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계의 파업 예고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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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계의 파업 예고를 보며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8.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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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2020년 8월 14일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였다. 많은 국민들께서는 의사협회가 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으며, 2000년 의료대란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에 경도되어 의사들을 비난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남에 있어서 일반 근로자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께서 이해하시고 의사협회의 주장에 귀를 기울려주셨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의사들의 파업은 국가와 의사들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며, 정부가 중요한 의료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할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배가 산으로 가게 되어 의사들의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국가와 의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1977년에 국민의료보험제도가 시작되면서 부터다. 가난한 나라에서 국가가 의료보험을 시작하려니 의료계의 희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당시는 유신시대여서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니 평소 진료비의 70% 정도의 수가에서 시작하고 차차 현실화하여 주겠다고 하였으나 그 후 단 한 번도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약품비는 실거래가로 받으니 의료비는 인건비에 해당된다. 그러니 의료비는, 현실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건비가 오르는 것만큼 오르는 것이 정상적이다. 2000년에 의료대란이 생길 때에는 마침 필자가 제주도의사회장을 맡고 있을 때여서 비교해 보았더니, 23년 사이에 인건비는 약 1300%가 올랐는데 의료비는 560% 정도 올랐었다. 참고로 물가는 그 사이에 530% 정도 올랐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물가보다 의료비가 더 올랐다고 하였다. 물론 물가보다는 더 올랐다. 그러나 그 사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가파르게 오르니 당연히 물가보다는 인건비가 더 올랐다. 물가가 오르는 것도 원료비가 오르는 것보다는 그것을 생산해 내는데 드는 인건비가 더 오르니 오르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물가보다 더 올랐다고 의료비를 올리는 것을 부당하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의료비를 물가에 연동하려면 다른 인건비도 연동해야 한다. 왜 의사들의 인건비만 물가에 연동해야 하는가!

2000년 의료대란 때도 보사부 담당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보니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이 의약분업의 본질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 하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니 정책이 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마침 의약분업을 추진하는데 정부 편에 서서 맹활약하였던 경실련의 이석연 총장과 대화할 기회가 있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15분 정도 설명하자 바로 이해하였다. 이 총장께서 서울로 올라가 의약분업을 실시함에 있어 정부의 안이 잘못되었음을 알리자 지금의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바람에 이 총장은 시민단체에서 왕따를 당해 경실련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의료의 특수성을 모르시는 분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정책을 만드니 의사 사회의 분노를 사는 것이다.

의사회의 주장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의사 수가 모자라니 일 년에 400명씩 의대 입학 정원을 10년 동안 늘려서 4000명의 의사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민간 의료의 도움 없이는 이를 처리할 수가 없고, 과에 따라서 의사 수가 모자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의사 수를 OECD 기준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의료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미국이나 카나다, 호주 같은 곳은 워낙 국토가 넓어 의사 있는 곳을 찾아가려면 한참을 가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주 산골을 제외하면 10 Km만 가도 의사를 볼 수 있다. 즉 지동차를 타면 10분이면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끔 나오는 얘기는 시골에 가면 전문의를 보기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만큼 전문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에 종합병원이 없다는 얘기는 의사가 아무리 많아도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의사가 많으면 좋은 점도 있다. 의사 한 사람 당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줄어드니 많은 시간을 의사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경비가 따른다. 국민 1인 당 의사 수가 50% 증가하면 국민 총 의료비는 2배가 오르고, 의사 수가 2배 증가하면 의료비는 4배가 오르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것을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 해 태어나는 어린이는 30만 명 미만인데 한 해에 배출되는 의사는 3000명이 넘고 있다. 즉 신생아 100명 당 한 명의 의사가 생길 뿐만 아니라 돌아가시는 분들을 계산하면 이 보다 더 빨리 증가하게 된다.(지금 돌아가시는 분들과 동년배의 의사는 그 수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일 년에 200명을 밑돈다.)

의예과 입학생 수를 400명 늘려서, 이 학생들이 낙제와 시험에 낙방하지 않는다면, 6년 후에 의사가 되고 5년이 지나 전문의가 되며, 3년 동안의 군대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려면 적어도 14년이 지나야 하는데(맨 마지막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23년이 지나야), 그 사이에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게 된다. 더더군다나 정부에서 10년 동안만 400명씩 늘리겠다고 하는데, 지금 약속하신 분들은 그 때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이니, 그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본인이 직접 약속한 것들도 지키지 못 하는 사람들이 한참 후에 올 사람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할 수가 있을까? 지금 대학들의 문제가 입학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 수의 추이를 계산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입학 정원을 늘려준 교육부의 책임이지만 지금 누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 있나요?

의사가 모자라는 분야는 정부의 정책실패로 말미암은 것이다. 누가 힘들고 수입이 적은 과를 하려고 할까? 지금은 영상의학과가 매우 인기가 높다. 그러나 필자가 수련을 받을 때나 IMF 사태 때에는 인기가 없었다. 이 시기에는 영상의학과로 개업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전공을 기피하였다. 의료에서 꼭 필요한 필수과들의 의사가 모자라는 것은 의료보험 수가가 잘못되어 그 과를 하면 힘은 드는데 수입은 별로 없어서 그러는 것이다. 공공의대를 만들어 세금으로 교육을 시키고 10년 동안 공공의료에 종사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일부 그렇지 않은 의사도 있겠지만, 의사로서는 가장 황금기인 43세에 공직을 떠나도록 하거나 나태한 의사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는 공공의과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공이 물먹는 하마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 경제적이다. 의사가 정 모자라면 지금 40명 정원인 의과대학의 정원을 의과대학 운영에 효율적인 80명으로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나 실습시설인 부속병원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대학에 배정해야 한다. 국가의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막대한 세금으로 충당하려고 하나! 더구나 의과대학을 정치적 논리로 의과대학 구실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지역에다 세운다는 것은 국가를 생각하는 공직자라면 반드시 기피해야할 일이다.

과거에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공공의료에 일정 기간 근무할 학생들에게 국가에서 장학금을 준 적이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가 나아지면서 지원자가 급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학금을 받은 기간만큼 국가에서 지정하는 곳에서 근무하도록 하였는데도 실패하였는데 6년 동안 혜택 받고 10년 동안 근무하라고 한다면, 결국 일반 의과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학생들이 주로 공공의과대학을 지원할 것이다, 즉 질 낮은 의사들이 공공의료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의료의 발전을 도모할 의학 분야 연구를 맡길 수 있을까? 의학 연구는 적성에 맞는 의사들이 신나서 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고, 공공의료를 맡는 것이 본인들에게 이상에 맞거나 이익이 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는 한방첩약의 보험화다.

지금 국가에서는 꼭 필요한 의료기술도 돈이 모자라다고 의료보험에 포함시키지 않아서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첩약을 보험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올바른 정신을 가진 공직자라면 말도 꺼낼 수 없는 것이다.

만일 한방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차라리 한의학보험을 따로 하자. 한방치료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방보험에 들도록 하면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여러 지자체에서 한방으로 임신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하였는데 결과는 자연임신 성공률과 엇비슷하였다. 심지어 태아에 유해한 성분까지 포함된 한약이 투약되어 말썽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 한방치료에 아까운 재정을 낭비하는 것은 국민의 귀중한 세금을 올바로 써야 할 공직자들의 자세가 아니다.

넷째, 비대면진료 허용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는 의사협회와 의견을 달리한다. 비대면진료가 의사협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민 건강에 위해한 경우가 있다. 문진에 의해서만 진단하는 것은 오진을 피할 수 없다. 이럴 때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분쟁을 여하히 잘 조절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 방침을 마련할 수 있다면 국민적 편의를 위해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런 선결 조건에 대해 합의를 이룬 다음에 해도 될 문제를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2000년 의료 대란 때도 대체조제에 대하여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같은 성분의 약들 사이에 약효가 다른 점을 인정하고, 약효동등성 시험으로 약효가 같은 약끼리 대체조제를 하기 위해 약사법 제정 후 5년이라는 준비기간을 두었는데 그 사이에 약효동물성시험을 하지 않고는 대체조제를 시행하면서 차차 시험을 해 나가자고 하여 반발을 샀고 결국은 지금 제도로 귀착이 되었던 것이다.

다섯째, 앞으로 자주 닥칠 수 있는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세계적으로 모범이 된 것이 아니다. 많은 부분 민간의료기관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하였기에 이룩한 결과다. 그런 공을 벌써 잊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만 전염병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 동안 헌신적으로 활동한 의료인들에 대한 모독이다. 더구나 지금도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의료인들을 맥빠지게 하고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할 일 없이 놀 공공의료 기관에 들어가는 비용을 민간에 지원한다면 다른 어느 나라 공공의료기관보다 우리나라의 사립 의료기관들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전염병에 대처할 것이다. 전염병 관리에 있어서 민간 의료기관이 빠지고 그걸 공공의료기관이 맡으려 한다면 우리나라의 재정은 얼마 안 가서 밑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공적 인원을 채용하였다가 필요성이 떨어졌을 경우 그 인원을 줄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를 자주 경험한다. 몇 년에 한 번 생길 수 있는 전염병을 대처하기 위해 평소에 그 많은 의료인들을 준비해 둔다는 것은 물자를 준비해 두는 것과는 의미와 차원이 다르다.

지금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졸속으로 처리한 것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의료제도를 손보는 것은 적어도 15년 앞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의과대학 정원 문제는 심각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큰 문제 중 하나이면서도 정부나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 하는 것에 로스쿨 문제가 있다. 국민들은 변호사가 많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미국의 의료문제가 복잡한 원인 중 하나가 변호사가 많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얼마 없어 우리나라에서도 변호사 과잉 문제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대표적 직업이 의료와 재판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개구리들이 자신들에게도 왕을 보내달라고 제우스신에게 요청하였다가 황새가 매일 밤마다 자신들을 잡아먹자 왕이 필요 없다고 하였으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일 밤 개골개골 운다는 이솝우화가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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