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자원봉사에 발을 들여놓은 건 지금부터 20여 년 전이다. 당시 제주에 수눌음이라고 불리는 서로 돕고 사는 좋은 풍습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원봉사처럼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돕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저 있는 것 나누고 식이었다면 지금은 나눔에 대한,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방법도 다양해졌죠. 수눌음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회를 바꾸는 큰 동력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어요.”

제주가 다른 지역과 다른 건, 자원봉사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게 특징이다. 다른 지역은 중장년층이 두드러진 반면, 제주는 학생과 중장년층이 엇비슷하다. 또 아너 소사이어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고액 기부자 모임)에도 제주에선 120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인구 비율로 제주가 매우 많다. 제주인들이 가질 수 있는 긍지 중 하나에요. 김만덕의 정신이 알게 모르게 우리 제주지역의 수눌음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다.

자원봉사에 대해 돌이켜보면 바탕은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등록 자원봉사자들이 늘고 있지만 비활동 자원봉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활동을 지속하는 봉사자로 끌어올릴지가 가장 큰 고민가 아닌가 싶다.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인구를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사실 기본적으로 자원봉사에 대한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봉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다져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봉사란 ‘나를 위한 것’,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봉사자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누구나 주변인들에게, 사회에게 ‘빚을 졌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하는 일’이 어렵지 않는 것이다.

또한 자원봉사를 시작하더라도 얼마 안 돼 그만둔다거나, 열심히 몇 년째 해오던 봉사활동을 그만두는 이들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뿌리 깊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서, 보람을 찾기 어려워서 그만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자원봉사는 바로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내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그만둘 이유는 없다.

어느 때보다 ‘시간’이 중요한 요즘,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며 하는 봉사활동은 무엇이든 가치 있다.

그리고 봉사활동은 경제적 봉사, 육체적-정신적 봉사, 생명적 봉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지만,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한정된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들여 하는 봉사활동은 그 무엇이든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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