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 제주언론학회 등은 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지역언론지원 조례, 과연 필요한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 제주언론학회 등은 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지역언론지원 조례, 과연 필요한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방분권의 현실화가 강조되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지역언론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영세한 재정 여건 특성상 지역언론사들은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지역주민들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공기(公器)로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제주에선 지역언론사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오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 제주언론학회 등은 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지역언론지원 조례, 과연 필요한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지역언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방식에 이견이 있었다. 

#“우선 조례 제정 후 문제점 개선해나가야”

안차수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성과를 중심으로 지원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안 교수는 “(정량적으로 보면)지난 10년간 지원사업 결과 지역언론사들의 영업이익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감소세가 완충되는 효과가 검증됐고 유가부수에 지원 효과가 일정하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문산업의 급격한 하락세에 어느 정도 버팀목을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질적으로 봤을 때 공짜 취재 등 부정적인 관행이 개선되고 취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저널리즘 역량과 공익성 활동을 강화하는 시도가 가능하게 했다”며 “지원 사업 결과 전문가나 언론 관계자 모두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을 끊고 시장에 맡기는 것은 아닌 거 같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언론지원 조례가 시작한 곳은 건강한 언론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 혼탁한 시장이나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은 이런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며 “여러 문제가 많아서 조례를 제정하면 안 된다는 것보단 장단점을 수정해 나가더라도 우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만 우편료를 보조해주는 등 지원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최근 (유가부수 부풀리기로) 논란이 된 ABC제도(신문잡지의 발행부수를 공개하는 제도)에 대한 불신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눈높이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며 “모든 지원사업을 기획 취재와 연동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어떤 지원이든 ‘공익성’ 전제조건 담보돼야”

이인 제주CBS 부장은 “대부분 언론사의 기사 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기자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현실에서 언론지원 조례 제정 움직임은 의미가 있다”며 “단신만을 쏟아내는 양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도민을 위한 탐사보도와 기획기사를 생산해내는 데 분명히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공익성’이라는 전제조건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조례는 언론사와 기자들이 지방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하고 도민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사에만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특별법 8단계 제도 개선 과제에 포함된 제주언론진흥재단의 설립과 관련해 “재단 역시 설립 목적과 사용처를 철저하게 탐사보도와 기자교육에만 맞춰서 지원해야 한다”며 “다만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 한시적으로 제주언론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20일 오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 제주언론학회 등은 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지역언론지원 조례, 과연 필요한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0일 오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한국지역언론학회, 제주언론학회 등은 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지역언론지원 조례, 과연 필요한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원 논의하기 전 언론사 내부개혁부터”

조상윤 한라일보 편집국장은 지원을 논의하기 전에 언론사 내부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사회 공기로서의 철학이 부재한 언론사 양산, 보도자료로 연명하는 환경 등은 지역언론 스스로 초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식물인간인 상태의 환자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는 투약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 주체들의 내부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지원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언론주체들이 달라진 시대에 맞게 재교육 및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 및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실천 전략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이며 감시와 견제 기능을 바탕으로 여론의 다양화와 민주주의 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장태욱 서귀포신문 편집국장 역시 지원조례의 목표는 언론의 각성과 쇄신이라며 지역언론의 책임에 방점을 뒀다. 

장 국장은 “제주 지역언론 지원조례는 어려운 현실에서 언론사가 고사하고 뉴스의 사막화가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이 바람직하지만 조례의 목표가 ‘건전한 지역언론을 육성’하는 것으로 확고하게 정해져야 한다”며 “기금을 공정하게 관리할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는 해마다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서 언론사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원대상 선정 기준이 조례 성패 가를 것”

홍석준 미디어제주 정치부장은 지역언론 지원조례의 실효성에 우려를 제기하며 지원대상 선정 기준과 심사위원회 구성이 조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장은 “현재 언론시장 구조는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 독립 등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도록 형성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 지원조례가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주가 경영비를 절감할 순 있겠지만 기자들의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지우너사업을 빌미로 한 ‘언론사 줄세우기’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고 건전한 지역 언론 육성이라는 조례 제정 취지와는 달리 ‘떡반 나누기’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지원대상 언론사 선정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학계,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경영 지원이나 취재 장비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 방식이 아닌 기획취재 지원을 통해 제주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뉴스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지원대상 사업 심사 시 ‘블라인드 심사’ 등을 적용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례 제정보다 제주언론진흥재단 설립이 실효성 커”

홍창빈 헤드라인제주 기자는 지역언론의 발전을 위해선 실효성 없는 지원조례 제정보다는 제주언론진흥재단 설립에 대한 논의가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홍 기자는 “지역신문특별법이 제정된 후 지발위 지원대상 매체에서 지원을 통해 경영 안정화에 도움이 됐거나 저널리즘 환경 나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조례를 통해 추가적인 지원은 오히려 지역언론의 행정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켜 언론사 자생력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시급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례안보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광고 수수료율을 인하하거나 제주언론진흥재단을 별도로 설립해 지역 내 광고 업무와 관련한 별도 운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실효성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진흥재단은 광고 수수료를 광고 발주처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에 언론사에는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경우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광고 수수료를 별도로 편성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 예산을 줄여 결국 언론사가 받는 광고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실효성 없는 언론진흥 조례에 대한 논의보다는 제주언론진흥재단에 대한 논의가 먼저 진행되는 것이 지역언론에 보다 실질적인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주제 ‘지역언론지원 조례의 운영 경험과 성과: 지역언론의 저널리즘 강화를 중심으로’에선 두 개의 발제가 이뤄졌다. 첫 번째 발제는 ‘지역언론지원 조례의 현황과 쟁점: 전북지역 조례 제정 노력과 경과 과정’을 주제로 김은규 우석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두 번째 발제는 ‘경남 지역언론지원조례의 성과와 개선 방안’을 주제로 강창덕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했다. 

제2주제 ‘제주 지역언론지원 조례 제정, 과연 해야 하는가? 한다면,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선 종합토론이 이뤄졌다. 진희종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강사가 사회를 맡고 고경업 제주일보 전략사업본부 본부장, 고경호 제주도 공보관, 고현수 제주도의원), 문만석 (사)미래발전 전략연구원 원장, 송원일 제주MBC 신사옥건설추진단 부국장, 안차수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인 제주CBS 부장, 조상윤 한라일보 편집국장, 장태욱 서귀포신문 편집국장, 홍석준 미디어제주 기자, 홍창빈 헤드라인제주 기자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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