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이야기] 17년 동안의 연재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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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이야기] 17년 동안의 연재를 마무리하며
  • 김길호
  • 승인 2021.01.22 1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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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장장 17여년에 걸쳐 제주투데이에 게재한 <김길호의 일본이야기>가 673회로 끝을 맺는다. 오랜 시간 제주도에서 접하기 어려운 일본 소식을 꾸준히 타전해주신 데 대해 김길호 작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편집자 주>

재일 제주인 김길호 소설가
재일 제주인 김길호 소설가

일본의 일기예보를 날마다 오사카에서 TV뉴스와 함께 시청한다. 일본 방송이지만 한반도와 함께 바로 밑에 잘 여문 콩알 하나처럼 망망 대해에 외롭게 뗘 있는 제주도를 언제나 볼 수 있다. 조감도처럼 바라볼 수 있는 제주도는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조그마한 제주도에 남한 최고의 한라산이 있고 만팔천의 신들의 영역이 있어서 '신들의 고향'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불가사의의 제주도이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지금은 코로나19로 귀향 길마저 막혀버리니 그리움까지 더해 간다

매일 일기예보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날은 태풍이 많은 일본열도와 한반도 지도 속에 화살표로 표시하면서 태풍의 진로를 설명한다. 오키나와 남쪽 태평양에서 북상하는 태풍이 거의인데, 12시 방향으로 계속 북상하면 제주도가 그 중심에 있고 한반도로 올라간다. 제발 그 방향을 돌려달라고 그럴 때마다 빌곤 한다.

"제주는 동양의 하와이?"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제주투데이>에 처음 연재했었다. 2003년 12월 4일자였다. 1960년대에 관광 제주를 알리기 위해 '제주는 동양의 하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PR했었던 시대가 있었다.

2003년 11월 5일, 제주 관광을 적극적으로 PR하기 위하여 오사카에 처음으로 <제주관광사무소>가 개설되었다. 그때에 제주 출신의 동포가 오사카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제주는 동양의 하와이'라는 캐치프레이즈속에 광고를 내고 선전했었다. 이 광고를 보는 순간 필자는 놀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18년 전이지만 당시 제주도는 '제주도'라는 관광 명칭의 브랜드로 시민권을 얻고 정착했을 때였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일본에서, 또 재일 제주인이 가장 많이 사는 오사카에서였다. 제주도청이 공관인 '제주관광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소개한 기사가 '동양의 하와이'라는 퇴색해버린 빛바랜 구호로 선전하다니 제주도가 너무 가엾었다.

이 서글픈 부조리에 대해서 처음 <제주투데이>에 필자가 쓴 글이 '제주는 동양의 하와이?'였다. 그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제주도에서는 '제주는 세계로, 세계는 제주로'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 필자는 또 한번 놀랐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슬로건의 퇴보와 비약이 너무도 양극적이었다.

그후, 제주에서 개최된 '재일제주인'에 대한 심포지움에서 필자가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제주는 세계로, 세계는 제주로'라는 슬로건은 신선하고 그럴 듯하지만, 이 구호가 식상할 때는 논리상 새로운 슬로건으로서 '제주는 우주로, 우주는 제주로'라는 슬로건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필자의 이 발언에 장내는 한 순간 폭소가 터져나왔다. 비약적인 슬로건도 좋지만 너무 앞서면 넘어지기 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슬로건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주는 동양의 하와이' '제주는 세계로, 세계는 제주로'라는 제주 비하와 오만의 그 슬로건은 제풀에 식어서 제주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제주도정지> 1면에 '내 고향에서 보는 한라산'  시리즈가 있어서, 1999년 7월 20일자 제주도정지에 필자가 쓴 글이 한라산 컬러 사진과 같이 실렸었다. '믿음직스런 씨암탉이 햇병아리 품고 있는 모습'이라는 제목 속에 다음과 같이 썼었다.

"제주도 한 가운데 보호자처럼 앉아서 인자스럽게 사방을 둘러보는 한라산이 나에게는 구세주처럼 보인다. 믿음직스런 씨암탉이 알에서 갓나온 햇병아리를 품고 있거나 노는 모습으로 연상되기도 한다."

"어떻든 이러한 신념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한라산을 처음 올라 개미등에서 구름 한점없이 맑은 날씨속에 제주시가를 내려다 보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나에게 특이한 버릇 하나가 있다. 펜이나 붓을 사거나, 심지어는 남에게 펜을 빌어 쓸 때도 테스트로 꼭 써보는 단어가 있다. '한라산'이다."

"이 글자를 매끄럽게 쓸 수 있으면 나에게 맞는 펜이 된다. 그리고 무슨 글을 쓰다가도, 잠시 쉴 때도 '한라산'이라고 무의식 중에 써 보곤 한다. '한라산'은 이렇게 언제나 나와 같이 하고 있다."였다.

한라산이 제주도 가운데서 해변가까지 내려다 보는 시선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마을들은 어미닭을 떠나 뛰노는 병아리 모습 그대로였다. 지금도 한라산에 대한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한라산을 보고 자란 후손들이 동포 최대 밀집지로서 '재일동포'의 성지로 불리우는 <이쿠노 코리안타운(속칭 조선이치바(시장:市場)>에서 장사를 하면서 지금 '제4차 한류붐'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약 120개의 가게 중에 5분의 3인 70여 가게가 재일 제주인이 경영하고 있다.

이러한 오사카에서 약 반세기 가깝게 살면서, 2003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필자가 17년간에 걸쳐서 본대로 느낀대로 쓴 졸문 <김길호의 일본이야기>가 673회로 마치게 되었다.

이 원고로써 <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연재 칼럼이 끝을 맺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제주이야기'를 쓰면서 그 동안 <제주투데이>에 실린 저의 글을 애독해 주신 독자여러분들께 감사 마음 드리고 싶습니다.

그 동안 게재해 준 <제주투데이>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거듭 감사드리며, 새해 인사와 함께 여러분들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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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2021-01-24 18:53:41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내 안녕하세요.

Wskim 2021-01-24 14:51:28
아! 자주올린 댓글도아니고, 아주 가끔 올렸던 댓글인데. 이 댓글도 마지막이라니......더 많이 올릴걸. 글을 읽으며 새롭게 생각, 새롭게 알게된 내용, 묵직하게 다가오던 글들이 생각납니다.
이제 그 글들을 접할수없다생각하니 마니 아쉽습니다.
그동안 좋은글 감사합니다. 또 지먼에서 글을 읽을수있는 기회가 오기를 고대해보겠읍니다. 수고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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