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제주문학 202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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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제주문학 2020 가을호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11.23 1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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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로나19의 확진자는 11월 21일 현재 330명으로 증가 일로에 있어서, 위기감 속에 새로운 방역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을 능가해서일본의 코로나19의 확진자는 날마다 역대 최고로 불어나서 언제나 톱뉴스이다.

11월 21일 하루 사이에 2,59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토쿄가 539명, 오사카가 415명 등으로 일본 총인구가 약 1억 2,580만명이고, 한국이 약 5,180만명인데 인구 비율로 비교해도 한국보다 심한 상태이다. 21일(토)부터 23일(월. '근로감사의 날'로 공휴일)까지 3연휴로서 '삼밀(밀집, 밀폐, 밀접)'의 주의 환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동포 최대 밀집지인 오사카 이쿠노 코리아 타운(속칭. 조선이치바: 조선시장)은 오늘도 한류붐으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남대문 시장 이상이다.

불필요한 나들이는 극력 삼가해 달라는 이런 일상 속에 며칠 전에 '제주문인협회(회장 고 운진)'가 9월 30일 발행한 계간지 '제주문학 2020 가을호'가 필자에게 우송되었다. 필자는 제주문인협회 소설가 회원이기도 하지만 우선 시부터 전부 읽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사람의 독자로서 110편에 가까운 작품(시, 시조, 동시) 중에서 읽은 몇 편을 게재 순으로 소개한다.

정수현 시인의 <황혼>이다.

 

황혼

 

수레바퀴 돌 듯이/ 세월은 흐르고/ 내 나이 어언 망구/ 아침놀, 저녁놀이/ 몇 번이던가?/

 

오늘도 하루를 마감한 태양/ 붉은 노을을 발한다./ 그 황홀경은 붙잡으려고 해도/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나도 거울이 비쳐보니/ 하얀 백발에 주름진 얼굴/ 이미 석양에 접어들어/ 저 노을처럼 사라지겠지./

 

80대에서 90을 바라보는 인생의 뒤안길에서 아침 노을이 주는 희망과 신선함도 마무리하는 저녁 노을과 그 의미는 다름없다. 오직 인생의 달관 속에 때를 기다리는 숙연한 연륜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다음은 한희옥 시인의 <무덤가 삔>이다.

 

무덤가 삔

 

간식이 흔치 않던 시절/따뜻한 봄과 여름 사이에/ 들로 산으로 쏜살같이 뛰어 다니다/ 허기를 느낄때쯤/ 삔 뽑으러 무덤가로 몰려간다/ 한웅큼 정신없이 띠를 뽑아 무덤가에 기대어/ 삔을 까먹는 맛이란 지금의 껌의 원조일듯/ 약간의 단맛이 입안에 번지면/ 삔을 까는 손이 더 바쁘다/ 가위 바위 보로 친구의 삔을/ 빼앗아 오기도 뺏끼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어려운 유년 시절 삔이 간식 대용이 아니드라도 그것은 별미였다. 이웃의 이웃으로 이어진 마을의 뒷동산에 있는 무덤은 시골 아이들의 더없는 놀이터였다. 그곳에 삔이라도 있는 무덤이 있으면, 마치 어린 아기가 부모들께 안아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무덤 위까지 서슴치 않고 올라 간다. 이것은 추억이 아니고 그 세대의 우리들 역사였다.

 

다음은 강문신 시인의 <차마 못할>이다.


차마 못할

 

마을 청년 회장이던 스물 몇 살 적이었어/ 그땐 미신 타파 운동 활발히 일었었지/ 여름철 청년단합대회를 지귀도(地歸島)에서 열었네/

 

소금막에 돌아와 보니 전분공장 빈터에서/ 큰 굿이 한창이었어 청년들 우르르 몰려가/ 그 판을 다 엎질렀네, 문득 한곳을 보니/

 

우는 듯 웃는 듯 창백한 환자가 누운 채/ 우릴 보고 있었어 덜컹 내려앉던 바다/ 며칠후, 그녀가 죽었단 소문 "아- 아- 그 가슴에 못! 박은..."/

 

본문의 '소금막'은 서귀포시 하효마을의 작은 포구라고 한다.

어느 시대인가 미신 타파라고 해서 마을의 당까지도 파괴하여 자취를 감추었다. 젊은 시절의 회한의 한 때를 작품으로 승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간 독자들도 읽고 공유할 수 있어서 위로를 받는다.

다음은 강상돈 시인의 <도배를 하며>이다.

 

도배를 하며

 

몇 십 년 앓아온 피부병이 또 도졌다/ 이제 더는 그냥 둬선 곪는 일 생길까봐/ 온몸에 멍울진 앙금 서둘러 떼어낸다/

 

전신마취 받으며 뜯겨나간 살갗들/ 일순간 일그러진 내 안의 공간에서/ 고단한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얼마나 괴로웠나, 초체한 몸 이끈 시간/ 많고 많은 사연을 벽면가득 펼쳐두면/ 이 가을 두 어깨 위에 굳은살이 맺힌다/

 

가을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큰 마음 먹고 도배를 한다. 몇 년 간의 삶의 체취가 응축된 벽과 이별을 해야 한다. 의인화 속에 병적인 곳을 고치는 것으로 작품화 시켰지만, 독자들은 병이 완쾌되어서 좋겠다는 긍정적 의식을 갖지 않는다. 떼어나간 도배지에 대한 그리움을 아쉬워한다.

 

다음은 문태길 시인의 <잡초라는 이름으로>이다.

 

잡초라는 이름으로

 

나무는 풀을 덮지만/ 풀은 나무를 덮지 않아/ 나무 밑 잡초들은/ 음지에도 견디면서/ 큰 비에 땅을 보듬다/ 흙 한점을 보탠다/

 

사람들은 함부로/ 잡초라며 짓밟지만/ 밟혀도 일어서고/ 일어서서 꽃 피운다/ 병들고 헐 벗은 이 땅을/ 잡초들이 지켰듯/

 

잡초에도 이름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냥 '잡초'라고 한다. 어릴 적에 이름이 있는데 '개똥아'하고 부르는 차원과는 전혀 다르다. 갑질의 금수저와 흙수저 차이처럼 그렇게 나눠진 자연의 계급사회이다. 그러나 보라. 잡초라는 이름의 그들의 밑거름이야말로 나무를 수풀로 만들고 수풀을 삼림으로 일구워내지 않았는가 말이다.

 

다음은 오승철 시인의 <이장바당>이다.

 

이장바당

 

꿔 올걸 꿔 와야지/ 사내를 꿔 왔다고?/ 방사탑도 막지 못한 4.3이며 6.25/ 옆 마을 함덕리에서 쌀 꾸듯 꿔 왔다고?/

 

여자는 안 된다고 그 누구도 말 안했다/ 저 바다 거센 물결/ 주름 잡는 대상군마저/ 이장 일 맡는다는 건 꿈도 꾸질 못했다/

 

그 어떤 난리통에도 갚을 건 갚아야지/ 몇 마지기 밭처럼 내어준 바당 한 켠/ 밤이면 별빛 한 무리/ 자맥질하는 가슴 한 켠/

 

1950년 화재로 성산읍 온평리 온평초등학교가 소실되어 지역 해녀들이 '학교바당'의 구역을 설정하고, 그곳에서 따온 해산물 수입으로로 학교를 지었다는 미담은 알고 있었다. '이장바당'은 처음 듣는 일이라 놀랬다. 그 사실에도 놀랬지만 푸짐하고 시원한 시인의 입담은 그 사실에다 덤으로 더 붙여주어서 읽는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다음은 진성기 시인의 <구덕(바구니)>이다.

 

구덕(바구니)

 

동그란 구덕 하나 속은 덜렁 비었어도/ 아슬한 추억으로 틈이 없이 차 있어라./ 구덕을 보노라면 옛 시절이 달려온다./

 

삼사월 장마지어 고사리 세 순 날 제/ 고사리 꺾으러 나온 할머니도 비바리도/ 허리의 구덕은 무거울수록 기뻤어라./

 

바닷물 썰물 때에 물 따라 내려가면/ 구덕 속 가득가득 보말이며 구쟁기며/ 그 바다 더러워진 오늘 구덕인들 어이리./

 

대나무를 엮어 만든 구덕은 고사리꺾기, 바릇잡기만이 아니고 대소상 때나 제사 때 등 여러 곳에서 사용해 왔다. 그 구뎍들은 지금 민예품으로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그래서 담을 구덕(바구니)도 지금은 여러면으로 디자인은 물론 사용시 편하도록 더욱 실용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의 문제로 더러워진 환경 오염 속에는 빈 구덕만 쓸쓸할 뿐이다.

 

다음은 김영기 시인의 <시 들다>이다.

 

시 들다

 

벌 나비/ 시든 꽃엔/ 날아들지 않아도/

 

시 든/ 단풍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

 

시월이/ 시들어가도/ 시 들어 고와요/

 

이 시는 동시란에 게재되었었다. 필자는 일반 시와 동시의 뚜렷한 구분의 개념을 지금도 딱부러지게 모른다. 그러나 가끔 '어른이 읽는 동시'라는 말은 사용한다. 어린이들도 읽어서 알기 쉬우면서도 어른들도 읽어서 납득하고 감동할 수 있는 시를 대했을 때는 그렇게 표현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어른이 읽는 시보다 동시가 더 많은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시월이/ 시들어가도/ 시 들어 고와요/> 이 표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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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im 2020-11-24 11:48:29
이해를 돕는 글과 함께 시 들을 올리고,읽은수있도록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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