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자림로 식물상 조사보고서)
비자림로 일대에 자생하는 양치식물들(사진=비자림로 식물상 조사보고서)

제주도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물 전문가들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에 걸쳐 비자림로 공사 현장 일대를 조사한 ‘비자림로(대천~송당) 공사 주변 지역에 대한 식물상 조사’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양치식물연구회에서 실시한 이번 조사는 김종원 전 계명대학교 식물사회학 교수가 자문 및 감수를 맡았다.

한국양치식물연구회는 보고서에서 “천미천에는 제주도보호종이며 희귀식물인 붓순나무가 자생하고 있으며 벌깨냉이, 제주상사화, 탐라현호색, 좀민들레 등 한국특산식물들이 좁은 구간 내에서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며 “도로주변으로 일부 남아 있는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의 상록활엽수림은 ‘나도은조롱’과같은 희귀식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으며, 3구간은 삼나무 조림지를 중심으로 68종에 이르는 양치식물들의 집단서식처이자, 각종 난초류의 자생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구간의 도로가 확장되어 차량통행이 많아지게 되면 주변환경에 미치게 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온 생태계는 무너지고 식물상의 변화는 곤충과 양서·파충류, 포유류, 조류 등 다른 생물에게도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비자림로 식물상 조사보고서)
비자림로 식물상 조사결과

또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것이다. 관광객들이 제주 동부내륙지역인 송당리를 찾는 이유는 자연 그대로의 오름과 숲 생태계가 주는 매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면서 “도로를 넓혀서 관광객들이 송당리를 빠르게 지나가도록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30km 이하의 저속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천천히 즐기고 음미하며 오랜 시간 머물 수 있게 하는 ‘느린생태관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도로는 최소로 유지되어야 하며, 숲과 연계되는 도보탐방프로그램의 활성화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건설 관련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의 오류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제주에 분포하지 않는 ‘철쭉꽃과 고산지역에만 자라 조사구간에서는 볼 수 없는 ‘쥐털이슬’, ‘산새풀’ 조사구간에서는볼수없는 식물이 게재되고도 있었던 것. 보고서는 특히 "구상나무’는 한라산 고지대에 자라는 침엽수이며, 조사구간에서는 조경용으로 식재된 개체조차 없었다."며 "이와 같은 사례는 신뢰를 담보로 하는 2015년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하는 불가역적인 학술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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