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미세먼지가 걷힌 탁 트인 시야 

더 이상 나를 기다려줄 것 같지 않은 조급한 마음에 달려간 곳에는 

먼발치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분홍분홍 군무가 펼쳐진다.

이상 기온으로 예전보다 서둘러 꽃잎을 열었다.

꽃분홍 논 풍경 

그 자체만으로도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운영' 

봄바람에 하늘하늘 일렁이며 들녘 가득히 무리 지어 곱게 피었다.

땅 위 별천지, 한라산이 내려다보이는 분화구 

바닥 가득 채운 꽃분홍 자운영의 속삭임 

연분홍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들지만 

이제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는 줄도 모른 채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자운영은 콩과에 속하는 한두해살이풀로 중국 원산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녹비 작물(천연 비료)로 재배하거나 

밭이나 개울가, 논둑 등 야생에서 자란다.

연화초(蓮花草), 홍화채(紅花菜), 쇄미제(碎米濟), 야화생이라고도 한다.

네모진 줄기의 높이는 10~25cm이고 흰 털이 보인다.

밑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져 옆으로 누워서 자라다가 윗부분은 곧게 선다.

꽃은 4~6월에 홍자색 또는 흰색으로 피며 산형 꽃차례로 달려 우산 모양을 이루고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 흰 털이 드문드문 난다.

긴 타원형의 열매는 협과로 검은색으로 익고 털이 없다.

자운영(紫雲英)은 군락을 이루어 꽃이 한꺼번에 피는 모습이 

마치 연분홍색 구름이 피어 오른 듯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어린순은 나물로 무쳐먹고 뿌리와 줄기는 약재로 사용한 이로운 식물로 

관상용, 녹비용, 사료용, 밀원식물로 두루두루 요긴하게 쓰인다.

논의 땅심을 높여주는 녹비 작물의 으뜸 '자운영' 

예전에는 논, 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봄에 꽃이 피면 땅과 함께 갈아엎고 모내기를 했는데 

공중 질소를 고정시켜 땅을 기름지게 한다.

자운영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하면 논갈이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쟁기에 갈아 엎어지면 흔적도 없이 흙으로 돌아간다.

화학 질소 비료가 등장하면서 자운영이 사라지고 

농촌 생태계 붕괴의 시작을 알렸다.

봄에 찾아와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고 퇴비가 된 자운영의 자비는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며 올해도 어김없이 풍년을 예감한다.

[가을의 하논]

자운영의 꽃말은 '관대한 사랑', '나의 행복'이다.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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