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교래 '삼다수 숲길'
상태바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교래 '삼다수 숲길'
  • 고은희 기자
  • 승인 2020.08.08 2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꿉꿉한 장맛철~

일찍 시작된 장마는 길게 이어지고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

모자라고 못생긴 나무는 숲에 남아 거목이 되고

계절은 변함없이 숲에는 녹색 바람이 분다.

[조천읍 교래리 소재 수령이 300년을 훨씬 넘은 보호수 폭낭(팽나무)]
[삼다수 숲길]

한적한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중산간 마을은 회색 도시로 갈아타지만

삼다수를 머금은 제주의 숨은 숲길 '도리마을 숲길'

삼다수 숲길로 더 많이 알려진 숲길은

깔끔하게 정돈된 비밀의 숲길과 곶자왈이 어우러진 

아직은 사람이 발길이 덜 닿은 자연 그대로의 비밀을 간직한 숲길이다.

[포리수(파란 물)]

삶의 터전 '포리수'

화산섬 특유의 지질과 지형조건으로

척박한 화산회토와 빌레가 삶의 터전이었던 제주도

옛날 제주의 선인들은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물을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했는데

이곳은 교래리에 상수도가 공급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

교래 마을 주민들이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로 이용하던 곳으로

세 곳의 봉천수 중 포리수(파란 물)라는 이름의 물이다.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삼다수 숲길은

오래전 사냥꾼과 말몰이꾼이 이용했던 오솔길을

제주개발공사와 교래리 주민들이 함께 보존하면서 조성한 숲길이다.

한 그루터기에서 여러 가지가 생겨난 맹아림을 통해 벌목, 숯 만들기 등

4.3 사건과 6.25 전쟁 이후 제주도민의 산림이용문화를 엿볼 수 있다.

삼다수 숲길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재형 숲으로

수목이 지니는 경관미와 가치, 난대 낙엽활엽수림의 교육적 활용 가치 등을 인정받아

2010년 '아름다운 숲 경진대회'에서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수상했고

2017년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삼다수 숲길 아래 지하에는 천연 화산암반수인 삼다수가 숨 쉬고 있다.

아름다운 삼다수 숲길은

1코스 봄의 야생화길(1.2km, 30분 소요)

2코스 테우리길(5.2km, 3시간 소요)

3코스 사농바치길(사냥꾼길 8.2km, 4시간 소요)의 완주코스로

사철 푸른 삼나무 숲길과 봄의 세복수초 군락,

여름의 산수국길, 가을의 하천을 따라 물든 단풍, 겨울의 눈 덮인 삼나무는

사계절 무척 아름다운 비밀의 숲으로 다시 찾게 된다.

 

익숙한 풍경, 사농바치길을 선택하고

숲 속의 초록에너지를 느끼며 느린 걸음으로 추억의 길을 따라가 본다.

[삼나무]
[제주조릿대]

숲은 어두컴컴하지만 편안함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장맛비에 눈을 시원하게 하는 푸르름을 더해가는 진초록 '제주조릿대'

아름다운 노란꽃과 매혹적인 향기로 유혹하는 '큰뱀무'

조릿대 위로, 산수국 위로 얼굴을 내민 '말나리'

장맛비에 흠뻑 젖은 '좀비비추'

숲은 여름 향기로 가득 찼다.

[미국자리공]
[큰뱀무]
[말나리]
[좀비비추]
[뱀톱]
[관중]
[긴김의털]
[잣성]

한라산 중허리를 둘러싼 '잣성'  

 

잣성은 조선시대에 제주 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으로 제주도민들은 잣 또는 잣담이라 부른다.

해발 150~250m의 하잣성, 해발 350~400m의 중잣성,

해발 450~600m의 상잣성 등 해발 위치에 따라

잣성 역할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잣성]
[천미천]

제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이라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하천의 모습이지만

큰비가 내리면 급류를 이루며 장관을 이루는 폭포들이 산재해 있다.

천미천은 폭우시에만 물이 흐르는 건천으로

한라산 1,100 고지에서 발원하여 교래리와 성산읍을 걸쳐

표선면 하천리 바다로 이어진다.

천미천의 총길이는 25,7km로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하천의 바닥에는 크고 작은 돌개구멍이 발달해 있고

하천 단면에는 아아용암과 주상절리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천미천]

곶자왈의 생명 돌과 초록 이끼가 만들어낸 계곡 정원

 

축축한 삼다수 숲길에는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와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제주조릿대 아래로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숲의 분해자 '버섯'

화려한 색깔의 숲의 요정 버섯류들이 피어나며

또 다른 매력의 숲을 만들어간다.

[혓바늘목이]
[좀나무싸리버섯]
[세발버섯]
[노란창싸리버섯]
[장미무당버섯]
[제주조릿대]
[편백나무]
[수분을 마친 '산수국']

천미천 계곡 따라 걷다 보면

 

제주삼다수를 머금고 있는 삼다수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연녹색 조릿대 길은 편백나무 숲길로 이어달리기하고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아픈 상처를 달고 살아가는 편백나무의 흔적에 잠시 시선이 멈춘다.

계곡 주변으로 봄을 노래하던 봄꽃들은 흔적을 남기고

벌써 수분을 마친 뒤로 젖혀진 산수국의 헛꽃

막바지 장맛비가 아쉬운 듯 늦둥이 산수국도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때죽나무]
[때죽나무 '충영']
[박새]
[금난초]
[옥잠난초]
[산수국]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숲 속

 

노루들이 와서 물을 먹고 휴식을 취했던 곳으로

이곳은 옛날 꿩, 노루, 오소리 등 사냥터였다.

[노릿 물(노루 물)]

제주의 산담

 

산담은 무덤 주위를 둘러쌓은 돌담으로

영혼의 영역을 구획 짓는 역할을 하는 한편 소나 말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쌓았다.

그리고 목초지의 진드기 등을 죽이기 위해 불을 놓는 화입 시에

들불이 묘소에 번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였다.

[산담]

통 바람이 부는 수직의 정원 삼나무 숲

 

장맛비에 더 짙은 옷으로 갈아입고 사열하듯 반기며 환상의 길로 안내한다.

삼다수 숲길에는 제주 삼다수의 수원지가 위치해 있다.

 

삼다수는 빗물이 지하에 놓인 여러 겹의 용암과

송이층(구멍이 많은 현무암을 이루는 제주어)을 약 18년 동안 통과하면서 정제되고

유용한 화산물질이 녹아들어 만들어진 화산암반수이다.

[고사리류]

삼다수 숲길 초입과 끝자락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그 아래에는 고사리류가 넓게 분포한다.

[삼나무]
[쉼터]

푹신한 흙길  

 

코 끝에 닿는 젖은 흙내음

장맛비에 흠뻑 젖은 들꽃들의 아름다운 자태

짝을 찾는 새들의 아름다운 소리

숲이 주는 상쾌하고 맑은 공기에 짙게 베어나는 여름향기

인적 없는 고요한 비밀의 숲은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추억의 길로 아침을 열어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