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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록]카드빚에 짓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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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록]카드빚에 짓눌리다
  • 강용희 기자
  • 승인 2003.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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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계미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아들의 카드빚 때문에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카드빚에 시달리던 일가족 4명이 자살하며 카드빚 때문에 인질극이 벌어지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자고나면 매스컴을 장식하면서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고 언제 끝날지 그 끝도 안개속이다.

신용불량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5%에 해당하는 360만명에 육박하고 도내 가출인구가 연간 1000명을 넘고 있으며 채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을 해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카드로 인해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가정이 해체되고 가정의 해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악순환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회적 안정성을 뒤흔들고 있다.

사실 카드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예고된 것이었다.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국내소비를 진작시킬 목적으로 개인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강력하게 폈다.
카드사들에게 길거리 ‘좌판 영업’을 허용했고 이에 카드사 직원들은 손뼉 장단에 맞춰 ‘골라, 골라’를 외치며 싸구려 물건을 파는 시장 좌판상인들처럼 길거리에서 돈다발인 카드를 아무런 신용조회도 없이 마구 남발했다.

악순환의 굴레

정부는 연 20%대의 이자율로 카드사에 폭리를 안겨 줄 수 있는 현금 서비스에 대한 규제조차 풀어 버렸다. 
당국의 부채질은 여기에서 한수 더 떴다.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영수증 복권제도를 도입했고,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업소에 대해 세무조사 칼날을 들이댔다.
한번 소비의 단맛에 취한 채무자들은 빚이 늘어가자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돌려 막기로 모면하면서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렇게 우리 경제에 부실이 쌓여가는 사이 시장에선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렸지만 당국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카드사도 책임있다

그러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무자비한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현금서비스 한도 대폭 축소와  ‘돌려막기’원천봉쇄가 대표적 사례.

세상물정 모르는 대학생들까지 카드빚 멍에를 쓰게 됐고 카드빚을 갚기 위해 유흥업소로 빠지거나 강도 등 각종 범죄, 가출, 자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무분별한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한 카드사나,  앞뒤 재지 않고 카드를 긁은 소비자의 책임이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정작 멍석을 깔아준 정부는 슬그머니 뒷전으로 빠지고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만 묻는 것은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뒤바뀐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한다. 원인이 국내소비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내수부진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3~4가구당 1명꼴로 신용불량자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카드채로 인한 금융시장의 부실이 해소되지 못하고 카드빚으로 인한 가계부분의 불안정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국내경기 활성화는 요원하다.

우리는 무분별한 신용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요소를 잉태하는가를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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