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환 회장
강덕환 시인

강덕환 시인의 새 시집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를 발간했다. 11년 만에 새로 펴낸 시집이다.

“흔들림도 꼿꼿이 서서 하리라” 어떤 서정은 차라리 각오에 가깝다. 강 시인의 서정이 그렇다. 시인은 봄날을 기다리는 봄풀의 서정을 이렇게 노래한다.

무릇, 제주를 읽는 것은 제주라는 땅을 읽는 것이다. 강 시인은 제주 땅에 발목까지 묻혀 있는 것들을 시에 담는다. 강 시인은 흔히 ‘제주 ’하면 떠올리는 바다의 풍경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초월적인 공간으로 서둘러 넘어가지 않는다.

바람과 외적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둔 제주의 돌담. 돌담이 이어지는 제주 풍경을 일컬러 흑룡만리라 부른다. 제주의 드센 바람은 제주의 역사와도 같다. 강 시인은 “흑룡만리 너, 돌담을 보면/거대한 흐름이어서 좋다”고 말한다. 돌담은 거센 바람이 불어도 성기게 쌓은 돌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시인은 “맺힌 한 없었겠느냐만/그럴 때마다 길을 내어/이기지 않고 다스리려” 해왔고 말한다. 다스림의 시학인 셈이다. 시인에게 대지는 “기다림에 살이 터져 새싹을 추스르는 대지는/본래는 한 덩이였던 육체를 둘로, 셋으로/수만 개로 가르는 아픔을 견디라 한다”고 말을 건넨다.

끝없이 이어지는 흑룡만리 돌담은 즉, 제주 사람들이 쌓아가는 역사다. 구멍이 숭숭한 역사다. 그 구멍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이어지는 역사다. 강 시인은 이렇듯 끝없이 갈라진 “역사의 긴 강”을 흐르며 흑룡만리를 이어가는 제주 사람들의 서정과 각오를 이번 시집에 새기고 있다.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강덕환/삶창/10,000원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강덕환/삶창/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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