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장마 소식에 서둘러 한라산을 찾았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자동차 행렬~

아침 태양은 찬란히 떠올랐지만 성판악은 옅은 안개에 싸여 있고

아름드리나무 아래 돌 표지석( 해발 750m)은 숨어버렸다.

주차료 1,800원과 영수증을 교환하는 기쁨도 잠시

성판악 날씨는 오후 내내 흐림...

백록담의 속살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함박꽃나무를 만날 수 있을까?'

희망을 안고 출~발한다.

[해발 1,000m]
[속밭]

이곳(속밭) 일대는 1970년대 이전까지 넓은 초원지대였지만

인근 주민들이 우마를 방목하며 마을 목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던 곳으로

털진달래, 정금나무, 꽝꽝나무 등이 많아 '한라 정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삼나무 숲 속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외나무]

속밭을 지나면서 안개는 더욱 자욱하고

두 그루의 나무가 마주했던 X자 나무

부러진 나무는 제주조릿대에 가려 흔적조차 없고

홀로 된 외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부러진 나무의 존재조차 모른다.

계곡에는 분단나무가 이른 봄의 흔적을 남겼고

함박꽃나무는 이미 시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분단나무]
[함박꽃나무]
[사라오름 가는 길]

사라오름을 지나면서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

일찍 시작된 한라산을 적시는 변덕스러운 장맛비에 굳어지는 얼굴...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가는 발길은 무겁기만 하다.

 

대피소 안에는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간식과 따뜻한 차로 몸을 녹이며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드디어...

비는 그쳤지만 자욱한 안개로 뒤덮인 한라산

연기처럼 스며든 안개가 핀 길 따라 걷는 늦봄 한라산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산상의 정원의 봄꽃, 작은 희망을 찾아 떠나게 한다.

[해발 1,500m]
[해발 1,600m : 등반로 한 가운데 돌표지석]
[구상나무]

한라산 해발 1,400m부터 정상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는

고산지대의 대표적인 상록 침엽수 '구상나무'

암수 한 그루인 구상나무는 구과의 색에 따라 검은 구상, 푸른 구상, 붉은 구상으로 불리는데

4~6월에 꽃이 피어 9월 계란 모양의 솔방울 열매가 하늘을 향해 곧게 선 모양이

아름다운 한반도 고유 수종이다.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이란 구상나무는

고산지역의 다양한 모습과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수종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로 자생 군락지는 점차 사라지고 앙상하게 남아있다.

[함박꽃나무]

깊고 깊은 산속

고운 향기에 이끌려 발길이 멈춘 곳에는

함박웃음을 머금은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의 함박꽃나무는 숨을 멎게 한다.

시들어버린 함박꽃나무를 보는 순간 철렁 내려앉은 가슴~

해발 1,600m을 지나면서 깨끗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음 짓는

산골짜기 여인 '함박꽃나무'는 가슴을 쿵쿵 뛰게 한다.

[좀고채목(사스래나무)]
[팥배나무]
[윤노리나무]
[섬매발톱나무]
[마가목]
[노린재나무]
[산개버찌나무]
[아그배나무]
[홍괴불나무]
[붉은병꽃나무]
[흰병꽃나무]
[둥근잎천남성]

해발 1,800m 한라산 '산상의 정원'

한라산 특산식물은 우리나라 특히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한다.

정상으로 갈수록 고산지대의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며 

왜성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 한라산 식물들~

자욱한 안개 속, 장맛비에 흠뻑 젖은 채 막바지 봄을 노래한다.

[흰제비꽃]
[두루미꽃]
[흰땃딸기]
[두메대극]
[제주양지꽃]
[각시붓꽃]
[민백미꽃]
[설앵초]
[큰앵초]
[들쭉나무]
[산철쭉]

마지막 봄꽃 '산철쭉'

털진달래가 지기 시작할 무렵

한라산 해발 1,400m에서 피기 시작하는 산철쭉은

선작지왓을 따라 백록담에 이르면 진분홍 산철쭉의 향연은

막을 내리고 한라산은 서서히 본격적으로 여름을 준비한다.

[해발 1,900m]
[한라산 동능정상]
[백록담]

안개비와 바람치는 동능정상

백록담은 안개에 갇혀버리고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선 긴 행렬

정상에서 최종 하산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다.

[속밭 대피소]
[산딸나무]

혼자 걸어가는 안개 자욱한 한라산 숲길

녹음이 짙어가는 아름드리나무들,

십자가 꽃 '산딸나무'는 여름 숲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시원스럽게 나무를 탄 잔잔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등수국'

'때죽나무' 하얀 꽃은 꽃길을 만들어준다.

[등수국]
[굴거리나무]
[때죽나무 꽃]
[홍노도라지]
[호자덩굴]
[개족도리풀]
[출발 지점]
[박새]

봄과 여름의 길목에서

한라산은 속살을 쉽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안개에 휩싸인 한라산의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들꽃과 보낸 멋진 하루

잠시 일상을 멈추고 쉬어가는 여유를 찾았다.

 

아침 흐릿하게 보이던 '박새'는

촉촉이 젖은 모습으로 유혹의 손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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