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4년 전 현장실습을 하다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진 고 이민호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자신의 열여덟 번째 생일날, 세상을 떠났다. 

19일 오후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이하 노현넷)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이민호군을 추모하는 4주기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선 지난달 여수에서 현장실습 도중 무리한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진 홍정운군의 사망사고를 두고 변하지 않는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다. 

규탄발언에 나선 강향임 전교조제주지부 사무처장은 “지난 2018년 교육부는 현장실습생을 노동자가 아닌 학생으로만 규정하고 실습 기업 선정 절차를 보다 엄격히 하며 실습 기간을 3개월 수준으로 줄이는 정책을 내놓았다”며 “이는 민호의 생명과 바꾼 대책이다. 민호 덕분에 현장실습 정책이 학습중심으로 한걸음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장실습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지난 10월 여수에서 홍정운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학생들을 안전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현장실습 제도와 불평등한 한국 사회구조가 빚어낸 아픔”이라고 한탄했다. 

또 “교육부는 사고가 나면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하겠다고 하고 참여 기업이 저조하면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반복하며 결국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실패했다”며 “어떤 부모를 만났는가에 따라 어떤 이는 몇 개월 일하고 50억원을 퇴직금을 받고 어떤 이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위험한 작업장에 내몰린다. 극단적인 양극화의 민낯”이라고 규탄했다. 

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렸다.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러면서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현장실습 제도와 불평등한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며 참혹한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안고 우리는 이 자리에 함께 있다”며 “정부는 현장실습 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사무처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현장실습 금지 △고용노동부의 안전한 현장실습처 제공 의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학교 교육과정 내 노동교육 전면화 등을 요구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이승연 여수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학생들이 최소한의 노동 기본권도 알지 못하는 현실과 죽음을 부르는 현장실습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민호 학생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가 가능한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바꾼다고 한 지 4년 만에 또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실습이 교육이 아닌 또다른 저임금, 노동착취 현장임을 확인했고 희생자 학생 부모가 또다른 희생자 학생 부모를 위로하는 일을 보고 있다”며 “노동인권이 보장되고 안전한 취업으로 연결되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직업계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일은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는 말을 수없이 했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또다시 죽음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현실이, 다가오는 내일이 아프고 두렵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고 더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왼쪽은 이승연 여수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오른쪽은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사진=조수진 기자)
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왼쪽은 이승연 여수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오른쪽은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사진=조수진 기자)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얼마 전 정운이 사고 뉴스를 보고 눈앞이 깜깜해졌다”며 “민호 같은 사고가 없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니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참 힘들었다”고 한탄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정부가 학생을 죽인 것”이라며 “지난 2월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직업계고등학교에 내려보낸 지침에 5인 미만 사업장도 현장실습을 내보내라는 것이었다.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 되고 안전장치 없는 곳에 애들을 내보내라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현장실습표준협약서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여 ‘잠수를 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홍정운군)가 죽었다.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민호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그때도 협약서가 있었는데 관리감독이나 책임 주체가 없다. 그냥 쓰레기 조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은혜 장관은 여수 사고 때 내려와서 사과 한 마디 안 하고 조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말만 했다”며 “어떻게 정부를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분개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선 민중가수 김영태가 고 이민호군을 추모하며 쓴 노래 공연과 동백작은학교의 율동과 뮤지컬 공연이 진행됐다.

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이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9일 오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노동안전과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제주네트워크가 고 이민호군 4주기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이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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