙이나 지방 정부에서는 공항이나 항만 검역을 철저히 하여 외국에서 들어오는 환자를 일차적으로 막고, 일반 시민들은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단 감염이 되면 증상이 있는 사람은 격리치료 하여야 하고, 병상 확보가 어려울 경우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사람들은 이번과 같이 생활치료시설에 수용하여 관찰하여야 한다.

이참에 비대면 진료인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긍정적이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원격진료로 말미암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공공의료시설을 늘리고,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이 관연 타당한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보다 공공의료기관과 의사 수가 훨씬 많은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선진국이 코로나 사태에서 저렇게 애를 먹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죽하면 의사들이 필요한 의료장구마저 모자란다고 나체시위를 할까?

사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대량의 환자가 발생하였다. 정부에서 사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비하였다면 정말로 세계적으로 모범국가가 될 수도 있었는데, 사태를 오판하여 세계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집단감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미리 대비하였으면,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우리 의료시스템으로는 넉넉히 처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200만 개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었으니, 수출을 통제하고 며칠분만 확보해 두었더라면 사재기나 매점매석, 가수요에 의한 그와 같은 마스크대란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기업이나 정부기관마다 필요 이상의 교육 내지 수련기관을 가지고 있어서, 여차하면 순차적으로 생활치료시설로 쓸 것으로 계획만 세워 두었어도, 자가치료라는 엉터리 대책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대구에서 병원마다 의료진이 모자라 아우성칠 때, 다른 곳에서는 환자가 없어 병의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면서 다른 환자들의 발생이 격감하였다. 소아과 환자는 대략 70% 줄었고, 다른 과 환자들도 2~30% 줄었다.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어린이 집이 문을 닫으면서 어린이 호흡기 환자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걸핏하면 병원을 방문하든 환자들이 코로나에 걸리까봐 병원가기를 꺼리니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평소에 우리나라 국민 1인 당 진료건 수가 세계에서 으뜸인 것으로 증명이 된다. 즉 구태여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분들조차 병원을 찾는다는 말이다. 이런 잘못된 의료행태만 고쳐도 우리나라 의사 수는 그리 모자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환자 1인 당 진료시간이 짧다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것은 국민 총의료비와 관계가 있는 것이니 따로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보다 공공의료기관이 많은 유럽에서 저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대답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인터뷰(동아일보 30702호 A10면)에 잘 나와 있다. 박 장관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나라가 모범국이 된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여러 역량이 집결된 결과라고 본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우수성에 기반한 메커니즘 덕분이다. 평소엔 민간의 효율성, 위기 시에는 공공성이 결합될 수 있는 기능성을 가졌다. 국내 의료체계는 공공의료가 병상의 경우 8.2%, 의사인력은 9.6%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민간 의료기관이 이번 사태에서 병상을 비워주고 환자 이송을 받아주는 등 대부분 질서정연하게 움직여줬다. 개인이 소유하는 병원이지만 국가가 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가장 큰 특징이자 다른 나라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체계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는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은 8.2%밖에 되지 않는데 의사인력은 9.6%가 된다는 것이다. 즉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면서도 공공의료기관은 적자를 본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의사들이 사용할 의료장구들이 모자라는 것도 이런 비효율성과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인건비에 쓰느라 많은 예산이 들어가니 의료장구 구입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둘째, 만일 공공의료기관이 많았다면 민간의료기관이 그렇게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었을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방역요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몇 년에 한 번 쓰려고 그 많은 인원을 공무원으로 뽑으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의료기관의 문제점 중 하나가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스크 생산 공장을 국가가 운영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 공장이 있었다면 이번처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모든 문제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장단점을 잘 따져서 선택을 하여야 한다. 명분만 가지고 움직이던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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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문철 2020-05-12 14:00:35
이 박사님의 글을 통해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시스템 간의 현실을
피상적으로나마 기웃거려 보면서, 상호 균형있는 발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