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의 불씨’라 했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도민의견 수렴을 위하여 여론조사를 실시 한다”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합의문에 대한 일각의 반응이 그러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1일 공동발표 합의문을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도민의견을 수렴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따른 첨예한 도민사회의 찬·반 여론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제주도민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합의문의 주요골자는 ‘전체 도민을 위한 여론조사와 별도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도민 의견수렴 결과 국토부에 제출’, ‘갈등해소를 위해 도와 도의회 협력과 노력’ 등이다.

여론조사는 2021년 1월11일까지 완료한다는 것이다.

설문 문항은 “국토교통부가 성산읍 지역에 추진하려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1, 찬성 2,반대 (로테이션 질문) 하나로 구성했다.

여론조사 표본은 제주도 전체(성산읍 포함) 2000명과 성산읍 별도조사 500명이다. 2개 조사업체를 선정하여 유선 20%와 무선 90%(안심번호)비율로 조사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2개 여론조사 업체에서 각각 2개씩(전체 조사와 별도조사) 모두 4개의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벌써부터 여론조사와 조사결과에 대한 갖가지 의문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조사결과의 정책 반영 여부에 대한 이견(異見)이다. 도와 도의회는 합의문에서 ‘도민의견 수렴결과를 국토 교통부에 제출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만 하면 도와 도의회의 역할과 책임은 그만 이냐”는 지적이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보내 그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여론조사 결과의 정책 반영 여부에 대한 도와 도의회 간의 딴소리에 근거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의 정책 반영 여부에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업에 따른 도민 갈등해소와 정부 정책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용일 뿐’이라는 시각인 것이다.

도와 도의회가 함께 발표했던 ‘제주 제2공항 건설 도민 여론조사 안내(멘트)에도 ’제주도민 갈등해소와 정부 정책에 참고하기 위한 조사‘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도의회의 시각은 다르다. 도의회 측은 “국토부의 정책 반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다. ’정책 반영‘에 방점을 뒀다.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여간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도와 도의회의 합의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론 조사 결과 이후의 혼란과 논란에 대한 방어막으로 미리 책임을 떠 넘기기 위한 준비운동이 아니냐는 비판도 여기서 비롯된다.

‘책임회피의 폭탄 돌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갈등해소가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잿더미 속의 불씨처럼 되살아나 엄청난 갈등의 불길을 일으킬 것이라는 시각이다.

당장, 제주도 전체 여론조사와 성산읍 별도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충되는 여론조사 결과의 처리결과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측이 “성산읍 주민 별도 조사는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별도 조사 철회“를 촉구하는 것은 경고음일 수 있다.

국민 참여를 중시하는 민주정부에서 정책 결정에 여론 조사를 활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 미래에 영향을 가져올 중요 정책에 통계(여론조사)를 상수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론조사가 과학적이기는 하여도 거기에는 비과학적인 함정이 숨어 있고 그로 인해 정책과오나 실패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책결정에 여론조사가 능사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거짓말(lie),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 그리고 통계(statistics)‘. 이는 통계(여론조사) 왜곡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명언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도와 도의회의 결정에 우려와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인용해 본 것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되지 말라”고 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말고 왜곡 없는 도민여론 수렴을 위한 다른 방안은 없는 것인가.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도민 투표’도 대안 일 수가 있다.

제주MBC는 지난 9월26일~27일, 만 18세 이상 도민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한 바 있다.

여기서 제주 제2공항 찬성은 37.1%, 반대 57.9%였다.

특히 제2공항 반대와 찬성 양측 모두 도민의견 수렴 방법으로 ‘주민투표(54.4%)’를 선호 했다. 여론조사는 17.5%, 설명회·공청회 17.7%, 숙의형 공론조사 4.2%순이었다.

(위 여론조사는 제주 MBC가 코리아 리서치 인터내셔널에 의뢰 했고 조사기간은 2020년 9월26~27일, 응답률 27.4%, 3336명에 통화하여 1004명과 응답완료,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3.1%)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 수렴보다 도민투표에 의한 도민의 자기 결정권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면 시도해볼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빠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수렴보다 ‘도민투표’를 통한 도민 갈등해소 방안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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