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아 제주에서 중도의 삶으로 자신의 예술혼을 그림에 담아 온 이왈종(李曰鍾) 화백의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늘 읊조리던 ‘그럴 수 있다(A Way of Life)’라는 화두로 4일부터 28일까지 총 25일 동안 가나아트의 주관으로 두 둔데, 가나아트 나인원(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91 고메이 494 B1 가나아트)과 가나아트 사운즈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35 13호 가나아트한남)에서 제주의 풍광(風光)과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낸 19점의 소중한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이왈종 화백(사진, 왈종미술관 홈페이지)

이왈종 화백은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1974), 한국 미술 작가상(1991), 월전미술상(2001) 등을 수상한 바 있는 명불허전(名不虛傳)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또한 1979년부터 추계예술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지난 1991년 교수직을 내려놓고 제주 서귀포로 내려와 30년간 그림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경기도 화성 출신임에도 ‘제주 화백 이왈종’ 또는 ‘서귀포 왈종’ 등의 별칭과 함께 제주 작가로 널리 알려진 데에는 그만큼 작가가 일관되게 ‘제주생활의 중도(中道)’ 시리즈로 꾸준하게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5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그의 대표작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과 만날 수 있는데, 작품에서 제주생활 전후를 기점으로 변화된 작가의 화풍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제주 생활 이전인 1980년대 ‘생활 속에서’ 시리즈에서 작가는 수묵과 채색을 혼합하여 사용하며, 한국화의 문법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도시의 일상과 전경을 소재로 한 이 작품들을 통해 그는 한국화의 새로운 기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제주라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은 작가는 도시가 아닌 제주의 풍광을 작품에 담고, 장지에 아크릴이라는 색다른 매체를 시도하였다. 1990년대 이후의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에는 이처럼 제주에서의 삶과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그대로 녹아있다.

이왈종의 작품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중도’는 불교 사상에서의 중도(中道) 세계를 의미하며,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고 그 어느 것에든 집착을 버리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을 뜻한다. 작품명을 통해 그는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세계를 언급하고, 이를 작업에 담고자 했다. 그렇기에 작가는 제주 생활과 풍경을 그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하여 이상적인 풍경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꽃과 새, 물고기, 노루, 사람, 집, 자동차 등의 소재를 원근감 없이 그리고, 그 무엇도 특별히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차별이 없이 인간과 모든 만물이 하나가 됨을 보여준다. 그는 작품 속의 소재들이 의미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사랑과 증오는 결합하여 연꽃이 되고, 후회와 이기주의는 결합하여 사슴이 된다. 충돌과 분노는 결합하여 나르는 물고기가 된다. 행복과 소란은 결합하여 아름다운 새가 되고, 오만함과 욕심은 결합하여 춤이 된다······.”

이왈종은 종종 작품에 그 특유의 해학적인 문구를 말풍선에 넣곤 하는데, 이번 출품작에는 공통적으로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시적인 문장을 넣은 것이 특징적이다. 이번 전시명은 이 문구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동시에 작가가 복잡한 현 시대에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부터 그가 근작들에 등장시킨 이 문구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인해 답답함과 우울로 낙심한 이들에게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고, 삶의 이치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낼 여유를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현 상황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작품에 투영한 것이자 그의 작업관인 중도 세계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왈종은 이번 전시에 선보이게 될 100호 이상의 그림을 위해 많은 시간을 작업에 매달렸는데, 이는 칠순 후반의 그에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도전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가 100호와 120호의 호쾌한 대작들을 출품했다는 사실은 젊은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과 사운즈의 전시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한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여행과 자유로운 활동이 어려운 요즘, 제주의 정취와 특유의 낙천적인 유머가 담긴 이왈종의 작품이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다.

이왈종 화백이 자주다니는 식당 벽에 직접 쓴 글씨(사진, 제주투데이)
이왈종 화백이 자주다니는 식당 벽에 직접 쓴 글과 그림(사진,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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