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과 탐나는인재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왼쪽)과 탐나는인재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지난해 9월 “청년의 가능성을 제주의 내일로 연결한다”는 모토 아래 ‘긴 호흡’을 가지고 지역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취업과 창업을 위한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실험이 제주에서 시작됐다. 

제주더큰내일센터(센터장 김종현)가 문을 연 지 만 1년이 됐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는 획기적인 사업에 ‘다른 취·창업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다’, ‘다른 사업과 겹친다’, ‘매달 150만원 지급은 과하다’ 등 지역사회 내 다양한 비판도 있었다. 

우려 속에서도 ‘탐나는 인재(교육 프로그램 참가자)’ 신청 경쟁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며 센터를 향한 기대를 방증하고 있다. 실제로 탐나는 인재 1기들 중엔 취업과 창업에 성공한 청년도 속속 생겨나며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시 오라이동에 위치한 제주더큰내일센터 4층 사무실에서 김종현 센터장이 말하고 있다. (사진=김태윤 기자)
지난 25일 제주시 오라이동에 위치한 제주더큰내일센터 4층 사무실에서 김종현 센터장이 말하고 있다. (사진=김태윤 기자)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오라이동에 위치한 더큰내일센터에서 김종현 센터장을 만나 지난 1년간 경험한 변화와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탐나는 인재’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실험이었다. 초반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할 땐 혁신을 시도하다 실패해도 내가 책임을 지면 되고 실패하더라도 의미있는 실험이었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따라하게 된다. 하지만 공공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니 성과가 빨리 나지 않으면 자칫 좌초할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 또 공적인 자원으로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초반에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컸다. 게다가 청년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중압감이 강했다. 

-지난 1년간 소감은. 
=며칠 전 탐나는 인재 1기 친구들이 지역 기업과의 프로젝트 결과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가 있었다. 정말 많이 성장한 걸 알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역량 자체도 많이 발전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크게 변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성숙해졌다고 할까. 다들 철학자가 됐다. (웃음) 어떤 친구는 자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중요한 키워드는 ‘책임’이라고 하더라. 잘못했을 때 또 자신이 펑크를 냈을 때 고객이나 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데 대해 책임을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회사에 취업한 친구들의 업무 성과도 괜찮다. 이 친구들에게 교육 프로그램 기간이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느낀다.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탐나는인재' 참가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탐나는인재' 참가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센터가 문을 열 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외부에서 볼 때 150만원을 지원하니까 돈 때문에 신청하는 참가자들이 많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런데 청년의 눈높이로 볼 땐 어떨까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150만원은 아르바이트로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이다. 또 풀타임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고 토론해야 하고 많은 시간을 이 프로그램에 쏟아야 한다. 돈에 대한 매력은 크지 않다는 거다. 행여나 돈 때문에 들어온 친구들은 오히려 오래 버티지 못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기 때문이다. 

-모집 경쟁률 추이를 보면 1기가 2대1, 2기는 3대1, 3기는 4대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결국 탐나는 인재의 역량이 얼마나 성장했느냐, 좋은 일자리에 취업을 했느냐 등이다. 처음엔 가설만 있는 상황이었으니 많은 친구들이 긴가민가 했을 것이다. 하지만 1기를 거치며 자기들끼리 확인이 된거다. 또래 집단의 입소문은 굉장히 빠르다. 6개월이 지나고 올 4월부턴 1기 친구들이 실질적으로 기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창업 준비하는 시간으로 전환이 됐다. 그러자 가시적인 성과도 나기 시작했다. 참여 기업의 반응도 좋았고 창업 준비를 하던 친구들이 다양한 정부 사업에 응모해 예상보다 빠르게 성공했다. 교육 훈련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많은 과제를 주기 때문에 ‘빡세다’는 불만은 다소 있다. (웃음) 하지만 이를 잘 견뎌낸 친구들은 본인 스스로 성장하고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걸 체감한다. 센터 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탐나는인재' 참가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탐나는인재' 참가자들이 프로젝트를 두고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탐나는 인재들에게 ‘성장’은 무얼 의미하나. 
=우리 센터는 참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단순히 지식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서로 토론하고 발표하면서 멘토가 조언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듣는 교육에 익숙했던 친구들이 끊임없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한다. 자존감이 올라가는 거다. 미취업 상태인 청년의 경우 진로가 불명확하고 본인 힘으로 뭔가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상태가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는 역량을 길러준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토론을 통해 이를 발전시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과정을 발표하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그 친구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데 따른 두려움은 작아지고 회복탄력성이 생긴다. 또 성취했을 땐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아주 멋진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을 얼마나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억에 남는 친구 중 운동선수 출신 참가자가 있다. 대학교에서 프로젝트를 하거나 회사에서의 경험이 전혀 없던 친구였다. 경호원 일을 하다가 센터에 지원했는데 상대적으로 취업할 역량이 부족하니 우리도 이 친구가 잘 할 수 있을지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이 친구가 지역 기업을 다니면서 영업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서 영업 관리 분야를 시도하게 됐다. 엑셀을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친구라서 낮엔 일을 하고 밤엔 혼자서 공부했다고 하더라. 그 친구가 그때 했던 얘기가 ‘자기가 포기하는 순간 지는 거다’라며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엔 상대 회사에서 그 친구를 원해서 거기 가게 됐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청년 일자리 정책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기간이 많이 늘어났다. 다시 말해 청년들이 버텨야 할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 사회와 국가가 청년에게 그 기간 생계를 지원해줘야 한다. 유럽에선 이미 청년보장제가 발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수당 약간 지급하고 일주일에 한 번 교육 훈련하는 식으로 지원이 각 분야에서 찔끔찔끔 이뤄지고 있다. 우리 센터는 이 모든 걸 통합해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또 혁신이라는 건 좋은 커뮤니티가 형성됐을 때 가능하다. 센터에선 청년과 기업, 청년과 청년끼리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 아직 우리나라는 취업은 개인이 할 문제라고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기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청년이 사회에 진입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결국 지역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이다. 이 때문에 청년에 대한 투자는 효과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감하고 혁신적으로 이들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탐나는인재' 참가자참가자들이 프로젝트를 두고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제주지역은 1차산업과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아서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다.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처음에 센터가 문을 열 때 탐나는 인재 모두를 어떻게 취업시키느냐 하는 우려도 있었다. 제주도에 그런 기업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어느 지역이나 혁신적인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 프로그램에는 지역 기업을 조사하고 발굴하는 과정이 있다. 예를 들어 감귤을 고도화하는 사업을 알아보라는 과제를 내준다. 그러면 친구들이 지역의 산업구조를 이해하고 관련 기업들을 알아간다. 그러다 관심이 가는 기업이 생기면 매칭을 해서 인턴십을 시작한다. 취업을 하라고 하면 소위 ‘괜찮은 기업’인지 재고 따지지만 프로젝트를 하라고 하면 훨씬 시작하는 마음이 가볍다. 센터에서 훈련받은 인재들이 가니까 상대 기업에선 당연히 만족이 높다. 처음엔 남들의 눈높이에 맞춰 취업을 원하던 친구들도 기업을 잘 알아가면 자신에게 잘 맞고 자신이 성장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어려움은 없나. 
=기업과 대면해서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취소됐다. 기업을 모집하거나 결과를 지역에 공유하는 행사도 진행하기 어려웠다. 청년의 입장에선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업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센터의 역할과 책임이 더 커졌다. 하지만 우리가 ‘혁신’으로 시작한 기관이 아닌가.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도 혁신이다. 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교육 훈련도 비대면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센터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 이후 디지털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이다. 많은 비즈니스들이 온라인화하고 있다. 유통도 라이브 커머스처럼 인터넷 동영상을 활용한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청년이 더 할 일이 많은 시대다. 기존 기업은 오히려 어렵다. 하지만 청년들에겐 익숙한 환경이 될 수 있다. 변화와 미래에 대한 역량을 제공할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에도 좋은 기회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못가는 상황에서 제주도에 착륙하지 않고 하늘 위만 돌다가 가는 여행 상품도 히트를 치지 않았나. 또 국내지역 여행 수요는 조금만 지나면 강화될 건데 그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전엔 해외여행을 가려는 수요가 제주에 오니까 그들에게 어필할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관광이 좀 더 빨리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또 관광객은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바뀌고 체험 관련 시장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어르신 계층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관광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지난 25일 제주시 오라이동에 위치한 제주더큰내일센터 4층 사무실에서 김종현 센터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주더큰내일센터 제공)

 

-앞으로의 계획은.
=어느 정도 인력을 선발해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 안정화됐다고 본다. 다음 시도는 첫 번째 프로젝트 역량을 강화하는 것. 다양한 전문성들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효과를 봤다. 참가자를 선발할 때 전공이나 전문성에 기준을 두려고 한다. 디지털 분야에서 우선 선발하고 성공하게 되면 그린뉴딜에 해당하는 에너지, 바이오 등 트랙을 만들어서 각 분야 인재를 선발해 융합적으로 같이 배치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다. 선발된 인원들에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또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있다. 제주도가 내년 7월을 목표로 ‘일자리재단’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청년 중심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의 대상을 중장년층과 취약계층으로 확장하는 데 우리 센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제주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모든 도민의 눈높이에 맞추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우리 센터가 어느 정도 가치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혁신이 가장 위험한 때는 초기 모델이 만들어지고 다수가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과정이다. 이를 ‘캐즘(chasm·지층 사이에 생긴 큰 틈)’이라 말한다. 이걸 넘어서면 혁신이 일반화하게 되는 것이고 이걸 못 넘으면 좌초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도를 모두가 이해하기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캐즘에 빠지지 않고 극복할 수 있어야 우리의 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 이는 청년의 삶의 달리고 제주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우리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애정어린 마음으로 지켜봐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기사는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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