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주 방송 화면 갈무리

KBS 제주가 8월 31일 7시 뉴스가 보도한 ‘가스와 언론’은 충격적이다.  ‘LPG 시장 안정화’를 내세워 사실상 도내 LPG업계가 담합을 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러한 시장  담합 의혹에 지역 언론이 깊숙히 개입되어 있었는 점이었다. ‘가스와 언론’이라는 보도 제목은 모 기업의 이익을 위해 언론, 언론 종사자들을 방패막이로 삼아온 추악한 행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모 기업과 언론사 차장 급 이상 기자들이 한달에 1회 이상 수시로 회의를 했고, LNG 도입과 타 LPG 업체 진출 등을 사설로 비판해 왔다는 대목은 그동안 지역에서 ‘뒷담화’ 차원에서만 이뤄졌던 비판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 사설의 단어 분석과 언론학계 전문가, 그리고 제보자들을 심층 취재한 이번 보도는 제주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출처=kbs방송 화면 갈무리

한때 제주의 개혁언론으로 출발했던 제민일보가 모 가스업체에 인수된 이후 벌어진 일들은 지역 언론 사정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우려하는 사안이었다. <4.3을 말한다> 등의 대형 기획을 통해 한국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제민일보의 몰락은 열악한 지역 언론이 자본에 철저히 종속되어 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KBS제주의 보도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누구나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지역 언론계에서는 ‘나가도 너무 나간다’라는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제민일보는 2017년 6월 창간 특집으로 자사 김택남 회장을 도지사 후보군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관련 보도 ☞ [굿바이 ‘제민일보’동업자 의식 속에 망가지는 지역 언론])

부끄러운 일이다. 동업자라는 이유로, 다들 그렇게 사는 것 아니냐는 자조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이번 보도를 통해 지역 언론이 자정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지역 언론은 도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다.  당사자인 제민일보 종사자들 역시 부당한 관행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언론인이 단지 ‘먹고사니즘’만을 추구하는 ‘직장인’이 아니라 최소한의 공공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면 단호한 조치를 내부에서 요구해야 한다. 지역 언론계 역시 마찬가지다. 출입처에 매일 얼굴을 맞대는 동업자라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길 사항이 아니다. 언론인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시민적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부당함’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망가져 버리기 때문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함께 외쳐보자. 제주 지역 언론 단체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공동의 대응을 해야 한다. 언론의 뼈 갉는 자정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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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보도는 제주 LPG 업계가 공정거래법를 위반했다는 험의와 관련 증거를 제시했다. 업계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제주도는 관련 사실에 대해 조사하고 혐의가 사실로 파악되면 형사 고발 등의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언론사주가 관련 되었다고 유야무야 뭉갤 사안이 아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언론은 공익의 전달자가 아니라 사익의 수행자가 되고 만다. 언론을 무기로, 방패막이로 삼는 순간 언론은 언론의 자격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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