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범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전세버스유니온지회장 (사진=박소희 기자)
27일 '제주지역 전세버스 지입 실태조사 및 노동환경 개선' 기자회견에서 현장 발언 중인 고홍범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전세버스유니온지회장. (사진=박소희 기자)

도내 전세버스 업계 불법 지입제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3월 발표한 ‘전세버스 운송업계 차량운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전세버스 지입운행률은 82.7%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제주도 기간산업인 관광산업 노동시장 민낯이 드러난 것.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전세버스를 운행하려면 지자체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한다. 사업허가를 받기 위해선 특별시·광역시는 버스 20대 이상, 시·군 지역은 10대 이상 버스를 보유해야 한다. 제주도 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 조례’에 따라 20대 이상의 전세버스를 등록해야 사업허가가 나온다. 

개별적 자동차운송사업자 난립 방지, 승객 안전 등을 위해 자금력을 일정 규모 이상 갖춘 사업자만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라는 의미에서 법이 만들어졌지만 등록제 시행이 전세버스 사업 체질 개선과 양질의 여객 운송 서비스를 가져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세버스 노동자들을 '눈 뜨고 코 베였고' 운송사업자는 '땅 짚고 헤엄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업자 배만 불리는 법"이라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홍범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전세버스유니온지회장은 27일 제주투데이에 도내 지입 버스 실태를 들려줬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버스 가운데 상당수는 서류상으론 여객운송사업 면허를 갖춘 법인 명의지만 실제로는 개인 소유인 ‘지입 버스’다. 제주도 역시 50여개의 전세버스 운송사업체 1700여대 가운데 80% 이상이 ‘지입 버스’다. 

고홍범 회장은 “운송사업체가 20대를 다 마련하려면 40억 이상이 드는데 그럼 직영이 어려우니까 전세버스를 운전자에게 사게 해 차량 할부금, 지입료 등을 노동자에게 받는다”고 했다. 

고홍범 회장에 따르면 운전자도 전세버스 운전 면허를 받으려면 사업장 소속이 돼야 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지입 차주가 된다. 전세버스 노동자는 업체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수백만원의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등을 내고 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매달 수십만원 상당의 지입료도 지불해야 한다. 

버스 업체 입장에선 이런 지입 차량으로 10~20대 면허 등록 기준을 맞추는 동시에 운송 사업을 할 수 있고, 지입차주는 차량 1대로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여객자동차법 12조 명의 이용 금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다. 적발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지만 제주도 전세버스는 80% 이상이 지입버스로 운영되는 실정. 

고홍범 회장은 "20대 중 18대 이상이 지입 버스라는 소린데, 불법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제주도는 팔짱만 끼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따갑게 질타했다. 

그렇다면 지입 '차주'의 노동 실태는 어떨까. 

고 회장은 “지입 노동자들은 유령”이라고 했다. 지입제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지입차량의 법적 소유권은 운송사업체에 있다. 배차권과 차량이 운송사업체에 있다 보니 지입 노동자들은 아무리 억울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지입료를 포함해 차량보험료, 차량할부금, 유류비, 유지관리비, 위성운행기록 사용료 등 모든 비용도 노동자에게 전가했다. 그는 “법적 지위를 이용해 모든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부담하게 한다. 전가된 비용을 다 내면 노동자가 가져가는 실질임금은 2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전국 평균 임금 378만8000원의 52.7% 수준밖에 안 된다. 제주도 평균임금 289만원과 비교해도 턱 없이 적다. 

또한 지입 차량의 법적 소유권이 운송사업체에 있다보니 회사가 지입 버스를 브로커에게 팔아버려도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도가 없다. 고 지회장은 “회사가 파산해서 지입 버스를 브로커에 팔아버리고 배 째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가짜로 고용계약서를 쓰게 하고 사업주가 코로나-19 고용지원금을 편취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정에 전세버스 지원정책 및 법제도 개선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전세버스 전략조직 사업단은 27일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지역 전세버스 지입 실태조사 및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전세버스 전략조직 사업단은 27일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지역 전세버스 지입 실태조사 및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불법지입 운영으로 인한 현장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전세버스 전략조직 사업단은 27일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지역 전세버스 지입 실태조사 및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직영화를 포함한 개인사업 형태의 운행을 보장하는 등 전세버스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등을 수립할 것을 제주도에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와 제주지부 제주전세버스유니온지회는 이날부터 전세버스 전략조직 사업단을 구성하고 2000명에 이르는 제주지역 전세버스 노동자 실태조사 캠페인에 돌입한다. 

제주국제공항 전세버스 주차장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며 전세버스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운행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정에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도의회와 제도적인 정책 대안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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