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민중연대가 '2020 제주민중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민중연대가 '2020 제주민중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국민은행 앞에서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분신을 했다. 그로부터 만 50년이 지난 지금 노동 현장에선 고작 20만원에 불과한 안전 센서가 하나 없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자에 대한 처벌은 ‘집행유예’.

14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에서 ‘2020 제주민중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노동자와 농민들은 △제2공항 저지 △민중생존권 쟁취 △사회불평등 해소 △식량주권 실현 △한반도 평화실현 △문재인 정부 규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정용조 민주노총 제주본부 부본부장은 전태일3법 쟁취 중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강조했다. 

정 부본부장은 “지난 2017년 현장실습하던 고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난 제주시 구좌읍 음료 공장에 직접 가봤다. 결정적인 원인은 프레스 기계가 내려올 때 안전 센서가 있었으면 아래 사람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올라간다. 그 센서가 20만원이다. 그걸 설치 안 해서 사람이 죽었다. 사업주에 대한 재판을 2차까지 했는데 결과는 집행유예였다”고 규탄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이전 삼다수 공장에서 똑같은 프레스 사고가 났었다”며 “당시 사업주가 처벌을 잘 받았으면 ‘(현장실습 고등학생이 숨지는)사고가 안 일어났을 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민중대회가 '2020 제주민중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민중대회가 '2020 제주민중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또 “최근 워낙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죽어서 언론과 정당에서 관심을 갖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처벌법이 아닌 산업안전보호법을 적용하려고 한다”며 “산업안전보호법을 하게 되면 기업주가 절대 처벌을 받을 수 없다. 우리가 민주당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문재인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국회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데 법안을 만들 때 노동부 관료 출신들이 들어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제한을 두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걸 막아내지 못하면 노조 활동에 어려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금도 생계 유지가 어려운 노조 전임자 월급에 상한을 두고 노동조합 상급단체에서 각 사업장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재계에서 꾸준히 요청해왔던 사안들이다. 이를 정부가 빠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초에 정부 입법으로 조용히 통과시키려 한다. 반드시 노동개악을 중단하고 전태일 3법을 쟁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태일 3법이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하도록 근로기준법 11조 개정)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3권 보장하도록 노조법 2조 개정)와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뜻한다.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2020 제주민중대회'에서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2020 제주민중대회'에서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앞서 발언대에 오른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는 “전태일 열사가 가신 지 50년, 광주 민주화 항쟁 40년, 내년이면 양용찬 열사의 30주기”라며 “그러나 여전히 우리 민중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민의 민생에 관심이 없는 정부와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 강행으로 우리 삶의 터전마저 빼앗으려 한다”며 “제주에 공항을 하나 더 짓는다고 과연 도민의 삶이 나아지겠는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제주의 자연환경을 보기 위해 오는 것이지, 난개발과 쓰레기, 하수 등이 넘치는 곳을 보러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제주는 난개발로 인해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민중대회가 ‘노동 해방 세상’, ‘농민 해방 세상’, ‘자주통일 평화세상’을 위해 제주 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내고 제주다운 제주를 지켜내는 결의를 모아내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2020 제주민중대회'에서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2020 제주민중대회'에서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은 “문재인 정부 지지율 추이를 보면 보수층이 늘어나고 진보층은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는 단기간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 정부가 민중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올해 장마와 세 번의 태풍으로 쌀 생산량은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 수출을 막기 때문에 식량위기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곡물자급률이 21%로 떨어졌으나 정부가 160조원을 투자해 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며 내놓은 한국판 뉴딜 계획에 농업은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양광 설치 등을 위해 농지를 훼손하겠다는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농업의 지속성을 높이고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와 직불금 인상 등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우리 요구가 닿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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