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약관 파기…소비자 "분노"
성수기 추가 공제에다 축소 운영

항공기 마일리지를 평생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껴두지 말고 생기는 족족 쓰라는 뜻이다.

최근 대한항공의 ‘느닷없는’마일리지 혜택 축소 발표를 보면 정말 실감난다.

현재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수는 1000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항공편 이용이 잦기 때문에 항공기를 이용하는 도민 대부분이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젠가는 '공짜 항공권'으로 태평양을 건너 보겠다는 꿈을 꾸면서 마일리지를 쌓아왔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지금껏 단골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잘 써먹다가 느닷없이 약속을 깰수 있는가? 적자 누적이니, 경영 합리화란 회사측의 해명보다 배신감이 먼저 든다.

마일리지 적립 기준도 축소 운영
제주-서울노선 500마일→290마일

고객 우롱하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내년부터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쌓은 고객들은 북미쪽 보너스 항공권을 받을 때 7만 마일을 공제한다. 지금 공제마일은 5만5천 마일이다. 유럽쪽 공제마일도 지금의 6만5천 마일에서 7만 마일로 늘어난다.

물론 동남아쪽은 지금보다 5천 마일 적은 4만 마일이 공제되고, 일본과 동북아쪽 또한 지금의 3만5천 마일에서 3만 마일로 공제폭이 줄어든다.

그러나 마일리지 혜택을 줄이는 데 주안을 두고 있는 만큼 고객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고객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마일리지 혜택을 내세워 손님을 끌더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느냐”는 배신감으로 모아지고 있다.

마일리지 적립기준도 까다롭게 해 국내노선의 경우 500마일 이하의 거리도 최소 500마일의 마일리지를 인정해 줬던 것을 2004년 1월 탑승분부터 실거리 마일리지를 인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누적분이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어 마일리지제도를 개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서울 탑승 때 쌓이는 마일리지는 기존 500마일에서 290마일로 축소되는 등 노선별로 최대 82%까지 혜택이 줄어든다.

또 제주 에서 도쿄, 나고야, 오사카, 베이징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편에 적용되던 1000마일의 마일리지 혜택도 실거리를 적용, 혜택이 21∼49% 줄어든다.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곧 마일리지 혜택을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이용승객이 늘어나면서 충당금 부담 도 늘어나 수년 내에 경영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외국 항공사 들과 비교해 그 동안 국내 항공사들이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 해 왔다"고 설명했다.
 
마일리지 혜택 회사 '입맛대로' =무역업을 하는 K씨(50·제주시 일도2동)은 지난 여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그는 일 때문에 여객기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특히 제주 노선은 매달 왕복 4회 이상 탄다. 그러나 마일리지를 이용하려다 불쾌한 경험을 당한 것. 마일리지 카드를 내밀자 담당 직원이 "성수기에는 마일리지가 50% 더 공제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성수기라고 해서 요금을 더 내고 이용해야 할 판인데 마일리지를 50% 추가 공제하는 데다 마일리지 적립은 평상시와 똑같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세상에 이런 불공정한 거래가 어디 있느냐!

또 마일리지 제도가 어느 정도 경영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는 지 충분한 성명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축복받은 마케팅' 수단 이라더니 …"=항공 마일리지가 처음 도입된 것은 80년대 초반의 일.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처음이다. 실제로 아메리칸 에어라인 회계팀은 1984년 영업이익 3억900만 달러 가운데 17.5%인 5400만 달러를 마일리지 마케팅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적립되고 마일리지 제도로 인해 공짜 손님이 돈을 낸 손님을 몰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당초 항공기의 빈 좌석을 활용해 평생고객을 확보한다는 취지가 빗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반전되는 데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둔감했다.

급증하는 공짜 승객들이 유료 승객들의 탑승 기회를 앗아가는 만큼 각 항공사의 누적 마일리지는 실질적인 부채항목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어 미국 항공사를 중심으로 마일리지 보너스 혜택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둬 왔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90년대 후반까지 마일리지 보너스 혜택을 가장 후하게 제공하는 항공사로 남았다. 대한항공은 93년에 오히려 마일리지 혜택을 확대했으며,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가 이끄는 스카이팀에 가입한 뒤인 2000년에야 겨우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결국 국내 항공사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지금보다 마일리지 혜택을 더 줄여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마일리지 약관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대한항공의 조처는 부당하다는 게 소비자단체 들의 지적이고 보면 향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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