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과 계곡, 옛길이 함께 있는 '삼의악'

새로 조성된 주차장에는 성질 급한 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이

어젯밤 내린 비에 촉촉이 젖은 모습으로 탐방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산수국]

제주시내를 품은 원뿔형의 균형 잡힌 모습이 매력적인 '삼의악'

산천단 인근 5.16 도로변에 위치한 오름으로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오름 탐방 외에도 아라동 역사문화 탐방로와 연결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오름이기도하다.

정상에서는 한라산과 제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굼부리와 더불어 숲이 우거진 기슭 따라

자연의 깊은 맛과 탐방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오름이다.

오름 분화구 남쪽에 샘이 솟아나고 있어 '새미오름'이라 불린다.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돌계단을 오르니 삼나무 숲길이 길게 이어지고

이방인의 출입을 경계하는 듯 새들의 삐죽이는 소리는 아침 고요를 깨트린다.

가파른 계단에는 봄의 여신 '새우난초'와 '금난초'가 흔적을 남겼고

깊은 향이 느껴지는 편백나무숲길은 힐링이 되어준다.

[산불감시초소]

바닷가를 따라 솟아오른 오름들~

도두봉을 시작으로 사라봉~별도봉~원당봉~서모봉으로 이어지는 오름 군락

자연의 주는 깊은 맛과 비교적 전망이 좋아

삼의악 정상에서 느낄 수 있는 탐방의 묘미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편백나무]
[굼부리]

정상에서는

움푹 들어간 산정 분화구 너머로 완만한 숲이 이어지고

그 뒤로 부드러운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분화구 안쪽은 한라산과 마주하고 있고 예전부터 이곳은 혈이 있는 명당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묘들과 산담이 어우러져 있다.

[삼의악 샘 : 아무리 가물어도 샘이 마르지 않아서 방목 중인 마소들의 식수로 사용되었다.]

때죽나무 하얀 꽃으로 가득 채운 웅덩이

앞다리가 쏙~

뒷다리가 쏙~

까만 멘주기(올챙이)들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는다.

가는 길마다 풀이 무성하게 자랐지만

산수국 위로, 으름덩굴 위로, 고사리 위로 떨어진 때죽나무 하얀 꽃은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듯 하얀 꽃길을 걷게 해 준다.

 

비 갠 후 아침 햇살이 눈부신 계곡의 아침

녹음이 짙어가는 아름드리나무들, 산딸나무와 때죽나무가 어우러져 마법을 걸어오는 듯 

하얀 도화지 위에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낸다.

돌과 초록 이끼가 만들어낸 계곡 정원

하얀 나비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 십자가 꽃 '산딸나무'는 여름 숲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풀숲에 숨어 모습을 드러낸 꽃봉오리 '노루발풀'

오랜 가뭄에 바닥을 훤히 드러냈지만 웅덩이에 고인 물에는

때죽나무 하얀 꽃이 떠다니고 돌 주위로 수북이 쌓인 하얀 꽃은

자연스럽게 하트! 하트! 하트를 만들었다.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박쥐나무]
[가막살나무]
[사람주나무]
[노박덩굴]
[단풍나무]
[청미래덩굴]
[노루발풀]
[비짜루]
[진지동굴]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5년

제주도에 들어온 일본군에 의해 구축된 동굴 형태의 군사 진지

진지동굴을 빠져나오니 잡목이 우거진 숲 아래에는

제주조릿대와 산수국이 사열하듯 반겨주고

칼다리 폭포로 가는 길~

때죽나무에 둥지를 튼 단풍나무와 고사리, 달팽이의 간식 '목이'도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달팽이와 목이]

'비와사 폭포'

제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이라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모습이지만

큰비가 내리면 엄청난 폭포로 장관을 이루지만

오랜 가뭄으로 칼다리 폭포는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칼다리 폭포]
[고사리 평원]

산수국 길이 아름다운 오솔길 끝에는

푸르름을 더해가는 녹색의 초원 '고사리 평원'이 넓게 펼쳐진다.

고사리류가 한껏 푸르름을 더해가는 초원에는

어린 시절 간식거리가 되어주었던 찔레꽃이 향기로움을 더해주고  

보석처럼 피어난 늦둥이 '멍석딸기'

소가 풀을 뜯다가 뒷걸음친다는 '가시엉겅퀴'

풀밭에서 자생하거나 재배하는 귀화식물 '붉은토끼풀'

맑은 하늘은 갑자기 안갯속에 갇혀버렸지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초록의 풀들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찔레나무]
[멍석딸기]
[줄딸기]
[개망초]
[개꽃아재비]
[미나리아재비]
[등심붓꽃]
[가시엉겅퀴]
[붉은토끼풀]
[삼의악 샘]

가파른 계단의 편백나무 숲길 따라 주차장으로 향한다.

 

깨어있는 숲, 어느덧 오월을 지나 초여름으로 접어들었다.

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 길'

통 바람이 부는 수직의 정원 '삼나무 길'

깊은 향이 느껴지는 '편백나무 길'

솔향을 마시며 걷는 '소나무 길'은 편안한 숲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며 

걷는 내내 힐링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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