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회는 과연 제주를 위해 죽었는가’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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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회는 과연 제주를 위해 죽었는가’ 물어야”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1.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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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우 비오 주교 천주교 제주교구장 부임 기자회견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가톨릭회관 2층 대강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가톨릭회관 2층 대강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하느님과 이 세상 안에서 우리 역할은 예수님을 제대로 닮는 것입니다. 2000년 전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한 종교 지도자에게 세상을 푸는 열쇠가 있습니다. 그분이 추구하는 가치, 십자가를 짊어진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웃을 향해, 세상을 향해 죽어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앞에 놓인 고통과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십자가를 잘 짊어질 것인가…. 사제의 역할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그런 가치를 솔선수범하며 살아내는 것입니다.”

문창우(57) 비오 주교는 제주 출신 첫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됐다. 문 주교는 22일 오후 주교가 교구장에 취임하는 ‘착좌식’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가톨릭회관 2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주교는 제주교구 부교구장이었던 지난 3년 동안의 소회와 교구장으로서의 마음가짐, 갈등이 끊이지 않는 제주사회 내 교회의 역할, 코로나 시대 교회 대응 방향 등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갔다. 

문 주교는 1988년 이탈리아 포콜라레 영성학교에서 신학교육을 받고 1996년 광주가톨릭대학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수료했다. 같은 해 사제 서품을 받고 2007년 제주대학교 사회학 석사, 2014년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17년 주교 서품을 받고 이날 제주시 한림읍 이시돌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교구장에 취임했다.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가톨릭회관 2층 대강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가톨릭회관 2층 대강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제주 출신으로 처음으로 교구장에 임명됐다. 소회는. 
“더 똑똑하고 능력이 있고 제주 사회를 따듯하게 돌볼 수 있는 더 많은 분들이 있다. 하느님께서 제게 천주교 제주교회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하신 건 제 능력이나 자격이 됐다기 보단 하느님께세 제게 주신 엄청난 사랑 앞에서 앞으로 제주 천주교회가 어떻게 제주 지역사회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가. 어떻게 제주를 위해 살 수 있는가. 모든 걸 쏟을 수 있는가. (등을 고민하기 위해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한다.) 예전엔 교회라고 하면 성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라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교회만을 생각하는 신앙인은 절대 교회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많은 아픔과 갈등과 상처가 있다. 제주를 보듬을 수 있고 끌어안을 수 있고 헌신하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스도(‘메시아’라는 뜻으로 예수를 부르는 칭호)를 따르고자 하는 신앙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세상을 위한 교회가 될 것인가. 세상을 사랑할 교회가 될 것인가. 세속적인 의미에서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을 지향하는 데 작은 몫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주신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성직자의 위치는.
“하느님과 세상 안에서 우리 역할들은 예수님을 제대로 닮는 거다. 2000년 전 한 종교 지도자로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그 사건을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지만 세상을 푸는 열쇠는 예수님에게 있다. 그분이 추구하는 가치,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웃을 향해, 세상을 향해 죽어야 한다는 거다. 죽음만 있는 게 아니라 부활도 있다. 죽음과 부활은 단순한 교리적 지식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내는 열쇠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앞에 놓인 고통과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십자가를 잘 짊어질 것인가. 죽었다가 살아나는 단순한 소생 차원이 아니라 온전한 하느님이 바라는 세상과 색깔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신앙인의 역할이다. 사제의 역할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 그런 가치를 솔선수범하며 살아내는 것이다.”

22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이시돌 삼위일체 성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2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이시돌 삼위일체 성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이었던 지난 3년을 되돌아 본다면. 
“무엇보다 관점이라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까’를 많이 고민했다. 예수님을 목격한 제자들이 살고자 했던 가치는 한마디로 말하면 서로 간의 사랑이다. 사랑을 통해서 살고자 했던 그분들(제자들)이 세상이 변한 지금 살아있다면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게 된다. 제주에서 교회의 역사는 유배의 역사라 할 수 있고 4·3뿐만 아니라 신축교난(이재수의 난) 같은 사건에서 지역문화와 천주교가 어떻게 만났는가하는 시발점이 중요하다. 제주와 천주교가 만났던 이재수의 난이 내년이면 120주년이 된다. 신축교난 당시 서로 이해하는 교회와 문화의 방식이 달랐다. 오늘날 천주교인이 그런 걸 반추하고 반성하면서 갈등과 상처, 나아가서 제주도의 4·3이라는 상처 안에서 많은 아픔과 크고 작은 갈등을 얘기해야 한다. 그걸 법적이든 제도적이든 세상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차원이 있는 반면 교회에서 바라보는 치유의 방법도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넘어서서 하느님의 사랑의 눈으로 4·3의 현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제로 살아오면서 넘어지면서도 늘 붙잡으려 했던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사랑한다’였다. 십자가와 고통을 먼저 사랑하는 것, 모두를 사랑하는 것, 구체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목적은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한 백성으로서 하나가 되자는 취지다. 사랑의 가치를 제주 교구에 있는 신자들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 퍼뜨리는 운동들을 해나가고 싶다.”

-강정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에 이어 제2공항을 두고 주민과 도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일을 해나갈 땐 순서가 있다. 교구장으로서 엄청난 걸 해나가는 대책이 있다기 보다 ‘경청’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제주 현실이 어떠한가, 제주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등을 들어보려 한다. 제주의 현재 모습과 미래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듣고 싶다. 교회 내 전문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다양한 도움을 줄만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필요하다면 제주 천주교회 안 논의 구조에 초대해서 제주의 현실을 그대로 경청하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다. 내년 한 해는 어떻게 제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잘 들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 토대 위에 하느님의 시선이 가진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얘기하려 한다. 경청을 통해 교회 현실과 제주사회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신자들과 더불어 소위 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복음의 기쁨 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을 센터를 통해 어떻게 제주를 위해서 헌신할 수 있을지, 그런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려 한다. 사회 약자들이나 강정, 제2공항 등 오늘날 제주사회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면서 준비하게 될 내용을 센터를 통해 조직적으로 잡아가려고 준비 중에 있다.”

22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이시돌 삼위일체 성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2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이시돌 삼위일체 성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천주교 제주교구가 기념사업을 준비했다. 내년 예정된 교구 내 자체 사업은. 
“내년은 이재수의 난 120주년이다. 천주교와 제주 전통사회가 충돌했던 사건이다. 지난 2003년 심포지엄과 방송 등을 통해서 함께 화해하는 선언문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런 여정이 연결돼서 내년엔 심포지엄뿐만 아니라 관덕정과 황사평, 예전의 하논 성당터였던 서귀포본당 등 신축교난의 아픔이 있었던 곳에서 제막을 준비하려 한다. 더 나아가선 개인적인 계획인데 황사평에서 민군들이 주둔했던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천주교인 묘지가 됐다. 천주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기도와 추모다. 그곳에 납골당과 더불어 ‘화해의 탑’이라는 성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돌을 추모하고 기억하면서 역사를 잊지 않고 제주인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늘 변화하고 쇄신하는 공동체가 되겠다. 가능하다면 황사평이 제주도민들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시설이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생각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종교생활이 많이 위축됐다. 
“코로나로 신자들이 미사 오시는 걸 중단했었다. 제주도는 다행스럽게 확진자가 많지 않아 추이를 보면서 제주도의 방역 지침을 확인하고 이를 준수하며 온라인 비대면으로 미사를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완화돼서 방역 지침을 그대로 지키면서 미사와 소모임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데서만 허용해서 진행하고 있다. 보고에 따르면 다른 지역에선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미사 재개 후 아직 많은 분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1단계 보고에 따르면 70~80%가 돌아왔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신자로서의 생활은 대면과 비대면으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신자에게 주어진 좋은 점이 있다면 신앙의 소중함을 발견한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의무적으로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참석하다고 코로나가 벌어지면서 나에게 신앙이 무엇인지, 당연하게 성당에서 미사에 참여했던 걸 두고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이전엔 성당에 와서 성당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게 이뤄지는 신앙이었다면 이젠 성당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우리 삶 안에서 일상 안에서 이뤄지는 신앙을 고민해야 한다. 가정에서, 또 개인적으로 신자 생활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화두는 개방성이다. 교회가 제주를 향해 개방된 모습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또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우리 삶과 신앙적 가치 사이의 이원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제주 신앙이라는 것은 성당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제주도민이 찾아야 할 가치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성인(聖人·saint)이라고 했다. 오늘날 성인은 그 의미가 다르다. 하느님은 교회를 위해 세상 창조하신 게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세상을 창조했다. 세상의 가치를 위해 투신하는 사람들, 오늘날 성인은 교회뿐만 아니라 제주를 위해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제주교회는 과연 제주를 위해 죽었는가?’라고 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민에게 한마디. 
“오랜 역사를 지나오며 수많은 아픔들을 이겨내 주신 제주도민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지난날 제주의 아픔을 평화와 사랑, 기쁨의 가치로 승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함에 보답할 수 있는 여정에 함께 하겠다. 제주 조상들의 조냥(‘아껴서 잘 활용한다’의 제주어)정신에서 드러나는 공동체 정신을 관광객을 비롯한 제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함께 사랑하고 제주를 정말 아끼는 마음을 도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가톨릭회관 2층 대강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 가톨릭회관 2층 대강당에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천주교 제주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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